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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공포14 <소설6월10일>
게시물ID : panic_985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2
조회수 : 4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31 10: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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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독립 운동가의 후손
 

그다음 날, 1교시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전학생들과 최성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 김용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담임선생이 출석을 부르는데 교실 문이 벌컥 열린다. 한 눈에 봐도 형사 아니면 조직 폭력배다. 나타난 사람이 담임선생의 수업은 신경도 안 쓰고 학생들을 향해 짧게 말을 뱉어낸다.
김용수가 누구야?! 나와!”
그 사람 입에서 김용수라는 이름이 나오자 김용수의 얼굴은 사색이 된다. 담임선생이 그 사람에게 다가간다.
누구세요?”
여수서 형사입니다. 김용수란 놈 잡으러 왔어요
뭔 일이 있나요?”
요 새끼가 어제 시내에서 같은 반 친구들을 개 패듯 팼어요. 김용수 나와!”
형사의 손가락질에 자리에서 일어난 김용수가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비칠거리며 앞으로 나온다. 형사는 김용수의 손목에 수갑까지 채운다. 김용수가 벌벌 떨며 끌려가지 않으려 하자 형사가 김용수의 뒤통수를 세게 때린다. , 교실 문이 닫힌다.
담임이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벙벙해 하고 있는데 이정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문을 열고 나간다.
어제 밤 사이, 내린 눈이 거의 다 녹아 질퍽거리고 있는 여수 경찰서 앞마당이 보인다, 이정훈이 <강력계>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다. 그 앞에는 강력계 형사가 조서를 꾸미고 있다. 저쪽 구석에는 폭행당한 전학생들과 최성식이 있다. 그들과 함께 전학생들의 어머니도 있다. 조서를 꾸미던 형사가 타자치던 손을 멈추고 이정훈에게 묻는다.
그러니깐 저기 있는 애들 때린 걸 너 혼자 다 했다, 이거지?”
.”
그러면 잡혀 온 김용수 쟤는 뭐야?”
형사가 이정훈 옆에 앉아있는 김용수를 턱으로 가리킨다. 이정훈은 눈길도 돌리지 않고 형사를 쳐다보며 대답한다.
이 친구는 거기에 없었습니다.”
이정훈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난 전학생 어머니가 거침없이 다가온다.
, 어린놈이 시뻘겋게 거짓말하는 거 봐. 이런 양아치 깡패 새끼……. 커서 뭐가 되려고.”
전학생 어머니가 입고 있는 밍크코트 깃을 여미며 형사에게 명령조로 말한다.
, 그냥 구속 시키세요, 합의고 뭐고 필요 없어요.”
그런 어머니 말투에 형사가 기분이 살짝 상한다.
어머님! 가만히 계세요, 수사는 제가 합니다.”
, 이런 후진 데로 애 아빠가 전근 오는 게 아닌데, 수준 떨어지는 애들이랑 우리 아이가 학교를 같이 다녀야 하고..... 어휴 불결해.”
어머니가 말을 함부로 내뱉고 자기 아들 옆으로 다시 간다. 형사가 위협적인 말투로 이정훈에게 묻는다.
이정훈이! 공범 없이 너 혼자 독박을 다 쓰겠다는 건데 구속되도 괜찮다는 거야?”
형사의 구속이라는 단어에도 이정훈이 입을 꼭 다문다.
, 이 새끼, 말로 해서 안 될 놈이네.”
형사가 책상 위에 있던 대나무 자로 이정훈의 머리를 한 대 후려친다. 이때 이정훈의 학교 교장과 담임선생이 들어온다. 그걸 본 전학생 어머니가 그들 앞으로 가로막는다.
교장 선생님, 저기 있는 깡패 새끼! 퇴학시키세요. 안 그러면 내가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 우리 시아버님이 전남 도경에 계세요.”
네네, 어머님, 조금만 진정하세요.”
후덕하게 생긴 교장 선생이 전학생 어머니를 진정시킨다. 그리고 이정훈을 조사하는 형사에게 다가가 깊숙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 학생 다니는 학교의 교장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제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교장 선생님! 우리도 단순 패싸움으로 처리하고 싶은데 저기 있는 학생들 부상 정도도 심하고, 무엇보다 이 녀석이 함께 있던 공범들을 불지 않고 있습니다. 아주 악질이에요. 악질!”
악질이라는 형사 입에서 나온 단어를 듣고 교장 선생이 몸을 구부리며 무릎까지 꿇는다.
형사님, 이 학생은 우리 학교 전교 1등입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학생입니다. 선처 부탁드립니다.”
교장 선생의 행동과 악질인 학생이 전교 1등이라는 사실에 형사뿐만 아니라 전학생 어머니들 기세가 한풀 꺾인다. 형사가 무릎끓은 교장선생을 일으켜 세우며 말한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 피해 학생들 얘기를 들어보면 싸움의 형태가 거의 조직폭력배 뺨치는 수준이에요. 철저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치고 빠지는 게…….”
말하면서 형사가 이정훈의 머리를 대나무자로 또 한대 때리려다가 참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 이 새끼 좋은 머리 공부하는 데 쓰지,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런데 교장 선생님, 피해자와 합의도 해야 하고 그러니 그냥 석방은 안 됩니다.”
형사의 강경한 발언에 교장 선생이 다음 얘기를 조심스레 꺼낸다.
이 학생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 이철상 선생입니다. 저희 아버지와 같이 독립운동을 하시다 옥고도 치렀습니다.”
독립운동가 이철상 선생님이라는 말에 형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우리 여수의 독립운동가 이철상 선생님 손자라는 말인가요?”
교장 선생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형사의 얼굴 표정이 금세 바뀌며 호의를 베푼다.
교장 선생님 부탁이고 하니 이 학생 풀어주겠습니다.”
이정훈 옆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만 보고 있던 김용수도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전학생들과 함께 어울려있던 최성식은 형사의 말 한마디에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보며 그런 형사를 부러운 듯이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 반성문을 써야 합니다.”
형사가 최후통보를 하자 교장 선생이 이정훈에게 말한다.
정훈아, 빨리 반성문 쓰고 나가자.”
그런데 이정훈이 단호히 거절한다.
교장 선생님, 죄송합니다. 반성문 쓰지 않겠습니다.”
어찌 보면 똥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형사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철상 선생님 손자라고 봐주는 건데, 전교 일등! 니가 뭘 잘못 했는지 모르는 거야? 너 바보 아니야? 넌 지금 범죄자야.”
형사가 이정훈 머리통 대신 책상을 세게 내려친다. 그런 형사의 눈을 피하지 않고 이정훈이 또박또박 자기 의견을 말한다.
저기 있는 서울에서 전학 온 부잣집 자제분들이 같은 반 친구한테 거지새끼라고 말한거랑, 광주사태 때 여기도 쓸어 버렸어야 했다고 말한거 반성하면 저도 반성문 제출하겠습니다.”
이정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강력계 사무실 분위기가 싸늘하게 바뀐다. ‘광주사태 여기도 쓸어버려야지를 들은 강력계 형사들의 눈꼬리가 위로 올라가며 전학생들을 노려본다. 귀부인 전학생 어머니조차 한마디도 못 하고 있다. 최성식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간다.
 

* ‘대머리단어는 1980년대 파쇼정권의 전두환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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