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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6월10일> 조직내에 프락치가 누구인가?
게시물ID : panic_987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나는길
추천 : 3
조회수 : 5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28 09: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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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조직 내에 프락치가 누구인가?
 

추석을 앞두고 사람들 마음이 보름달 크기만큼 푸근해지면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추석 시즌 흥행을 노리고 상영되는 영화들을 보러 젊은이들이 종로3가 단성사, 피카디리, 서울극장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인사동 방향 쪽으로 최성식이 지휘하는 전투경찰 버스가 배치되어 있다. 버스 안에서 대기 중인 전투경찰과 사복 체포조들에게 최성식이 오늘은 자신있는 표정으로 명령을 내린다.
“4시에 시위 발생 정보가 들어왔다. 단성사, 피카디리 쪽을 우리가 맡는데 극장 안에 까지 들어가서 쇼핑백 들고 있는 계집애들 검문해! 유인물, 화염병 나올 거야. 다들 움직여!”
김용수가 동료들과 차에서 내리며 표정이 밝다.
매번 이렇게 정보가 들어오면 정말 일하기 편한데…….”
사복 체포조들이 극장 내부까지 들어가 쇼핑백을 들고 있는 여학생들을 연행한다. 최성식 말대로 그 안에는 화염병, 유인물들이 잔뜩 들어있다. 길 건너편 서울극장에서도 다른 소대 사복 체포조들이 극장에서 시위 학생들을 연행해 나온다. 연행된 시위자들을 태우고 전투경찰 버스가 경찰서를 향해 출발한다. 최성식이 경들과 사복 체포조들에게 코카콜라를 한병씩을 돌린다.
오늘 진압, 완벽해. 퍼펙트! 시원하게 마셔. 콜라는 원샷 안 해도 된다.”
예전에 소주를 한 번에 마시라고 강요했던 최성식이 오늘은 마음씨 좋은 얼굴이다.
 

- *** -
 

종로3가 시위가 무산된 다음날, 점심 무렵 강남 도산대로 근처를 이정훈이 걸어가고 있다. 얼굴이 밝지 않다.
가두시위 오다가 너무 빈번하게 샌다. 조직 내에 프락치가 있는 게 확실하다. 이건 시위를 못하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부의 신뢰가 깨지고 있다.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
이정훈이 시네 하우스라는 극장 안으로 들어간다. 극장 로비에는 후배 한 명이 앉아있다. 그 후배 옆으로 이정훈이 앉는다.
이번 택은 강남구청 사거리, 12.”
정훈이형, 강남은 시민들 호응도 없는데 왜 거기에요?”
다 이유가 있으니깐 거기로 애들 모아.”
그 후배가 나가고 나서 1시간 후, 다른 후배가 들어온다. 그 후배에게 이정훈이 다가간다.
동이 영동 사거리에서 3시에 뜰 거야, 3시 집결시켜.”
이정훈의 오더에 후배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영동 사거리가 어디에요? 그 쪽은 처음 동이 뜨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깐 시간 잘 지켜서 와!”
1시간이 흐른 후, 이정훈이 김영철과 만난다.
영철아, 6시 정각이다 알겠지?”
~ 알겠습니다.”
그런데 너는 강남에서는 가투를 거의 안 하는데 왜 신사역 사거리에서 동이 뜨는 게 궁금하지 않니?”
그냥 조직에서 시키면 따르는 게 운동의 원칙 아닐까요? 너무 많은 걸 알면 좋지 않잖아요.”
어찌보면 단순한 성격의 김영철에게 이정훈이 미소를 살짝 지어준다.
이정훈이 후배 3명에게 각각 다른 시위 장소와 시간을 알려준 그 날, 최성식과 김용수가 타고 있는 전투경찰 수송 버스가 성남 방면으로 달려가고 있다.
소대장님, 매일 매일 거리에서 데모 진압하는데 무슨 시위진압 충정 훈련을 따로 받습니까?”
정기 훈련이야.”
