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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공포 25 <소설6월10일>
게시물ID : panic_986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가입:2018-05-02 방문:49)
추천 : 4
조회수 : 3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15 11: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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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방학에도 쉬지 않는 학생들의 시위
 
 

815해방절에 가리봉 오거리의 가오리 시위 준비를 위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사무실에서 학생들이 등사기로 유인물을 밀고 있다. 그런데 유인물이 찍혀나올 종이가 부족하다. 김영철이 후배들을 꾸짖는다.
그래서 내가 미리미리 사놓으라고 했잖아. 동선 파악될 수도 있으니 학교 앞 말고 신림사거리 가서 사와.”
후배 2명이 갱지 종이를 사러 나간다. 때맞춰 내리는 여름 장대비에 우산이 없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니다. 선배 김영철이 신림사거리에서 종이를 사 오라고 했지만 갈 길이 너무 멀다.
우리 그냥 우호 세력인 법학과 사무실에서 용지 좀 빌려오자.”
영철이 형이 신림사거리에서 사 오라고 했는데…….”
비 오고 우산도 없잖아. 그냥 오늘만 거기서 갖고 오자. 그 조교 형 좋잖아.”
후배 둘은 의견일치를 보고 법학과 사무실로 비를 맞으며 뛰어간다. 조교가 책을 보고 있다.
조교님, 안녕하세요? 총학에서 왔습니다. 종이 좀 빌릴 수 있나요?”
빌려 가, 복사기 옆에 있어.”
감사합니다.”
후배 두 명이 복사 용지를 들고 나가려는데 조교가 아무 뜻 없다는 듯 편히 묻는다.
요즘 *민민투 이슈가 뭐야?”
 

* 민민투 : 민족민주투쟁위원회의 약자
 

“*노학연대죠.”
 

