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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공포 26 <소설6월 10일>
게시물ID : panic_986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4
조회수 : 4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17 18: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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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6. 사복 체포조와 노동자 친구와의 만남
 
 

이정훈이 잠실 비밀 아지트 연립주택에서 혼자 일간지 신문 기사를 보고 있다
815일 광복절에 가리봉 오거리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8시간 노동제 쟁취를 주장하는 불법시위로 인해 인근 퇴근길 교통이 극심한 정체를 보이고 시민들이 불편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 현장에서 붙잡힌 태흥 전자 노조 위원장 김진철(25)을 구속하고 연행된 시위 근로자 중에서 전칠성(23)은 구류 3일에…….
이정훈이 신문을 접으며 골똘히 생각한다.
지난번 청계천, 신설동 가투에 이어 가리봉 오거리까지 오더가 계속 샌다. 이건 조직 내에 프락치가 있다는 건데…….’
그러다가 신문에 인쇄된 전칠성(23)이란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전칠성이라……
구로 경찰서 유치장에는 가리봉 오거리 시위로 연행된 전칠성과 노동자들이 갇혀있다. 유치장 극심하게 좁은 공간에 잡혀 온 노동자들이 앉지도 못하고 선 채로 들어차 있다. 유치장에는 선풍기도 없다. 연행된 노동자들은 온몸이 땀과 흘러내린 피로 범벅이 됐다. 학생들과 달리 노동자들이라 경찰들이 제 때에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 이때 유치장 밖에서 전칠성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있다.
전칠성!”
전칠성이 고개를 돌려 보니 사복 체포조 김용수다. 김용수가 주위에 사람들을 의식해 일부러 거칠게 말한다.
나와, 이 새끼야!”
김용수가 전칠성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어디론가 데려간다.
경찰서 옥상에 올라간 김용수가 전칠성의 수갑을 풀어준다. 담배 한 개비를 전칠성에게 내민다. 그러자 전칠성이 담담히 말한다.
용수야, 이렇게까지 할 필는 없는데.”
폼 잡지 마! 그냥 펴! 오랜만이다. 칠성아
김용수가 라이터로 담배에 불까지 붙여준다. 둘이 서로를 맞담배를 피며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우리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이지? , 경찰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니가 오늘 나한테 체포되서 다행인 줄 알아, 데모하다 우리한테 잡히면 뒤진다고! 잡혀 온 니 친구들 맞는 거 봤지? 그러니깐 다시는 데모하지 마! ”
김용수의 애정어린 부탁에 전칠성이 답을 안한다. 그러자 김용수가 뭐가 생각난 듯 입을 연다
최성식이 알지?
경찰대 간 애?”
그래, 그 새끼가 내 위에서 소대장하고 있어
성식이는 고등학교 때 얍삽했는데 아직도 그래?”
개 버릇이 어디 가겠니.”
김용수가 담배 한 개비를 더 피워 물며 이정훈의 소식을 전해준다.
정훈이 얼마 전에 만났다.”
김용수 입에서 이정훈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전칠성의 얼굴이 환해진다.
정훈이, 우리 정훈이 판사 됐어?”
판사는 아직 안됐고 곧 될거야, 정훈이는 양복 쫙 빼입고 있는데 아주 귀공자 타입이더라.”
원래 잘생기고 공부 잘하고 거기다가 의리도 있잖아.”
정훈이 의리 하나 죽여주지, 우리 고1 때 경찰서에서 끝까지 자기 혼자 애들 팼다고 하면서 반성문도 쓰지 않았잖아. 그걸 내가 바로 옆에서 목격한 사람이야.”
김용수가 별것도 아닌 일을 자랑스러워한다. 전칠성이 그리움이 가득한 얼굴로 혼잣말을 한다.
독립투사의 후손, 정훈이 보고 싶다.”
, 꿈 깨! 정훈이가 너나 나 같은 놈 만나려고 하겠냐? 앞으로 판사를 하실 분인데.”
그렇겠지. 그래도 정훈이 소식 들으니깐 기분은 좋다.”
, 이 미친 새끼야 뭐가 기분이 좋아?! 너는 까닥했으면 구속될 뻔했는데, 이 미련 곰탱이 같은 녀석
김용수가 전칠성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툭 친다. 꽁초가 된 담배를 발로 비벼 끄며 김용수가 전칠성에게 진심어리게 부탁한다.
내가 백골단 하면서 구속된 학생들 엄마, 정말 많이 봤다. 너 구속되면 니 엄마 고향에서 올라와야 해. 그러니깐 데모 그만해라! 구속된 애들 엄마 보니깐 우리 엄마 생각도 나고 마음이 아프다. 알겠지?”
김용수의 부탁에도 전칠성이 묵묵부답이다. 그러자 김용수가 차분히 묻는다.
칠성아, 그러면 무식한 내가 너한테 하나만 물어보자 학생들이야 배운 게 많아서 그런다 쳐도 너나 나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왜 데모하냐?”
전칠성이 평상시 느릿한 말투와 달리 덜렁대지 않고 또박또박 자기 생각을 전한다.
나는 먹고살기 힘들지 않으려고 데모하는 거야. 우리가 가난하게 태어나서 대학도 못 갔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봤어. 우리 아버지는 일요일도 쉬지 않고 일했어. 일 년 365일 일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느꼈어, 이 세상은 잘못됐다. 그리고 이제 내가 아버지처럼 살아가는 노동자가 됐어. 용수야, 내가 바라는 건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으려는거야.”
~ 복잡해. 몰라, 몰라.”
김용수가 다시 전칠성 손목에 수갑채우고 밑으로 데리고 내려간다.
 

***
 

여름방학이 끝나고 대학가는 2학기 개강을 했다. 학생들 등교시간에 이정훈과 김영철은 당산동에 위치한 자동차 운전면허 학원에 있다. 거기서 김영철이 차량 운전 연습을 하고 있다. 2종 보통 면허가 아닌 대형 특수면허인 사다리차를 운전하고 있다. 운전 연습이 끝나고 얼굴이 땀으로 흥건히 젖은 김영철에게 이정훈이 다가온다.
영철아, 할 만하냐?”
, 공부가 제일 쉬워요. 제가 자가용을 운전해본 것도 아니고, 이게 단순히 핸들만 움직이는게 아니에요. 덩치가 워낙 커서 후진하는 것도 뒤가 안 보이고 거기다가 정차해서 사다리를 폈다 접었다 하는 게 각도 맞춰서 정확한 높이에 갖다 대야 하고 어휴 힘 빠져
이정훈이 김영철에게 수고했다고 시원한 캔 콜라를 내민다. 김영철이 캔 콜라를 따서 한입 들이키고 이정훈에게 먹으라고 건네주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사다리차가 무게 중심을 잡으려면 앞뒤 바퀴 네 쪽에서 지지대 뽑아내 줘야 하고요. 달나라 도착하는 우주선 모는 게 왠지 이럴 거 같은데요.”
영철아! 힘내라 니가 이거만 능숙하게 다뤄도 이번 코카콜라 이글 작전은 절반이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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