아니, 데모하는 새끼들 상대로 거리에서 매일 실전을 치르고 있는데 훈련이 뭐가 필요해요. 아주 쉴 틈을 안 줘요. ~ 피곤해.”
의자에 앉아있는 김용수가 소대장 최성식을 향해 투덜거린다.
버스가 동호대교를 거쳐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앞을 지나가는데 그 거리를 이정훈이 걸어가고 있다.
어어? 정훈이
최성식이 인도 쪽에서 이정훈을 본 것 같기도 하는데 버스가 그냥 지나가는 바람에 확인할 길이 없다.
정훈이라니?”
자고 있던 김용수가 눈을 번쩍 뜬다.
저기 현대백화점 앞에서 정훈이를 본 거 같아서.”
소대장님, 고시 공부하는 정훈이가 이 시간에 왜 거리를 방황합니까?”
그렇겠지
최성식과 김용수가 타고 있는 전투경찰 수송 버스가 자기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이정훈이 본다. 그 버스를 보며 이정훈이 생각에 잠긴다.
우리 조직의 핵심 후배 3명에게 각자 다른 장소의 가두시위 오더를 내렸다. 3곳의 장소는 평소 전투경찰 버스가 배치되지 않는 곳이다. 여기에 당연히 시위 주동자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3곳 중에서 어딘가에 전투경찰이 배치되면 이제 누가 프락치인지 밝혀질 것이다.’
이정훈이 압구정동 외제 물건 파는 상점들이 있는 거리를 걷다가 현대백화점 정문 위에 걸려있는 추석맞이 바겐세일 광고판을 올려다본다.
지금 이 땅은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세상이 존재한다. 너무 많이 가진 자본가 계급의 부유한 세상과 가진게 거의 없는 노동자 계급의 빈곤한 세상, 자본가 계급의 부유함과 노동자 계급의 가난함이 극명하게 비교되는 우리의 현실, 두 개의 국가. 대학생인 우리는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자본가 계급에 편입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한다. 두 개의 국가는 결코 함께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남에 위치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시위진압 충정훈련을 받 사복 체포조들과 전투경찰들이 강사로부터 진압 요령을 듣고 있다. 치안본부에서 시위진압 이론 강의도 하던 19805월 광주에 실제 투입됐던 특전사 출신의 바로 그 강사다.
시위대 앞에서 우리는 쇠소리를 내야 합니다. 요런 쇠소리 목소리에 시위대는 일차적으로 공포를 느낍니다. , 들어보세요.”
강사가 정말 쇠가 갈리는 소리로 진압! 진압!’ 단어를 뱉어낸다.
다들 아시겠죠. , 그러면 한번 해봅시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전투경찰들이 방패를 일렬로 맞추고 목소리를 쇠소리처럼 낸다. 그리고 군화발을 치켜들며 앞으로 전진한다.
진압! 진압!”
아주 잘했어요. 다음으로 사복 체포조 여러분은 시위대의 기선 제압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거리에서 시위대와 마주 볼 때 자세를 낮춰야 합니다. 똥 싸는 자세 알죠? 그 대신 진압봉은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듭니다. 그러면 시위대는 우리 얼굴 대신 진압봉이 보입니다. 이것도 공포로 다가갑니다. 내 말이 맞아요? 틀려요?”
강사의 습관적인 말투에 사복체포조들이 맞습니다!’ 하고 합창을 한다.
“805월 광주에서 우리 공수대원들이 폭도들 제압할 때 요런 자세에서 곤봉으로 후려쳤어요
강사가 광주 시민들 진압을 곤봉으로 후려쳤다고 쉽게 얘기하자 전라도 여수 출신인 김용수의 마음이 불편하다. 기분 나쁜 듯 고개를 돌리는데 최성식과 눈이 마주친다. 같은 전라도 여수출신인 최성식이 눈길을 피한다.
사복 체포조들! 제가 방금 말한 자세를 취하고 저 앞에 허수아비 시위대를 향해 돌격 앞으로 해 봅시다. ! 진압 시작!”
