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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45th] 괴물
게시물ID : panic_990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
추천 : 12
조회수 : 259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8/02 18: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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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와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는 실뜨기와 종이접기를 잘하고, 음악을 좋아했다.

노래도 잘해 음악시간에는 언제나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는, 그런 소년이었다.



다만 그는 목부터 아래쪽에 마비 증세가 있어, 몸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나 음악을 좋아함에도, 다룰 수 있는 악기는 휘파람 뿐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일까, 그가 부는 휘파람은 언제나 슬픈 음색이었다.



악기를 다루고 싶어도 몸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애수 때문이었을까.

내가 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다소 미화된 이런 추억들이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사실 남에게 털어놓을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 혼자 묻어두기에는 너무 힘들어 털어놓아 보려 한다.

그는 불쌍한 사람이었다.

신체적인 장애 때문에 반 친구들에게 비웃음당하기 일쑤였다.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 때문에, 같은 남자들 사이 끼어들 수 없었다.

싸움을 해봐야 자신이 질 수 밖에 없으니, 설령 자신이 옳더라도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 사과하며 넘어가야 한다는 게 그가 얻은 깨달음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점차 그는 소심해져 갔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4학년 때부터 담임을 맡아온 선생님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담임은 그 무렵 딸이 이혼한 것 때문에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었고, 그를 사소한 일로도 구타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때때로 목을 조를 때도 있었다.

담임이 휘두른 주먹에 넘어져, 그의 머리에서 피가 난 일마저 있었으니.

교사가 그런 식으로 대하니, 당연히 아이들의 따돌림과 폭력은 더 심해질 뿐이었다.



그가 폭력에 무참히 휘둘리는 날이면, 나는 밤에 어머니에게 울며 매달렸다.

일년간 그런 일상이 이어지는 사이, 그는 미쳐버렸다.

그에게 향한 악의를, 그는 스스로 서서히 쌓아가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는 복수를 시작했다.

우선 그를 괴롭히던 반 친구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게임 빌려주면 하루에 천엔씩 줄게.]



나는 우연히 그걸 듣고, 그가 돈으로 환심을 사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따돌림이 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의 반응은 달랐다.



어머니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그 이야기는 결코 다른 누구한테 하면 안돼.] 라고 말하셨다.

아마 어머니는 그 때 이미, 내가 정말 좋아했던 그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셨던 거겠지.

악의에 가득 차, 인간을 불신하고 미워하는 괴물이 되었다는 걸.



사실, 그는 괴물이었다.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초등학생인데도 학우를 공갈, 협박한 처지가 되어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

괴롭힘당하던 그의 입지도, 그 사건을 계기로 불쌍한 피해자로 바뀌었다.



그에게 가해지던 따돌림은 곧 멎었다.

그는 말했다.

[저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게임 하나 빌리는데 천엔씩이나 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애시당초 하루에 천엔씩 내고 빌린다면, 한달 동안이나 빌릴리도 없잖아요. 그런데도 저 아이들은 저를 때렸어요. "4만엔 안 가져오면 더 심한 꼴을 당할거야!" 라고 협박하면서요.]



그의 거짓말은 무척 사실적이었다.

공부를 잘했기에 영리하다는 인식이 학교에 퍼져 있기도 했고.

게다가 그의 복부와 옆구리에는 피멍이 들어있었으니, 더할나위 없는 증거였다.



그건 담임 선생을 비롯해, 직전까지도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만들어준 거였으니까.

당연히 그가 만들어낸 악마의 논리는, 어른도 아이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진실을 알고 있던 나와 어머니만 빼고.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그를 괴롭힌 자들은 해선 안될 짓을 한 것이었다.

내가 그를 사랑했던 건, 땅을 기는 개미조차 밟으면 가엽다며, 땅을 보며 걷던 순수함과 상냥함 때문이었다.



그런 순수함과 상냥함은, 한 반은 커녕 한 학년을 통틀어 그만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후로 땅을 보며 걷지 않게 되었다.

그는 몇마리고 개미를 밟아 죽였으리라.



