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대머리공포 16 <소설6월10일>
게시물ID : panic_985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2
조회수 : 4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02 10:45:54
옵션
  • 창작글
16. 청량리 로터리에서 시위를 모의하다
 
 

학생들 가두시위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지역인 강남구 성모병원 일층 원무과 앞에 대학생 차림의 학생들 여섯 명이 앉아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 출입구에서 김영철이 보인다. 김영철이 이들과 함께 계단을 통해 지하 층으로 내려간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지나가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청량리 시위약도를 이들에게 나눠준다.
김영철과 만났던 서울 시내 대학의 운동세력 여섯 명은 건네받은 약도를 각자 대학 후배들에게 보여준다.
다들 외웠지?”
그 약도를 유심히 본 후배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 약도 종이에 라이터 불을 붙여 재가 되도록 태운다.
이날 밤, 청량리 로터리 한가운데 주둔해 있던 전투경찰 버스들도 다 철수한 늦은 시간이다. 이정훈이 시위 전술 을 짰던 청량리 진주 상가 앞에서 내일 시위를 주동할 학생과 같이 서 있다. 두 명 모두 말쑥한 양복 차림이다.
여기 상가 건물 2층에서 유인물이 뿌려지는 걸 신호로 동이 뜨자고. 동 뜰대, 차 조심!”
알았어.”
동이 뜨면 바로 뒤이어 전소들이 건물 양 쪽 출입구에서 나올 거야.”
여기 상가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셈이네
그렇지. 저기 보이는 맘모스 백화점, 오스카 극장 쪽으로는 아예 애들이 안 모일 거야. 짭새들이 저쪽에 워낙 많이 포진해 있어서 우리가 치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그래서 시립대, 외대 방향 쪽에서 애들이 밀고 나올 거야. 내일 시위는 6개 대학 연합시위라서 초반에 스크럼만 잘 짜면 적들이랑 제대로 한판 붙을 수 있어.”
정훈이 택이 거의 대첩 수준이야.”
시위 주동자가 이정훈을 칭찬해준다.
싸움은 커질 수 있지만, 우리 주동은 적당히 하고 잡혀줘. 몸 상하지 말고 잡혀가는 것도 우리 전술 중에 하나야.”
이정훈의 부탁에 시위 주동자가 아무 말 안 한다.
저녁 먹으러 가자.”
이정훈이 앞장서서 걸어간다. 청량리 시장은 늦은 시간에도 계속 장사를 하고 있다. 분식집에서 이정훈은 순대와 떡볶이를 맛있게 먹는데 시위 주동자는 순대를 전혀 안 먹는다.
순대 안 먹어?”
어릴 때 우리 집이 순대를 팔았는데 지겹도록 먹어서 못 먹겠어.”
시위 주동자가 순대 못 먹는 이유를 밝힌다..
그래? 그러면 내가 다 먹는다.”
이정훈이 한입에 다 넣는 행동을 하다가 멈추고 묻는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제일 마음에 걸려.
강원도 인제에서 근무하신다고 했지?”
, 나 때문에 불명예제대 하겠지? 배고파 군대에 들어가셔서 올해 인사계 상사 됐다고 좋아하셨는데…….”
시위 주동자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싼다. 그런 시위 주동자의 어깨를 이정훈이 토닥거린다.
언젠가 어머니, 아버지가 우리 행동을 이해해주실 날이 올 거야.”
이때 분식점에 켜놓은 TV에서 KBS ‘유머 1번지코미디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개그맨 김형곤이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코너에서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의 주걱턱을 빗대며 잘 될 턱이 있나?”라는 풍자를 하고 있다.
요즘 코미디언들 정치풍자가 대단해, 저러다가 잡혀가는 거 아니야? 잘될 턱이 있나? 이거 완전히 이순자를 떠오르게 하는 건데..., , 우리 동네 슈퍼 손녀딸이 이거 진짜 잘하는데.”
하면서 이정훈이 코미디언의 유행어와 동작을 따라 하려다가 멈춘다.
정훈아! 한번 해봐!”
시위주동자의 부탁에 이정훈이 할까 말까 하다가 참는다.
너 석방되면 기념으로 내가 그때 해줄게.”
둘은 동네 개구쟁이들처럼 낄낄거린다.
청량리 시장에서 나와 시립대학 쪽의 한적한 도로를 걷는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인 시위 주동자가 나지막하게 늙은 군인의 노래를 들릴 듯 말 듯 부른다. 보통 학생들은 늙운 군인의 노래를 개사해서 투사의 노래로 불렀는데 직업군인의 아들이 오늘은 원곡 그대로 부른다.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피고 눈 내리기 어언 30,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강산에 묻히면 그만이지.”
시위 주동자의 노래를 이정훈도 같이 조용히 따라 부른다. 노래가 끝나자 이정훈이 걸음을 멈추고 묻는다.
학교에서 좀 더 할 일이 있을 텐데 이번에 *정리하는 건 좀 빠른 거 아냐?”
 

* 정리하다 : 구속이 돼서 학생 신분을 끝내다
 

학생 신분은 계속 기득권 유지고 고민의 연속이잖아. 어차피 평생 할 운동 빨리 정리하고 싶어.”
이정훈이 호주머니에서 청량리 지역 시위약도를 꺼내 시위주동자에게 건넨다.
오늘 밤에 잠도 안 올 텐데 이거 갖고 공부해~”
시위 약도를 건네받은 시위 주동자가 이정훈과 악수를 하고 헤어진다. 그러다가 걸어가던 시위 주동자가 갑자기 뒤돌아서 이정훈을 부른다.
정훈아! 너 약속 꼭 지켜라. 내가 빵에서 나오면 김형곤 흉내 꼭 내는거다?
이정훈이 명랑하게 답변한다
알았어
청량리 지역 일대가 완전히 어둠에 잠긴다.
 

 * ‘대머리단어는 1980년대 파쇼정권의 전두환을 의미한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