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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공포 17 <소설6월10일>
게시물ID : panic_98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2
조회수 : 4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04 1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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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사복 체포조의 기습
 
 

다음날, 점심시간이 끝나고 청량리 지역에 지원 나온 최성식이 오스카 극장 앞에서 청량리역 쪽을 골똘히 쳐다보고 있다. 그 옆으로 김용수가 다가온다.
우리 소대장이 또 무슨 작전을 짜려고 생각에 빠지셨나요?”
최성식이 김용수는 쳐다보지도 않고 앞에 시선을 앞에 둔 채로 입을 연다.
여기 청량리 로터리 지역은 시위대에겐 천국이야. 이건 바로 우리 시위진압대에게는 지옥이라는 얘기지. 로터리 근처에 백화점, 극장, 시장도 있고 지하철에 기차역까지.... 시위대가 시민 틈에 섞여 집결할 공간이 너무 많아. 그리고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퍼져있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용수의 재차 물음에 그제야 최성식이 김용수를 바라본다.
막아낼 방법은 사전 검문 강화밖에 없어.”
오스카 극장 앞으로 전투경찰들이 10m 간격으로 서서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들 가방을 뒤지고 있다. 누가 봐도 청량리역에서 MT를 떠나는 날라리류의 학생들인데 전투경찰들이 연행하여 전경버스에 태운다. 그러다 보니 오스카 극장 앞으로는 아예 지나가는 젊은이들이 없다. 이때, 청량리 진주 상가 건물에서 유인물이 뿌려져 내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진주 상가 출입구에 서 있던 시위주동자가 메가폰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에 뛰어든다. 곧이어 진주 상가 옥상에서 반정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밑으로 펼쳐져 내린다. 시위 주동자가 메가폰을 통해 구호를 외친다.
민중 생존 압살하는 전두환 정권 타도하자!”
시위 주동자 주위를 진주 상가에서 뛰쳐나온 화염병과 각목으로 무장한 전투 소조가 둘러선다. 시립대, 외대 방향에서 대기하고 있던 6개 대학 학생들이 진주 상가 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그러나 스크럼을 짜고 청량리 로터리 방면으로는 전진하지 않고 진주 상가 앞에서 전경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전선 프런트를 형성한다. 이정훈으 시위 전술 이 펼쳐지고 있다.
시위 주동자의 메가폰을 통해 부르짖는 전두환 정권 타도하자구호를 시위 학생들이 따라 외친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시위를 구경하고 있다. 6차선 도로를 완전히 점거한 시위대는 투쟁 의지를 드높이며 운동가요 흔들리지 않게를 부르기 시작한다.
와서 모여 함께 하나가 되자, 와서 모여 함께 하나가 되자! 물가에 심어진 나무같이 흔들리지 않게…….”
노래를 부르며 남학생들이 인도의 보도블록을 뽑아 땅바닥에 내려쳐 깬다. 돌멩이 무기가 된 것이다. 최성식이 진주상가 시위발생 상황을 무전으로 통보받는다. 청량리 로터리, 오스카 극장, 맘모스 백화점 쪽의 시위 발생을 예상하고 배치되어 있던 전투경찰 버스와 페퍼포그 차량이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새끼들, 완전히 허를 찌르는 전술이네
최성식이 쌍소리를 해가며 전투경찰 버스 출동을 명령한다. 그러나 진주 상가 앞 도로를 완전히 장악한 시위대는 앞으로 전진하지 않는다. 그대신 전투 소조들이 다가오는 전투경찰 버스들이 다가올 도로에 미리 화염병과 돌멩이를 투척한다. 앞쪽 도로에 불길이 일어나자 접근하던 전투경찰 버스가 접근하지 못하고 멈춰 선다. 곧이어 남학생들이 돌멩이를 무수히 앞 도로를 향해 던진다. 몇 개의 돌멩이는 멀리 날아와 전투경찰 버스를 강타한다. 6개 대학 3백여명의 학생들이 진주상가 앞 도로를 점거하자 스크럼을 짜고 있자 전투경찰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펼쳐진 상황을 망원경을 꺼내 살피던 최성식이 사복 체포조를 이끌고 차도가 아닌 인도로 걸어서 시위대에 몰래 접근하려 한다. 기습공격을 하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시위대는 계속 구호를 외치고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청량리역 근처,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의 사이를 비집고 최성식과 사복 체포조들이 시위대 쪽으로 서서히 다가간다. 그리고 최성식이 무전기로 청량리 로터리에 대기 중인 전투경찰들에게 SY-44 최루탄을 발사하라고 명령한다. 최루탄이 시위대 머리 위에서 터져서 시위대의 스크럼이 잠시 풀린 틈을 확인한 최성식이 전광석처럼 사복 체포조에게 명령을 내린다.