나는 진실을 알려야 하는게 아닌가, 어머니에게 상담했다.

하지만 결코 말해서는 안된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지금은 나도 이해할 수 있다.



한번 부서진 사람의 마음은, 결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다.

그토록 상냥했던 그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으니, 그에게 복수할 권리 또한 있는 것이다.

물론 어머니의 생각은 아마 나와 달랐겠지만.



그 후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그 잘못 때문에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진학하던 우리 학교에서 연이어 퇴학당했다.

그건 그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시당초 쫓겨날만한 짓을 했던 아이들이니까.



게다가 그가 한 거짓말은, 그 아이들이 그의 심신에 준 상처의 만분의 일도 안 됐을테니.

다만 고등학교 1학년 무렵, 괴롭힘을 가했던 아이들 중 마지막 한 명이 담배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퇴학 당했을 때.

퇴학 처분 선고 때문에 부모와 함께 그 아이가 학교에 오는 모습을, 멀리서 관찰하고 있을 때 그의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이를 드러내고, 눈을 활활 빛내며 비웃고 있던 그 미소는 그야말로 악마 그 자체였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분명 당신은 나를 스토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 나는 스토커다.



고백하려던 이가 처참히 살해당하고, 그 안을 다른 괴물이 차지했다.

그런데도 나는 혹시나 그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첫사랑을 그제껏 질질 끌고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을 본 순간, 나는 그게 무리라는 걸 깨달았다.



일주일 동안 학교도 쉬고 매일 울어제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무렵처럼, 나를 위로해주셨다.

그 후, 그는 마치 역할을 마쳤다는 듯 공부도 때려치고, 대학에도 가지 않았다.



내가 그와 재회한 건, 대학을 졸업해 가정을 만든 후였다.

전 담임 선생님네 집에서 열린, 초등학교 동창회 때였다.

내가 거기 나간 이유는 하나였다.



그의 복수가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랬기에 그 때까지 동창회가 열릴 때마다 매번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술을 마셔 가볍게 취한 탓에, 담임 선생님네 집 뜰에서 술을 깨려 나와 있던 내 눈에, 그의 모습이 들어왔다.



검도용 죽도를 집어넣는 긴 자루를 메고 있었다.

그는 굉장히 기분이 좋은 듯,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곡은 찬송가 제 2편, 191번이었다.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활동했던 성가대에서 자주 불렀던 노래였다.

그는 뜰에 들어와, 내 눈앞에서 자루의 끈을 풀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싱긋 웃고는, [다행이야.] 라고 내게 말했다.



칼이 자루 틈으로 보였다.

무슨 소리인지, 나는 물었다.

[너희 어머니가 우리 어머니에게 모두 이야기했었어. 네가 굉장히 날 걱정했었다고. 복숭아반 무렵부터.]



복숭아반이라는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이야기였다.

[그치만 미안해.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걸. 저 녀석들이 다 어른이 되는 걸 말이야. 그걸 보고 기뻐하는 저 선생놈 앞에서, 모두 죽여버리는거야. 저 녀석들 관절 하나하나를 잘라서. 너한테만은 그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 돌아가줘.]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다행이야. 너를 어떻게 밖으로 꺼내올지 고민했거든. 싫어싫어싫어싫어 보여주고 싶지 않아.]

무릎이 떨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에게 일부나마 제정신이 남아있다는 걸, 나는 그 때 눈치챘다.



그는 자신의 죄가 얼마나 깊은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고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찌푸린 얼굴은, 틀림없이 고뇌를 껴안은 사람의 것이었다.

자루를 내려놓고 끈을 풀자, 단도의 날이 보였다.

그는 나말고 그 시절 반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까지 모두 죽일 생각인 듯 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나는 물었다.

담임 선생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왜 아이들까지...?



[저 아이들은 갑자기 내 편인척 했으니까. 용서할 수 없어. 그전까지는 깔보며 비웃었던 주제에.]

그의 생각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하려는 짓은 너무나도 처참해 내버려둘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움츠러든 몸을 일으켜, 양팔을 벌리고 그의 앞을 막았다.

