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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거목(巨木)과 구사령문(九死霊門)
게시물ID : panic_989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
추천 : 16
조회수 : 20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7/28 2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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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된 이야기라 두 개를 묶음 -
 
 
- 거목 -
 
 
 
이 이야기는 이전, 내가 여행지에게 겪은 일이다.

N현 어느 온천에 차를 타고 2박 3일짜리 여행을 갔었다.

가는 도중, "숲의 거인 100선"이라고 써진 간판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전국 국유림에 있는 나무 중 100위 안에 들어가는 거목이 있는 듯 했다.

딱히 거목에 대한 흥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나는 빨려들어가듯 그 자리에 차를 세웠다.



차 뒷좌석에 아내와 아이를 두고, 혼자 잠시 보러나섰다.

입구에는 거목에 관한 정보가 조금 기재되어 있었다.

그걸 보고 시선을 돌려, 초록색 융단 같이 펼쳐진 길을 따라 올라간다.



몇굽이 돌아 500m 정도 나아가자, 거목이 있는 곳을 알리는 표지판이 하나 덜렁 있었다.

그 앞으로 펼쳐진 길은 폭이 50cm 정도 뿐인데다, 잡초투성이라 근래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이 거의 없었다.

이런 좁은 길로 가야 하는건가...



그날은 날씨도 우중충하고, 시간도 어느새 저녁 무렵이었기에 주변은 어둑어둑했다.

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거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나는 잠시 망설이다 다시 길을 올랐다.

곰이 나온다는 관광 안내소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라 조금 쫄아, 막대기를 주워 적당히 소리를 내가며 나아간다.



잠시 후, 땀이 뻘뻘 나면서도 어떻게든 거목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이게 100개 안에 들어가는 나무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서서히 다가간다.

비석이 하나 있어, 수령이 천년이 넘었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갑자기 [덜컹...] 하는 소리가 멀리서 울려퍼졌다.

아까 전까지 내가 곰을 쫓으려 여기저기 두들기던 소리와 비슷하지만, 더 강한 소리였다.

나 말고도 누가 이 숲에 있는건가?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소리가 들려온 방향은 지금 내가 온 길 쪽이 아니었다.

다시 덜컹하고 소리가 들려온다.



어느 방향에서 들려온 것인지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거목 너머, 반대쪽 방향이다.

하지만 슬쩍 봐도 거목 뒤쪽은 막다른 길이라, 그 이상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어둡고 깊은 숲이 계속 펼쳐져 있을 뿐.

우물우물하는 사이, 또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금 전과 또 다른 방향에서 들려온 듯 했다.



그 소리는 마치 처음 들렸던 소리에 호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도 없는 숲에 메아리쳤다.

소리의 여운이 사라져 갈 무렵, 지금까지 소리가 들려왔던 곳들과는 다른 곳에서 또 [덜컹...] 하고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습기찬 흙에서 올라오는 안개가 더 자욱해졌다.

금방 막 올라온 길인데, 갑자기 싹 사라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나는 뒷걸음질쳤다.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무슨 신호 같은 것일까?

하지만 그 나무를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는 하나 들리면, 다른 장소에서 또 하나가 들려왔다.

그게 끝났다 싶으면 또 다른 곳에서 소리가 들려와, 계속 멈추지 않고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그 소리가 나를 향해, 점점 거리를 좁혀오고 있다는 걸.

숲 입구부터 여기까지는 1km는 족히 떨어져 있었다.



지금부터 서둘러 돌아가도 차가 있는 곳까지 갈 무렵에는 완전히 어두워져 버리겠지.

왜 이런 시간에 여기 왔는지 후회하며, 나는 소름이 끼치고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소리는 더욱더 범위를 좁혀 내게 다가온다.



만약 소리를 내는 게 사람이라고 해도, 대여섯명 정도가 아닌 듯 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열명 정도는 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거목을 관찰할 틈도 없이, 지금까지 왔던 길을 서둘러 돌아가기 시작했다.



올 때는 한 굽이 돌았는데 곰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게 걱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 굽이 너머, 소리를 내고 있는 존재가 있으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는 걸 필사적으로 떨쳐내며, 나는 묵묵히 온 길을 되돌아갔다.

그 사이에도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 내게 다가오고 있다.

문득 어느 분기점 앞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 앞에서 왠지 모를 무섭고 기분 나쁜 기색이 느껴져, 나는 발을 멈췄다.

아니, 기색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그저 작은 위화감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풀이 스치는 작은 소리였을까?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봐선 안될 듯한 생각이 들었다.



소리는 계속 범위를 좁히며 내게 가까워져 온다.

뒤를 돌아본다.

몇분 전, 내가 있던 부근에서 한층 더 커진 소리가 들려온다.



더 이상 망설일 틈은 없었다.

어디 도망칠 곳도 없다.

나는 기합을 넣고, 분기점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늙은이 한 사람이 발밑에 손을 뻗어 무언가를 주우려는 듯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야구모자 같은 모자를 쓰고, 사냥 때 입을법한 주머니가 많은 재킷과 넉넉한 바지를 걸치고 있었다.

발목 부근을 보니 장화 같은 구두를 신고 있었고, 그 근처에서 무언가를 주우려고 손을 뻗은 채였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아,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걸었다.

얼굴 표정은 모자 챙에 가려 전혀 보이질 않았다.