주동자 새끼 잡아!”
김용수를 비롯한 사복 체포조가 경주마 뛰어나가듯 시위주동자를 체포하기 위해 뛰어나간다. 전투 소조들이 로터리 쪽에 있는 전투경찰만 신경 쓰다 보니 인도 쪽에서 사복 체포조가 뛰어나오는 걸 전혀 보지 못했다. 급작스런 사복 체포조들의 등장에 시위대는 혼비백산 도망가기 시작한다. 시위 주동자를 보호하는 전투 소조 남학생들 서너 명이 각목을 휘두르며 사복 체포조의 접근을 막지만, 시위 주동자를 체포하면 특별포상이 있기 때문에 사복 체포조들은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덤벼든다. 그러다가 김용수가 전투 소조가 휘두른 각목에 팔꿈치 부위를 맞고 쓰러진다. 쓰러졌다가 일어난 김용수의 눈빛이 매섭게 변해있다. 각종 무술로 단련된 사복 체포조와 시위 학생들의 싸움은 애시당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시위 주동자를 보호하는 학생들이 모두 사복 체포조에게 팔이 꺾인 채 체포된다. 이때를 틈타 김용수가 시위 주동자의 허리띠를 뒤에서 낚아챈다. 시위 주동자가 휘청거리며 넘어진다. 그런 시위 주동자를 김용수가 발로 가슴을 짓밟는다. 그래도 시위 주동자가 격렬하게 저항하자 쓰고 있던 헬밋으로 시위 주동자의 머리를 가격한다. 김용수의 과도한 폭력에 근처 노점상 아주머니들이 차도까지 나와 김용수의 팔을 잡아 챈다.
그만 때려!”
갑자기 나타나 자기의 팔을 잡는 어머니뻘 되는 아주머니들 때문에 김용수의 행동이 멈춘다.
뭘 잘못했다고 학생을 때리는 거야?!”
아주머니들의 항의에 김용수가 주춤했다가 위협을 가한다..
자꾸 이러시면 아주머니들도 체포합니다.”
김용수가 노점상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시위 주동자가 다시 일어나 들고있던 메가폰으로 다시 구호를 외친다. 예전 시위 주동자들은 순수히 체포되었는데 이번 청량리 시위 주동자는 한치의 타협도 없이 끝까지 싸우다 체포될 모양새다.
민중 생존 압살하는 전두환 정권 타도하자!”
김용수가 시위 주동자의 메가폰을 뺏으려 하는데 시위 주동자가 뺏기지 않고 계속 구호를 외쳐댄다. 그러자 김용수가 시위 주동자의 배를 주먹으로 세게 가격한다. 시위 주동자가 헉! 하며 도로에 쓰러진다. 메가폰이 그의 손에서 떨어진다. 그 메가폰을 김용수가 발로 짓밟아 깨버린다.
체포된 시위 주동자와 시위 주동자를 보호하던 학생들이 전투경찰 버스 안으로 연행된다. 이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온 김용수가 안에 있는 전투경찰들에게 명령한다.
커튼 쳐.”
전경 버스 유리창을 녹색 커튼이 일제히 가린다. 이제 버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밖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알 수 없다. 김용수가 시위 주동자를 폭행하기 시작한다..
, 이 새끼 오늘 나랑 한번 끝까지 붙어보자!.”
시위 주동자는 고개도 숙이지 않고 그대로 김용수의 주먹을 다 맞고 있다. 그런 김용수의 폭력이 과하게 느껴진 전투경찰 고참들이 김용수를 말린다. 오늘 시위대 각목에 팔꿈치를 맞아 분이 안 풀린 듯 김용수가 씩씩거린다.
이 새끼들 너희는 배부르고 등 따시니깐 데모질할 생각이 나는 거야, 우리는 밥도 제대로 처먹지 못하고 이 지랄 하는 거고…….”
이때 최성식이 차 안으로 들어오자 김용수가 시위 주동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미친 듯이 외친다.
이 새끼가 주동이야! 내가 잡아 왔어.”
김용수가 전쟁터에서 전리품을 챙기듯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 ‘대머리단어는 1980년대 파쇼정권의 전두환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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