강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복 체포조들이 자세를 낮추고 곤봉은 치켜 들고 진압! 진압!”을 두 번 외치고 앞으로 뛰어간다. 그리고는 앞쪽에 세워져 있는 지푸라기 허수아비들을 곤봉으로 힘껏 내려친다. 그런데 김용수만 유독 곤봉으로 세게 내려치지 못해 허수아비를 한 번에 거꾸러 뜨리지 못한다.
시위진압 훈련을 마친 소대원들이 전투경찰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차를 타려는 김용수에게 최성식이 다가가 툭 하고 어깨를 친다.
어디 아프냐?”
아니······.”
그런데 왜 허수아비를 한 번에 박살 못내?”
최성식이 김용수의 행동을 뒤에서 다 본 것이다.
그거야……. 못 할 때도 있지. 어떻게 매번 잘하고 성공하냐?”
김용수가 말을 얼버무린다.
성남에서 출발한 전투경찰버스가 다시 서대문 서를 향해 가고 있다.
이 시간, 이정훈으로부터 시위 오다를 받은 후배 한 명이 승차하고 있는 버스에서 운전기사에게 묻는다.
아저씨, 강남구청 사거리 멀었어요?”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세요.”
버스 안에는 남녀 대학생 십여 명이 앉아있거나 서 있다. 강남구청 사거리의 어느 건물 위에서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정훈, 배치되는 전투경찰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30분 후, 이정훈이 이번에는 영동 사거리 건물 1층의 다방에 앉아있다. 다방 유리창을 통해 바깥이 보인다. 손목시계를 보니 다른 후배에게 오다를 내린 시간이 다 됐다. 시간에 맞춰 대학생들이 모여든다. 여기도 전투경찰 버스가 없고 전경들의 검문검색도 없다. 시위 주동자가 당연히 나타나지 않고 학생들은 자체 해산을 한다.
마지막으로 김영철에게 오다를 내린 신사동 사거리를 향해 이정훈이 걸어간다.
이때 성남에서 출발하여 한남대교 쪽으로 달려가던 최성식과 김용수가 타고 있는 전투경찰 버스가 차에 문제가 생겼는지 운전기사가 불안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떼었다가 한다.
어어? 차가 왜 이래?”
전투경찰 수송 버스가 신사동 사거리에 멈춘다. 시위진압 훈련에 지친 사복 체포조 김용수는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소대장님, 엔진이 퍼졌습니다
운전기사의 얘기에 자고 있던 김용수가 눈을 뜨며 불평을 한다.
~ 밥시간인데 여기서 멈추면 어떻게 해? 빨리 고쳐봐
운전기사가 차량 엔진 부분을 살펴보고 최성식은 무전 대원에게 명령한다.
본서에 무전 때려! 밥차 신사동 사거리로 오라고. 그리고 근무조는 버스 앞뒤로 뻗치기 근무 나가!”
최성식의 명령에 김용수가 끼어든다.
소대장님, 여기서 무슨 데모를 한다고 애들 근무를 시켜요?”
버스 주차 시, 뻗치기 근무는 기본이야.”
전투경찰 버스가 신사역 사거리 한쪽 도로에 주차하고 버스 앞뒤로 전투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경계 근무를 한다. 근처 시민들이 보면 영락없이 시위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신사역 쪽을 향해 걸어가던 이정훈이 이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근처 건물로 들어가 몸을 감춘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영철이가 설마…….”
이정훈이 내린 시위 시간에 맞춰 학생들이 신사역 사거리에 접근해 온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로 나타난 것이다. 경계 근무를 하던 전경들이 학생들이 나타나자 최성식에게 다급히 보고한다.
소대장님! 대학생들이 몰려옵니다.”
뭐야?! 대형 갖춰!”
최성식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사복 체포조들이 버스에서 뛰어나가 학생들을 연행하기 시작한다. 가장 신뢰했던 김영철이 조직 내의 프락치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이정훈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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