늙은이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서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굴이 보일 무렵까지 일어서자, 무슨 특수효과를 보는 것마냥, 몸이 서서히 얇아지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정신을 차리자 나는 우리 차 바로 옆 자갈길에 누워있었다.

등짝에 느껴지는 따끔따끔한 통증 때문에 깨어난 듯 했다.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는 낯선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던 아내가, 걱정이 된 나머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 같다.

이 부근에서는 황혼 무렵 거목을 보러가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종종 나같은 외지인이 알지도 못하면서 숲에 들어섰다, 나처럼 기절한 상태로 발견되곤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찾아갔을 무렵은 가을이었지만, 여름에도 밤에는 꽤 추운 동네다.

발견되는게 늦었더라면 동사했을지도 모를 터였다.



소리의 정체는 결국 지금도 모르지만, 혹시 그 부근에서 죽은 귀신들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http://vkepitaph.tistory.com/947?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 구사령문 -
 
 
 
구체적으로 쓰기에는 좀 그런 이야기지만...

어느 스레에서 읽은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라 쇼크를 받아 쓰게되었습니다.

아마 그 이야기를 읽은 분이라면 이걸 보고 알아차리실 수도 있겠죠.



결코 뭘 까발리거나 할 생각은 아니기에 구체적으로 언급은 않겠습니다만.

또, 그 이야기에 나온 지역은, 엄밀하게 말하면 지금부터 내가 논할 이야기의 지역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이니셜로 봤을 때 바로 옆에 있는 현인 것 같네요.



그 이야기의 묘사는 아무리 봐도 내가 알고 있는 지역을 나타낸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이 이야기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지만, 일부 장소를 특정짓는 부분은 기술을 피하려 합니다.

내 고향 지역은 산이 많습니다.



야생 곰이 사는 걸로도 유명한 지역이죠.

봄부터 가을에 걸쳐서는, 도시에서 온천을 찾거나 관광을 하러 많은 이들이 찾아옵니다.

이 주변 마을들은 예로부터 산나물을 뜯어다 파는 등 산에서 생계를 해결해 온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산에서 곰을 만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무서운 이야기로 전해져 내려오죠.

하지만 그 곰과 쌍벽을 이루는 괴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산에 들어갈 경우, 대개 곰을 쫓아내려 방울을 몸에 답니다.



그런데 우리 마을에는 예로부터 곰을 쫓아낼 때 방울을 다는 것말고 다른 걸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전해내려오곤 했습니다.

상세한 방법에 관해서는 명확한 말이 없었지만, 나도 어릴적부터 방울말고 다른 걸로 곰을 쫓아내려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었습니다.

까딱하다가는 열어서는 안되는 "령문"을 열어버린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그 령문은 "구사령문(九死霊門)"이라 불리곤 했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급사령문(急死霊門)"이라 부르기도 한다는군요.

이 령문의 끝에는, 명계로 이어지는 거대한 령도가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주변을 지나가는 온갖 생명체의 영혼을 마치 블랙홀처럼 끌어들여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령문은 한번 열리면 사람의 힘으로는 결코 닫지 못하고, 언제 그것이 열릴지 또한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일정 숫자 이상의 영혼을 집어삼키던가, 아니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던가 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어느새 스스로 닫힌다는 말이 전해질 뿐입니다.



그 령문은 한 사람 이상의 영혼을 산 제물로 바쳐 열린다고 합니다.

개문이 되는 조건으로 확실히 알고 있는 건 이 정도입니다.



1. 저녁부터 이튿날 아침 사이, 어슴푸레할 때와 완전한 어둠 사이의 시간일 것.

2. 한 명 내지는 두 명 정도의, 적은 인원만 산에 들어설 것.

3. 특정한 리듬으로 어떤 소리를 낼 것.

4. 개문 직전까지 의식을 유지할 것.



이외에도 다른 조건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이 정도입니다.

실제 이 령문이 열렸을 때에 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아득한 옛날, 이 령문이 수많은 비극을 만들어 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올 뿐입니다.



또, 만약 모든 조건을 채워 령문이 열려버렸다고 해도, 낮이나 밝을 때에는 딱히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어슴푸레해지면 령도가 입을 열고, 밝아지면 령도가 일시적으로 막힌다는 거지요.

구사령문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8명의 사령과 한명의 문지기에 의해 열리는 령문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입산한 사람이 조건들을 모두 채운 후, 어떤 리듬으로 소리를 울리는게 시작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을 둘러싼 여덟 방향에서 순서대로 어떤 대답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멀리서 둘러싸듯 들려오는 그 대답은, 서서히 좁혀들어와 결국에는 그 정체가 보일만큼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문이 열린 령도 안쪽에 시선을 뺏기면, 그 순간 마지막 사령인 문지기가 그 사람을 습격합니다.

그 영혼을 산 제물 삼아, 령문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태어나 단 한번도 귀신 같은 건 본 적이 없었기에 그 이야기는 전혀 믿질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와 무적 유사한 이야기를 보게 되서 이걸 적는 겁니다.

그 사람이 적은대로라면,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한 방법만으로 령도는 열려버리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에서 추론하건대, 아마 그는 개문 직전 우연히 기절했기에 령문이 열리지 않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마을에 내려오던 이야기에도, 마지막에 어떠한 이유던 정신을 잃은 이는 령문에 끌려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요.

만약 그 구사령문이 열렸다고 하면...

그리고 그 이후, 아무것도 모르고 산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 희생당한 건 아닐까 생각하면, 소름이 끼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출처: http://vkepitaph.tistory.com/949?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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