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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가는 길
게시물ID : panic_986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가입:2006-07-27 방문:686)
추천 : 41
조회수 : 249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6/16 13: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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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누나가 겪은 일입니다.

7년 전, 2003년 6월.
아버지께서 폐가 좋지 않아 지방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가셔야 되었습니다.
가족들 모두 폐암이라 생각하고 눈물로 보내야 했습니다.

아버지께선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는데, 앙상하게 마르시고 피부색이 검게 변해서 같은 병실 환자들도 병이라도 옮길까봐 말을 걸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22살이었던 누나는 시골에서 갓 상경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아버지를 병간호하고 정성스럽게 보살폈습니다.

하루에 4시간도 잘 수가 없었지만, 누나는 피곤함도 잊고 열흘 동안 아버지 곁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은 차도가 없었고, 누나가 열흘 동안 있는 사이에 말기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두 명이나 병원 창문에서 투신자살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피곤했던 터라 아버지 옆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누워계시던 아버지가 일어나셔서 어딘가 같이 가자고 하셨답니다. 누나는 아버지 몸이 괜찮아지신 줄 알고 따라갔는데, 서울에 계신 고모들과 돌아가셨던 할머니까지 한자리에 모여서 한상 크게 차려놓고 식사를 하고 계셨답니다.

얼떨결에 분위기에 휩쓸려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할머니랑 아버지가 사라지셨답니다. 누나는 그 와중에도 두 시간마다 받는 검사가 생각나서 시계를 보고는 검사시간을 맞춰 아버지를 모시러 가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밥 먹다가 식당을 나가 한참을 달렸는데, 안개가 가득한 언덕이 보이더랍니다. 언덕과 들판은 시든 것처럼 맥없어 보이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언덕을 가로질러 길고 구불구불한 길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구불구불한 길옆에 강이 하나있었다고 합니다.

누나는 언덕 위에서 아버지를 찾으려고 내려다보는데 그 구불구불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 띄엄띄엄 한 사람씩 어딘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게 보였답니다. 마치 점이 찍힌 것처럼…….

한참을 두리번거리는데 뒤쪽에서 아무 표정 없이 할머니와 아버지가 그 길을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생생한 것은 할머니는 검정색 원피스를 입으셨고 아버지는 바지는 검정색 정장바지 윗옷은 하얀 와이셔츠를 입었다고 기억합니다.

누나는 급히 뛰어가서 아버지께 검사하러 가야된다고 했고, 아버지께선 검사를 받으러 갈 테니, 할머니를 대신 모셔다 드리라 하셨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검사받으시러 어디론가 가시고 누나는 할머니 뒤를 따라 그 길을 계속 걸었답니다. 한참을 걷다 문득 시계를 보고 아버지께 가야될 것 같아 할머니를 부르려는데 뒷모습이 친할머니가 아니었답니다. 왠지 어색하지만 낯설지는 않는 모습이었지만, 누군지는 몰라서 할머니를 향해 지금은 너무 늦어서 모셔다 드리기 어려우니 다음에 데려다드리겠다고 하고는 도망쳤다고 합니다.

(누나가 꿈속에서 시계를 확인한 시각은 저녁9시였고, 언덕길로 인해 시골길이라 착각했는지 버스시간이 늦어 지금은 갈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골은 버스가 도시와는 다르게 저녁9시가 되면 막차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윽고 누나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30분 정도 잠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누나가 꿈을 꾸었던 날, 아버지는 차도가 안 생겨 투약하는 약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바꾸었던 날이었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버지는 폐암이 아닌 폐염증으로 판명되고 손바닥만 한 폐에서 종기 9개가 나왔고 고름을 뽑아내니 사이다병으로 2병이나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일주일 만에 퇴원하셨습니다.

한 달 후 쯤, 누나는 건강을 회복하신 아버지와 읍에 갔다 오는 길이었습니다. 평소로 다르게 산을 넘어서 오는데, 묘하게 낯익은 것이……. 한 달 전 병원에서 꾼 꿈에 나왔던 언덕이었던 것입니다.

꿈에서 본 구불구불한 길은 해남 미황사에서 땅 끝 방향으로 가는 길이며, 그 길 끝에는 조상을 모시는 선산이었습니다. 그리고 꿈에서 본 길 옆 강은 저수지였는데, 혜원저수지라고 저수지 중앙에 섬이 하나있는 특이한 저수지입니다.

그리고 그 날 밤. 누나가 피곤해서 바로 드러누웠는데 평소에는 잘 보지도 않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시골집에 어르신 초상화나 사진이 액자에 끼워져 벽에 걸려있는데 누나는 사진을 보고 소름끼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사진은 증조할머니 사진이었는데, 꿈에서 할머니인줄알고 따라갔다가 본 그 할머니가 바로 증조할머니였던 것입니다.

손자(그러니까 저희 아버지)를 데리러 와서 손잡고 함께 선산으로 가는 걸 누나가 말린 것입니다.

7년 전 이야기이지만, 부모님 일손 도우러 그곳을 지날 때면 아직도 소름이 끼칩니다.

[투고] 소똥벌레님
출처 http://thering.co.kr/1984?category=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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