그는 쓸쓸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몸을 굽혀 나를 밀어제꼈다.

그의 장애를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보통 성인 남성이 어느 정도 힘을 낼 수 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 때 그가 냈던 힘은 아마 그 이상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전부 받아줄테니 그만 둬.]



나는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어째서? 너를 죽일 이유 따위 없어. 사랑하고 있는걸.]

미친 사람의 입에서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나는, 초등학교 시절 용기조차 못 내던 때 유일했던 친구였고 단 한명 뿐인 이상형이었으리라.

[나, 결혼했어. 하지만 A군을 위해서라면 아이를 낳아줄게. 당신의 소중한 아이를, 당신 몫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보일테니까.]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그 말에 모든 걸 걸었다.

그는 양손으로 자기 머리를 쾅쾅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뺨에 손톱을 박아넣고,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긁어내렸다.



피부가 벗겨져 피가 흐른다.

[이상해. 일어날 수 없어.]

한눈에도 그가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치 아이 같은, 어리숙한 모습이었다.

[이제 쉬어도 괜찮잖아. 내가 일할테니까, 너는 집안일을 해줘. 응?]

나는 생각나는대로 말을 늘어놔, 관심을 끌려 했다.



마침내 그는 칼을 뽑았다.

끄트머리를 자기 넓적다리에 푹 찌르고는, [이상하네.] 라고 말한다.

어릴 적, 장애를 안고 있어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했던 그는 거기 없었다.



마음속에 태어난 증오의 불길.

아마 그걸 계속 태워가며, 다른 사람보다 몇백배는 더 노력한 것이 틀림 없었다.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는 칼을 다루고 있었다.



너무나 불쌍했다.

이렇게 될 때까지, 누구 하나 그에게 사과하지 않았던 것이다.

복수를 당하기 직전까지.



그리고 지금도 내뒤, 집 안에서 그들은 스스로 선량한 시민을 가장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폭력을 행사하고 괴롭혔던 그 교사와 함께 하하호호 떠들면서.

그가 무심코 찌른 칼을 뽑자, 피가 흘러 바지에 스며든다.



나는 그 상처를 필사적으로 눌렀다.

[이혼하고, 당신이랑 재혼할게.]

내 말을 듣고, 그는 말했다.



[나도 알겠어. 네가 불쌍해.]

어조가 완전히 변하고, 스스로를 칭하는 말마저 바뀌었다.

둥그런 눈은 가늘고 날카로운 빛을 발하고, 목소리는 낮아져 신음소리처럼 울렸다.



이것이 바로 그 때 비웃음을 지었던, 그의 또다른 모습이라고 나는 순간적으로 알아차렸다.

그가 망가진 형태는, 세간에서 말하는 이중인격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하면 외부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격은 흉악함 뿐일 터였다.



하지만 그래야만 할, 흉악하기 짝이 없을 그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대로 쓰러져, 그는 통곡했다.

모두가 그 소리를 듣고 놀라 나오기 전에, 나는 그의 짐을 원래대로 정리한 후 그를 데리고 고향 집으로 향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나도 괴롭기 때문이다.

나는 불륜을 저지르고, 남편을 버린 채 다른 남자와 동거하고 있는 쓰레기 같은 여자로 보이고 있다.

아직 이혼은 성립되지 않았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내가 나쁘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진짜 쓰레기는 우리 어머니다.

그녀는 담임의 사위와 불륜을 저질러, 담임이 미치는 원인을 만들었다.



그녀의 아버지이자 내 할아버지는 어마어마한 갑부였기에, 담임은 그걸 공론화했다간 실직할까봐 아무 말 않고 계속 교직에 남았던 것 같다.

내가 이걸 알게 된 건, 대학에 다닐 무렵, 어머니가 또다시 불륜을 저질러 아버지와 갈라섰을 때였다.

어머니의 죄는 담임을 미치게 했고, 담임의 죄는 반 아이들을 미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모든 광기를 그 혼자 떠맡게 된 것이다.






출처: http://vkepitaph.tistory.com/934?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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