* 노학연대 : 노동자, 학생 연대투쟁의 약자
 

노학연대면 서울 시내보다는 노동자들이 많은 구로나 영등포, 인천 쪽에 유인물 뿌려야 하는 거 아냐?”
, 그렇죠.”
후배들이 조교의 의도된 질문에 걸려들었다.
어디다 뿌리는데? 인천?”
아니요. 가리봉이요.”
후배들이 보안 개념 없이 조교에게 시위 지역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나온다. 조교가 사무실에 걸려있는 달력을 본다. 빨갛게 인쇄된 815일이 눈에 들어온다. 어딘가에 전화를 한다.
서대문 경찰서 내무반에서 최성식이 소대원들을 앞에 두고 일장훈시를 하고 있다
들은 8월 중에 어느 날이 제일 좋아?”
뜬금없는 소대장의 질문에 전투경찰 소대원들이 서로의 얼굴만을 쳐다본다.
“8월은 다 좋은 날이야. 왜냐하면, 여름방학이잖아. 니들 어릴 때 8월 어땠어? 좋았지?”
최성식의 강요에 전투경찰들이 !’라고 큰소리로 답한다.
그런데 8월에 진짜 좋은 날은 815일이야. 왜 그런지 아는 사람?”
최성식의 퀴즈에 전경 고참이 손을 번쩍 든다.
광복절 노는날 이라서 좋습니다.”
그렇지 우리가 해방된 날이라서 좋고 노는 날이라서 더 좋지. 그런데 이렇게 좋은 날, 우리도 하루 쉬어야 하는데, 나쁜 소식이 있다. 공돌이 공순이 새끼들이 일은 안 하고 데모하러 밖으로 기어 나온다. 데모하는 학생 새끼들이 꼬드겨서 나오는거다. 이날 더러운 기분을 바퀴벌레처럼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새끼들 잡아 족치는 걸로 풀어보자
최성식이 입가에 야릇한 미소까지 번지며 잘근잘근 씹듯 말을 한다.
거리 곳곳에는 광복절을 기념하는 태극기가 가로등 마다 걸려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온 몸에서 줄줄 흘러내린다. 날이 가물어서 비도 오지 않아 불쾌지수만 아주 높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저녁 시간이지만 태양열이 달궈놓은 아스팔트가 아직도 후끈후끈한 열기를 토해내고 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정훈이 가리봉 오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 옥상에 서 있다. 이정훈이 망원경을 꺼내 거리 여기저기를 살펴본다. 가리봉역에 배치되어 있던 전투경찰 버스들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다. 역 앞에서 검문하던 전투경찰들도 보이지 않는다. 이동한 전투경찰 버스가 가리봉 오거리 버스 정류장 앞에 멈춰 선다. 사복 체포조들이 오늘 시위에서 현수막이 걸릴 육교 위에 아예 서 있다. 사복 체포조들이 시위대가 골목 사이에 숨어있듯이 가리봉 오거리 퇴로가 될 만한 골목에 들어가 있다. 이 모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이정훈이 오늘 가두시위 오더가 샌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안 돼! 동이 뜨면 안 돼!’
이정훈이 건물 계단으로 빠르게 내려온다. 공중전화를 찾다가 한 대를 발견했는데 고장이라는 푯말이 동전 투입구에 끼워져 있다. 이정훈이 허겁지겁 뛰어가서 다른 공중전화를 발견하고 전화를 건다.
총학생회 부탁합니다. 여보세요, 총학생회죠? 김영철 학생 부탁합니다. 김영철!”
하는데 앞쪽에서 검문 경찰들이 이정훈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정훈이 통화연결을 하지 못한 채 수화기를 떨어뜨리고 슬금슬금 몸을 피한다. 이정훈이 내려놓은 수화기로 김영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세요?”
이정훈이 다시 공중전화를 찾는데 길 건너편 슈퍼마켓에 빨간 전화기가 보인다. 다급한 이정훈이 건널목이 아닌 데서 무단 횡단하다가 다가오는 트럭을 미처 못 봤다. 브레이크를 심하게 밟는 소리가 들린다. 이정훈이 끼고 있던 안경이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진다.
가리봉 오거리, 815일에도 출근을 한 노동자들이 퇴근 시간 9시 쯤 공장을 나선다. 가리봉 오거리에 오늘따라 길게 줄을 맞춰 대기해있는 전투경찰 버스를 보고 노동자들이 뭔 일이 벌어지나? 하는 눈빛이다. 지하철역을 피해서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는 학생들이 전경들에게 전원 체포되고 있다.
버스 문 열지 말고 경찰서로 끌고 가!”
최성식이 학생들이 타고 있는 버스를 아예 가리봉 오거리 정류장에서 문도 못 열게 하고 사복 체포조들이 에워싸서 그 버스를 경찰서로 끌고 간다.
오늘 시위 정보가 샌 것을 모르는 노동자 시위 주동자가 호남식당 골목 안에서 초조하게 손목시계 바늘이 9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주동자 옆에는 열 명 정도의 시위 적극가담 노동자들이 있는데 그중에 한 명이 이정훈과 여수에서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이 고교 동창은 서울 전학생한테 찢어진 내복을 입었다고 거지새끼라는 놀림을 받았던 전칠성이라는 이름의 노동자다.
한편, 병원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던 이정훈이 눈을 뜬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여기가 어디지?’
아직 정신이 얼떨떨한 이정훈이 주위를 둘러본다. 정신을 차린 이정훈을 보고 의사가 다가온다.
깨어나셨군요, 다행히 차에 부딪히지는 않았습니다. 교통사고 쇼크로 잠시 정신을 잃었어요.”
지금 몇 시죠?”
시간을 묻는 이정훈을 의사가 뭔 소린가? 싶어 응급실 벽시계를 쳐다본다. 응급실 벽에 걸려있는 시계바늘이 9시를 가리키고 있다. 이정훈이 침대에서 내려온다. 그런 이정훈을 의사가 말린다.
이렇게 가면 안 됩니다.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으니 오늘 하루 입원해서 검사를 받고…….”
의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정훈이 밖으로 달려나간다.
한편, 가리봉 오거리 골목 안에 숨어있는 오늘 시위 주동 노동자가 체포되는 학생들을 보고 있다. 현수막을 뺏기고 유인물을 소지한 학생들이 사복 체포조에게 잡혀가고 횃불 시위를 위해 솜뭉치가 달린 각목을 갖고 나타난 학생들은 전경들에게 방패로 흠씬 두들겨 맞고 있다. 이정훈과 고등학교 동기인 찢어진 내복의 주인공 전칠성이 시위를 주동할 노동자에게 초조히 묻는다.
, 9시가 됐는데 어떻게 하죠?”
학생들이 횃불 들고 현수막을 걸면 하기로 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네.”
오늘 9시에 시위하는 거 동료들이 다 알고 있는데요.”
전칠성의 촉구에 시위 주동 노동자가 결심한다.
그래 약속은 지키자!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시위 주동 노동자가 행동으로 옮긴다. 시위 주동자가 차도로 뛰어나간다. 메가폰도 없이 손나발로 구호를 외친다.
우리 노동 형제들이여, 8시간 노동 쟁취하여 노동해방 앞당기자!”
시위 주동자의 선창에 맞춰 함께 달려 나온 전칠성과 노동자들 오십여명이 스크럼을 짜고 구호를 외친다. 갑작스런 노동자들 시위대에 사복 체포조들이 당황한다. 시위 주동자는 두려움 없이 거리에 있는 시민들을 향해 하고 싶은 얘기를 토해낸다.
공장 사장님들이 보기엔 우리가 버러지 같아 보이겠지만, 이 땅에서 가장 오랜 시간 우리는 일하고 있지만 가장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이제 외칩니다. 8시간 노동 쟁취하여 노동해방 앞당기자!!”
시위 주동자가 구호를 외치며 손을 머리 위로 내어 뻗는다. 사복 체포조들이 그제야 노동자들을 체포하러 뛰어간다. 시위 노동자들이 백골단이라 불리는 사복 체포조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싸움을 벌인다. 사복 체포조 김용수가 노동자들을 곤봉으로 후려친다. 가격당한 노동자들이 도로에 쓰러진다. 김용수가 또 다른 노동자를 곤봉으로 때리려다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 멈춘다. 자기랑 고등학교 동창인 찢어진 내복 전칠성을 발견한 것이다. 전칠성도 그런 김용수를 이 와중에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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