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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공포 21 <소설6월10일>
게시물ID : panic_986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3
조회수 : 4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09 14: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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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1. 적들의 심장을 타격하다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종로구 평창동 부유한 주택 지역에는 경비업체 직원들이 지역 경비를 서고 있다. 워낙 잘사는 곳이라 자체 경비원들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지혜 집이 있다. 그 집 앞에서 이정훈이 최지혜에게 두툼한 서류봉투를 건네준다.
이것도 네가 맡아줘. 잘 숨겨놔! 가택수색 나올 수도 있으니…….”
최지혜가 서류봉투를 받아 그 안의 내용물을 살피다가 자기를 포함한 사회문화연구회 회원들 얼굴이 그려져 있는 종이를 발견한다.
정훈아, 이건 언제 그린 거야?”
다들 실물보다 훨씬 낫지?”
이런 거 나중에 초상권 문제 될 수도 있어. 내가 유명 연예인 되면 내 허락도 없이…….”
최지혜가 농담처럼 말한다.
제발 그런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혜야 지금부터 니가 힘들어질 거야.”
나는 괜찮아. 아무 상관없어.”
이때 고급 외제 승용차가 올라오는게 보인다. 최지혜 앞에서 멈춘 승용차의 유리 창문이 열리고 최지혜 아버지 얼굴이 보인다.
아빠!”
이정훈이 최지혜 아버지에게 인사한다. 최지혜의 아버지가 내리지도 않고 차 안에서 이정훈의 아래위를 살피는데 세련된 양복에 잘생긴 청년이라 호감이 가는 표정이다.
같은 서울대 학생인가?”
······.”
전공은?”
법학과입니다.”
법대생 멋쟁이 이정훈을 보고 최지혜 아버지가 신입사원 면접관 같은 질문을 한다..
아버지는 뭐하셔?”
이 말에 최지혜가 아버지를 째래본다. 아버지 직업을 묻는 속물적인 근성을 보이는 아버지가 창피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말을 얼버무린다.
아니 아버지가 뭐하시는지 그냥 궁금해서…….”
이정훈이 어색한 분위기를 마무리하려고 먼저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이정훈이 최지혜와 헤어지고 여의도 순복음 교회 근처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일요일이라 교회 앞마당은 예배를 마친 교인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이정훈의 사회문화연구회 후배들이 먼저 와 있다. 김영철은 손에 성경과 찬송가까지 들고 있다. 누가 봐도 이 교회를 다니는 기독교 신자로 보인다.
교회만큼 공개적으로 모이기 좋은데도 없을 거야, 사람들이 많아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교회 식당에 가면 친절하게 공짜로 밥도 주고.”
저쪽에서 이정훈이 걸어온다.
조금 늦어서 미안하다.”
지혜 선배가 아직 안 왔어요.”
지혜는 이제 우리 모임에 오지 않을 거야.”
정훈이 형 그게 무슨 말이죠?”
후배들의 궁금함에 이정훈이 무겁게 입을 연다.
지혜가 운동을 그만하겠대.”
다들 말이 없다. 그러나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게 분명하다. 그런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이정훈이 말한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도 본인이 판단한 거고 운동을 관두는 것도 본인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봐.”
운동 관두고 지혜 선배는 뭐한데요?”
미국 유학 준비한다고 하던데…….”
그러고 보면 지혜 선배는 구속된 적도 없고 구류 경력도 없어서 미국유학 비자 발급도 가능하네요. 아버지 사장님이시고. 이래서 북한에서 출신 성분을 그렇게 강조했나봐요.”
후배의 빈정거림을 이정훈이 질책한다.
그런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함께 운동했던 동료에 대해 고작 비아냥거림 밖에 해줄 게 없는 거야? 동지라는 친구도 이렇게 대한다면 우리가 모르는 민중들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거지?”
후배들이 묵묵부답이다.
다음 얘기로 넘어가자. 왜 자꾸 오다가 새는 거야? 세운상가, 신설동 가투는 단순 피세일이라 학생들 동선 파악하기에도 짭새들이 쉽지 않았을 텐데, 왜 이러는 거야?”
이정훈의 연달아 실패한 가투에 대해 묻자 후배가 대답한다.
적들이 지역을 장악하고 검문 검색을 세게 하는 바람에 그런 거 아닐까요?”
한국에 경찰이 몇 명이라고 생각해? 8만 명도 안 돼, 지금 전국 대학가에 배치만 해도 8만 명으로도 모자랄 지경인데…… 여기저기 가두시위할 만한 장소에 경찰이 흩어져 있어, 근데 우리가 가투할 시간에 맞춰 경찰들이 몰려들어.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이정훈의 문제 제기에 아무도 신통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어제 신설동 가투에서 차 사고 난 이화여대 동은 무릎관절이 나가서 혼자 걸을 수 없다고 하더라
이정훈이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나서 제안한다.
적들에게 분노의 타격 한번 가하자! 이번 주 토요일 오후 3시 신설동 로터리에서 폭력진압 규탄대회공개시위로 대학마다 *자보로 알려. 그리고 실제 타격 지점은 당일 날 알려줄게.”
 

* 자보 : 대자보
 

그 다음날, 서울 시내 주요 대학 도서관 앞에 설치되어있는 대자보에 붙어있는 공고문을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읽고 있다.
폭력진압 규탄대회, 이번 주 토요일 오후 3시 모이자! 신설동 로터리로!!
학생운동세력이 대규모 가두시위를 예고한 토요일이 되었다. 지원 나온 서울 시내 각 경찰서 기동타격대 전투경찰 버스들이 신설동 로터리를 에워싸고 있다. 전경들의 검문검색은 동대문역부터 제기동역까지 역과 버스정류장에서 물샐틈없이 하고 있다. 신설동 로터리에 배치된 최성식이 주위를 둘러본다.
시위가 벌어지는 3시까지 아직 1시간이나 남은 시간이지만 거리가 너무 고요하다. 이상하다. 시위대 동선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전경들이 사전 검문으로 지나가는 대학생들의 가방과 쇼핑백 등을 뒤져보지만 화염병, 각목 들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유인물 한 장 찾아내지 못한다. 최성식이 의아해하며 지나가는 버스를 얼핏 보는데 운동권 학생들이 신설동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통과한다. 왠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가는 것 같다.
오늘 토요일 대규모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서울 시내 전투경찰들이 신설동으로 총 집결하는 바람에 치안본부가 있는 서대문 로터리에도 전투경찰 버스가 한 대도 없다. 이정훈의 시위 전술을 뒤늦게 파악한 최성식이 무전으로 현 상황을 치안본부에 보고하기 직전, 대학생 차림의 학생들 30여 명이 치안본부 반대쪽 골목 안에 숨어있다. 그리고 택시 한 대가 치안본부 도로 앞 신호등에서 멈추자 그 안에서 학생들 4명이 동시에 내린다. 그리고 화염병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치안본부 정문을 향해 던진다. 이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지는 것을 신호로 골목 안에 숨어있던 학생들이 함성을 지르며 뛰어나와 돌멩이를 치안본부 정문을 향해 던진다. 정문을 지키던 전경들이 시위대의 기습공격에 도망친다. 그러자 학생들이 화염병 수십 개를 치안본부 정문을 향해 모두 던진다. 치안본부 정문이 활활 불에 탈 정도로 화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구호를 크게 외치고 모두 동시에 현장을 빠져나간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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