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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지니스
게시물ID : panic_99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r.사쿠라
추천 : 8
조회수 : 9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8/23 01: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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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사막 인근 시골마을에 위치한 한 카페. 시골이지만 손님들은 의외로 북적북적하게 들어 차 너나 할 것 없이 시샤(향초를 태운 연기를 물에 적시게 하고 들이마시는 기구. 물담배)를 뻑뻑 피워대 너구리굴이 따로 없었고 카페 주인은 우울한 얼굴로 깨끗해서 더는 닦을 수 없는 유리잔을 닦아댔다. 이름 모를 노래가 삽입된 디스크는 전축이라는 입을 이용해 괴이한 노래를 불러댔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중늙은이들이 때 묻은 플레잉 카드로 노름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왼쪽에는 밑천이 바닥난 둘, 마을의 죽마고우로 유명한 우르무드와 압둘라가 우울한 표정으로 수중의 시가를 피워댔다. 마누라도 있고, 자식도 넷 정도 딸린 이 두 사내들은 아직도 천진난만한 어린이인 마냥 놀기를 좋아했고 아무래도 그렇기에 계속 카페의 노름판에 죽치고 앉아있는 듯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카페 문이 덜컹하고 열렸다. 요란하고 퇴폐적인 느낌을 주던 조명은 뜨거운 사막의 태양 아래 묻혀갔다. 그리고는 절뚝거리며 걷는 거구의 백인이 들어왔다. 백인은 늙어서 색이 다 바랜 금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모든 이가-모든 까지는 아니어도 웃어서 보이는 모든 이 정도는-금니였다. 그는 세상의 끝을 보고 온 듯한 공허한 회색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카페를 둘러보다 시가를 문 우르무드와 압둘라 사이로 기어들어가 앉았다.
안녕들 하신가? 우르무드, 압둘라.”
백인은 카우보이모자를 살짝 벗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이게 누구야, 사기꾼 제레미 아니야?”
무슨 낯짝으로 이 자리에 앉는 게야?”
두 아랍인 사내는 허둥지둥 거렸다. 마치 뻐꾸기 새끼들만 모인 둥지에 비둘기 새끼가 들어온 것 같았다. 제레미 말콤은 이내 낄낄낄 웃더니 뱃사람 특유의 두둑한 완력으로 두 사내의 어깨를 안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그는 그와 동시에 왼 눈으로 우울한 얼굴의 카페 주인을 노려봤고, 단지 그것만으로 투명하고도 투명한 유리컵을 깨트리게 만들었다.
 

*
 

제레미는 카페로부터 한 백 미터 남짓한 거리까지 그 둘을 끌고왔고, 이내 놓아주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크크크큭... 무슨 짓이기는.”
우리 사이에 이 정도로 심한 장난을 치기엔 너무 무례하잖나, 자네.”
두 사내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제레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어금니를 보이며 말을 꺼냈다.
자네들 있잖아, 지니스라고 아나?”
지니스?!”
지니스?!”
압둘라와 우루무드가 거의 동시에 외쳤다.
그래, 지니스. 아주 아름답고도 매혹적인... 내 조국 말로 표현하자면 요정. 바그다드 같은 곳에서 이런 얘길 꺼내면 맞아 죽겠지만은, 여긴 시골이기도 하니까 하는 얘기야.”
그는 끝없이 능글맞은 미소로 본인의 욕망을 뿜어냈다.
일 없네! , 별 개소릴 다 듣겠군. 위대한 알라가, ! 바그다드에만 있는 줄 아나? 내 사람 좋은 걸 다행으로 여기게!”
신앙심이 독실하던 우르무드가 씩씩대며 뒤를 돌아섰다. 그러자 제레미는 그의 솥뚜껑만 한 손으로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
안다 모른다로 대답해...”
제레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우르무드를 소변이 나오기 직전까지 몰아세웠다. 지독한 덫이 그를 놔 주자, 그는 두어 번 켁켁 대며 돌아누웠다.
내가 요 몇 달 간 사막을 횡단하게 되었지. 동료들은 다 죽었어. 알라께서 만드신 빛에 녹아내려 죽기 직전이 될 무렵, 나는 그것을 보게 되었지.”
... 지니스를 말이야?”
허둥대는 성격의 압둘라가 되물었다.
맞아. 그것은 신기루처럼 금세 없어지더라니까.”
둘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웠지. 그것은 독특한 소음을 내며 모래 구덩이 안에 앉아있었어. 황홀했지. 그렇지만 그것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네.”
두 사내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곤 멍한 얼굴로 일관하는 제레미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 우리를 부른 이유가...”
지니스를 같이 찾으러 가겠다고...?”
말콤은 씨익 웃더니 자신의 온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그래.”
 

