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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6월10일> "도시빈민들과 함께 싸우는 전술<택>을 짜다"
게시물ID : panic_986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3
조회수 : 57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6/20 15: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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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8. 도시 빈민들과 함께 싸우는 전술 <>을 짜다
 
 

밤늦은 시간, 비밀 아지트 연립주택 현관문을 김영철이 열고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이정훈에게 메모지를 건넨다.
법학과 조교 형이 준 거예요. 법학과 사무실로 형을 찾아온 사람이 남긴 메모래요.”
이정훈이 메모지를 보는데 거기에 김용수, 전칠성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그 사람들이 정훈이 형을 보고 싶어 한데요. 고등학교 친구라고 하던데요.”
이정훈이 메모지에서 전칠성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방 한구석에 쌓아놓은 신문을 뒤진다.
구류 처분 받은 노동자 이름이 전칠성이지…….”
이정훈이 지난 신문에서 전칠성이라는 이름을 발견한다
야아~ 이런 일도 있네
왜 그러세요?”
지난번 가오리 시위에서 구류를 받은 노동자 전칠성이 나랑 고등학교 동기네.”
우와……. 이런 우연이
이정훈이 전달받은 메모지를 소중히 호주머니에 넣는다.
영철아, 이번 주 토요일 오전에 애들 좀 여기 모아라. 등산복 차림으로.”
등산복 차림, 알겠습니다.”
이정훈 지시에 따라 토요일 오전에 이정훈과 후배들이 등산복 차림으로 상계동 근처 산 위에 있다. 토요일이라 등산객들이 많다. 등산복으로 위장한 이정훈이 철거가 진행 중인 상계동 빈민가 주택 쪽을 산 위에서 살펴보고 있다. 철거민들은 동네 한복판에 망루를 쌓아 경찰들과 대치중이다. 전투경찰뿐만 아니라 용역 철거반원 깡패들이 망루 앞에 진을 치고 있다. 상황을 파악한 이정훈이 후배들에게 말한다.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전두환 정권이 도시미화 사업이라면서 상계동 빈민 지역을 다 밀어버리려고 해. 이번 가투는 도시 빈민들과 함께 하는 학생운동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그런데 현장에는 경찰들 뿐만 아니라 깡패들도 있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우리가 산 위에서 저들의 동선을 파악하자고.”
정훈이 형, 우리가 오늘은 산신령이 된 기분이에요?”
산신령 좋다. 여기 상계동은 지하철도 없고 버스도 30분에 한 대 들어올 정도로 접근성이 떨어져. 그래서 우리가 적들과 *프런트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아.”
 

