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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991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r.사쿠라
추천 : 7
조회수 : 111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8/20 0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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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오셨습니까?
 
-깔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 2m는 돼 보이는 그의 키. 투명한 유리 식탁에는 홍차 잔을, 왼손에는 “TIME”지를 반 접어서 읽고 있었다. 고고한 그의 황갈색 눈매에는 영겁의 세월이 서려있으리라. 그는 내 질문에 친절하고 기품 있게 답해 주었다.
 
당신이 이 말을 믿을지 어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재미삼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맨 프럼 어스Man From Earth라는 영화를 보셨는지요? 참 재미있죠. 인류사를 그런 형식으로 풀어 쓰다니 말입죠.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맨 프럼 어스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이 궁금해 하는 건 이 신문 기사 내용이죠?
 
-남자는 자기가 읽던 신문에서 뒤로 몇 장 넘기더니 그 기사를 내게 보여주었다.
 
맞습니다. 이건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Homo Sapiens Neanderthalesis화석이군요. 아아, 오랜만에 보는군요. 제 동생이네요.
 
당시 정도 되면 흔히들 일부일처제를 고수했죠. 하지만 우리 가정만은 남달랐습니다. 다부일처제였거든요. 우선 살펴보시자면 덩치가 큰 이 분이 코뿔소 아버지”. 저희 할아버지시죠. 코뿔소를 때려잡을 만큼 세다 해서 붙은 별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쪽이, 코뿔소 아버지를 쏙 빼닮은 큰아버지 들소 삼촌입니다. 여기 일자로 그나마 시체가 온전히 남아있는 게 우리 아버지 키다리 사슴이시죠. 또 여기 여자로 추정된다는 이 해골은 우리 집안의 유일한 여자이신 어머니. 코뿔소 아버지는 아마 코끼리라 부르셨죠. 어머니의 매부리코 탓이었을까요? 마지막으로 머리가 깨져 있는 게 제 씨 다른 동생 새끼 양”..
 
우리 집은 족보가 상당히 꼬여있는 게, 어머니와 코뿔소 아버지가 결혼하시고 태어난 게 들소 삼촌과 우리 아버지십니다. 우리 아버지는 어머니 사이에서 저를 낳으셨고 들소 삼촌 사이에서 새끼 양을 낳으셨습니다. 아버지는 태생이 비실비실 해서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솔직히 전 새끼 양이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코뿔소 아버지가 제 아버지인 줄로 알고 자랐죠. 후후,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야만일까요? , 상관없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제가 집을 나갔습니다. 그 나이 땐 흔히들 있는 일이었죠. , 맞다. 새끼 양이 아침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새끼 양은 저랑 여섯 살 정도 터울이 났었죠. 당시엔 한 예닐곱 살 내외였을 겁니다. 새끼 양은 그 나이가 되도록 어머니의 젖을 떼지 못했습니다. 후후, 그때 애들은 다 그랬으니까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 그런 새끼 양이 싫었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에서 우러나오는 혐오스러움을 말이죠.
 
상관없습니다. 어찌 되었던 말이죠. 결국 새끼 양의 시체가 발견되자 집안은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친아버지인 물소 삼촌은 눈이 새빨개지도록 오열했고 어머니는 화산에서 새어나오는 가스처럼 흐느꼈습니다. 코뿔소 아버지는 제 손으로 가죽을 벗겨버리겠다며 돌도끼로 온 벽을 쾅쾅 찍어댔죠. 저도 뭔가를 해야 했습니다. 펑펑 울었어요. , 그렇게 제 눈물은 다 말라버렸답니다.
 
그 누구도 의심하기 어려웠습니다. 동굴 안은 제한돼 있었거든요. 남이 올 리가 없었으니까요. 전 슬픔에 빠져 있는 그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물고기를 잡아오겠다며 집을 나섰죠. 그러고 나서, 전 냅다 동굴 위에 올라갔습니다. 우리 집 구조는 사막 아래 뚫린 바위굴이라 조금만 구멍만 뚫어도 모래가 우수수 들어왔습니다. 바위를 떨궈 입구를 봉쇄했고, 천장에 구멍을 뚫어 모래를 넣어 생매장 했습니다.
 
그들이 우리 가족을 발견한 건 최근이로군요.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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