*
 

근데 왜, 하필 우리 둘을 데려가겠다는 거지?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졌는데 말이야. 무슨 바람이 분 걸까?’
매사에 조심성 있는 성격인 압둘라는 골똘히 생각했다. 어느새 세 사람은 사막의 지옥불 아래에서 낙타를 타고 거닐고 있었다.
이봐, 제레미! 이쪽은 바위산지대야! 바위 밖에는 없는 곳이라고!”
그러자 그 거한이 킬킬 웃으며 말했다.
다 왔어. 여기야.”
말콤은 낙타에게서 마치 다이빙 선수라도 되는 양 겅중 뛰어내렸다. 우르무드도 그걸 어설프게 따라해 보았지만 코 깨지는 걸 간신히 막을 정도로 겨우 균형을 잡았다. 키가 작은 압둘라가 낑낑대자 보다 못한 우르무드가 그를 내려주었다.
여기에, 이 돌덩이들과 모래바닥 밖에 없는 이곳에 그놈의 지니스가 있다는 겐가?”
닥치고 있어. 내 말에 토 달지 마.”
제레미는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 대듯 말했다. 그러곤 마치 지뢰 같은 주먹으로 커다란 돌덩이들을 차례차례 두들겨 보았다.
! !”
! !”
이 거한의 바보짓 속에도 압둘라는 골똘히 생각했다.
분명 어린 시절 누구한테 들은 것 같은데... 이 바위산 이야기에 대해서... 뭐더라? 눈이 빨간  구울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고...’
! !”
! !”
! !”
뭔가 다른 바위 소리에 모두가 눈이 돌아갔다.
여기야.”
말콤은 그 바위의 밑바닥을 가져 온 삽으로 퍼내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제레미라도 그것은 무리였다. 한 마디 일갈 이후에 우르무드와 압둘라가 곡괭이로 그 바위를 살살 부숴주더니, 몇 십 분 이내로 바위 아래쪽이 드러났다.
그래, 바로 이거야.”
말콤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두 아랍인에게 가까이 오라 손짓했다.
... ... 이 구덩이 아래에 그놈의 지니스가 있다는 거야?”
그래. 들어가 봐.”
세 사람은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구덩이는 위로부터 자 모양으로 휘어있었다. 조심조심 내려가니 밝은 빛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아무래도 모래구멍 어딘가로 빛이 통했을 것이다. 그 안에는 하반신이 땅에 잠긴 미녀가 특유의 목소리를 뽐내며 앉아있었다. 우르무드와 압둘라는 그 목소리에 홀린 듯 다가갔다. 한 발짝, 한 발짝. 그러다 압둘라의 머릿속에 그의 아버지가 해 주신 이야기가 완전히 생각났다.
맞아! 사막 바위산 어딘가에는 살모사의 지니스가 노래로 사람을 꾀어 잡아먹는다고 했어...! 그렇다면...’
압둘라가 뒤를 돌아보기 무섭게 제레미는 품 안의 권총으로 그의 장딴지를 사격했다. 압둘라는 크윽!”하는 신음을 내며 주저앉았고, 우르무드와 같이 무언가의 경계선을 넘은 듯 했다.
지니스가 있던 석실의 바닥에는 서서히 초승달 무늬가 떠올랐고 이내 그녀의 하반신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보였다. 지니스는 커다란 살모사의 머리 위에 올려진 처녀의 모습인 것을.
살모사는, 아니 지니스는 하반신의 입으로 우루무드와 압둘을 게걸스럽게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처녀의 몸으로는 괴성과도 같은 기이한 선율을 내뱉었다. 제레미는 그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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