* 프런트(Front) : 전경과 싸우는 전선
 

이정훈이 이번 시위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죠?”
게릴라전으로 가자.”
게릴라전이라면?”
등산객으로 위장해서 산을 타고 내려가 최대한 접근하는 거야. 그러면 망루 쪽에 있는 상계동 주민들은 우리를 볼 수 있어. 영철이가 이번 주에 상계동 철거민 대표 만나서 철거반원들 점심시간이 언제인지, 그리고 언제 병력이 가장 적은지를 물어봐. 거기에 맞춰서 우리가 산에서 내려오면서 싸움을 시작하자고, 백골단들이 당연히 쫓아올 테니 전소들은 숲속에 숨어 있다가 타격을 가하자.”
우와~ 거의 임꺽정 산적 수준인데요.”
산적이라는 후배 농담에 모두가 낄낄거리며 웃는다.
퇴로도 좋아. 산이니깐 맘껏 도망치자고, 근데 산은 뛰기 어려우니 여학생들은 빼고 남학생들만 동원해, 뜀뛰기 잘하는 애들로.”
, 알겠습니다. 우리 산에 올라온 김에 야호나 한번 할까요?”
무슨 야호니? 촌스럽게…….”
그러다가 이정훈이 제일 먼저 손나발을 하고 힘차게 야호를 외친다. 뒤이어 후배들 모두가 야호를 크게 소리친다. 야호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크게 돌아온다.
그리고 며칠 후, 김영철이 상계동 철거대책 위원회 주민 대표를 만나 시위할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시위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상계동 망루에는 철거민들이 올라가 있다. 화염병, 돌 등을 모아두고 철거반원 깡패들이 진입할 경우 즉각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망루 앞쪽에는 마을주민들이 고물, 목재, 백돌을 함께 쌓아서 철거반원들 진입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매미 소리조차 후덥지근하게 들리는 여름 더위에 사복 체포조들은 찜통 같은 버스에서 나와 나무 그늘 밑에 앉아있지만 더위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아악! 물도 뜨거워.”
태양열에 데워진 주전자의 물을 김용수가 마시다가 뱉어버린다. 학교 수업을 마친 동네 초등학생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마중 나오는 어머니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철거반원들이 못 지나가게 방해하고 있다. 몇몇 철거반원들은 초등학생 어머니들에게 치근덕대기도 한다. 김용수가 이걸 보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봐! 철거반원이면 철거반답게 철거나 하쇼.”
김용수의 감정 실린 말투에 철거반원들이 김용수를 노려본다. 김용수가 그런 철거반원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침을 뱉듯 말을 내뱉는다.
왜 내 말이 좆같이 들려?”
철거반원들이 사복 체포조 경찰이라 참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바람에 동네 주민들이 바리케이드 밖으로 나온 틈을 이용해 철거반 반장이 철거반원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지금 깨부숴!”
철거반원들이 쇠파이프를 움켜쥐고 달려나가 바리케이드를 부수기 시작한다. 옆에 어린아이들과 어머니, 노인네들이 있는데도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노인네들이 바리케이드를 못 부수게 철거반원들 앞에 막아서지만 철거반원들의 완력에 밀려 넘어진다. 김용수가 이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이 새끼들아, 니들 집에 엄마도 안 계시냐?!”
동네 개들도 몰려나와 철거반원들을 향해 격렬하게 짖는다. 어린아이들은 무서워 비명을 지르며 울기 시작한다. 철거반원들의 폭력 앞에 전투경찰들은 대열만 갖춘 채 쳐다보고 있다. 김용수가 최성식에게 따지듯 묻는다.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가만히 있어.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상부의 명령이야!”
아니, 죄도 없는 동네 주민들을 깡패 새끼들이 괴롭히는데 우리 경찰이 이러고 있어도 민중의 지팡인가요?”
김용수의 핏대 세운 항의에 최성식이 김용수를 노려본다.
, 왜 그래? 우린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우리 임무야!”
김용수가 이를 악다문다. 이때 철거민들의 망루에서 사이렌이 울린다. 이제 이정훈이 도시빈민들과 학생들이 함께 하는 시위전술, 택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걸 신호로 동네마을주민들이 바리케이드에서 물러난다. 곧이어 망루 위에서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있는 철거반원들을 향해 화염병과 돌멩이가 날아온다. 그러자 철거반원들이 바리케이드에서 뒤로 물러선다. 이 상황을 보고 최성식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1조 앞으로!”
최성식의 명령에 따라 앞 대형에 서 있는 전투경찰들이 방패를 높이 들어올려 철거반원들을 보호해 준다. 전투경찰 방패 뒤로 철거반원들이 몸을 숨긴다. 전경들 방패에 부딪히는 돌멩이 소리가 무수히 들린다. 이때 뒤쪽 산에서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며 나타난다. 백 여명 가량의 남학생 시위대다
살인철거 자행하는 파쇼정권 타도하자!”
대학생 시위대가 나타나자 힘을 얻은 철거민들이 망루에서 화염병과 돌을 힘차게 던져댄다. 화염병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며 휘발유 시너가 방패에까지 튀어 올라 방패에 불이 붙는다. 그러자 전경들이 간이용 소화기를 꺼내 불을 끄기 시작한다. 산 위에서 내려온 학생들이 돌멩이를 던진다. 전경들은 뒤쪽에서도 공격을 당하는 꼴이다. 방패를 성급히 뒤쪽 학생들 돌멩이를 막아내려 돌리려다가 몇몇 전경들이 넘어지기도 한다. 대열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최성식이 다급하게 최루탄 발사를 명한다.
최루탄 발사!”
전경들이 대학생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한다. 자욱한 최루 가스가 걷히자 마을 주민들이 대학생들의 얼굴을 물로 씻겨주고 있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양심 있는 전투경찰들의 방패가 밑으로 힘없이 떨어진다. 전경들의 동요가 나타난다. 그러자 최성식이 지휘봉으로 방패를 밑으로 떨어뜨린 전경들의 헬밋을 후려친다.
이 새끼들! 뭐 하는 거야?! 방패 들어!”
학생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전경들이 대열을 맞춰 방패를 들고 걸어나가고 그 뒤에 사복체포조들이 바짝 붙어 따라간다. 그러자 동네 노인네들 여러 명이 몰려나와 전경들 앞을 가로막는다. 전경들도 노인네들이라 어쩌지 못하고 멈춘다.
지금 여러분들은 공권력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불법시위에 동조하는 주민들은 가차 없이 체포합니다.”
최성식이 메가폰으로 마을 노인네들을 협박한다. 그래도 노인네들이 물러서지 않는다. 학생들이 구호가 산울림처럼 들려온다.
민중생존 압살하는 아시안 게임 결사반대!”
학생들이 외친 구호를 망루 위, 철거민들도 따라 외친다. 그 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최성식이 사태 심각성을 파악하고 사복 체포조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21조로 노인네들 들어서 옮겨!”
김용수를 비롯한 사복 체포조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팔다리를 양쪽에서 잡아 끌어낸다..
지금이다! 방패 열고 저 새끼들 잡아!”
최성식의 단말마 지시에 전경들의 방패가 동시에 열리며 그 사이로 사복 체포조들이 뛰어나간다. 그러자 시위대가 싸우지 않고 산 쪽으로 바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사복 체포조들이 산 위로 올라가는데 숲속에 매복해있던 남학생들 십여 명이 나타나 화염병을 던진다. 화염병이 멀리서 떨어졌지만, 사복 체포조들은 위로 올라가는 지형에 겁이 나서 더 이상, 시위대를 추격하지 않는다. 차라리 시위대가 빨리 시야에서 사라지기를 사복 체포조들이 원하고 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김용수가 동료들에게 푸념한다.
무슨 임진왜란 행주대첩도 아니고 왜 우리끼리 이 짓을 하는 거야?!”
김용수의 불만에 동료들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도 동조한다. 김용수가 청재킷을 벗어 던진다. 안에 입고 있는 러닝셔츠가 땀과 최루액에 절어서 목 뒤의 피부가 따가워 미칠 지경이다. 몇몇 사복 체포조들은 최루가스액 때문에 피부에 수포가 생겨 그 따가움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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