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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이야기] 기묘한 이웃
게시물ID : panic_992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야기보따리
추천 : 17
조회수 : 299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9/02 15: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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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 직장을 잡은 이래로 벌써 3개월이 넘게 

다가구 주택에서 홀로 월세살이를 하고 있어. 

 

 

그런데 있잖아, 

나는 단 한 번도 이웃 사람과 마주친 적이 없어.

 

 

보통은 집 앞 슈퍼에 가거나 출퇴근하다가도 

한 번씩은 마주치기 마련인데

 

주말에 집에서 쉴 때면 

간혹 현관 밖으로부터 들리는 복도 소리가 전부랄까.

 

 

 

뭐 이쯤 되면 내 주위에 어떤 이웃이 사는지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묻겠지만은,

 

내 경우는 좀 달랐어.

 

 

바로 옆집 203호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그 이웃 때문에......

 

 

 

 

 

 

워낙 건물이 낡았고 현관의 방음이 안 좋은 터라

의도치 않게 현관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들리고...

 

그런 환경에서는 그냥 스쳐들어도 구두를 신었는지 운동화를 신었는지, 

복도에 울리는 발소리로 단번에 알게 되잖아?

 

 

 

그런데 간혹 늦은 밤, 

복도에 울려 퍼지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항상 이내 203호 현관문이 열리고... 닫혔어.

 

 

 

마치 쇳덩이로 된 접합부끼리 녹슬어서 서로 삐걱대는 그 소리가 

매번 나를 소름 끼치게 만들었고,

 

그와 동시에 이웃집 여자에 대한 호기심 또한 일기 시작했어.

 

 

 

아, 한 번도 본 적없는 그 이웃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떻게 아냐고?

 

 

 

 

 

 

 

 

 

하루는 새벽에 문득 잠에서 깨서 물을 마시고 있는데

하필 그때 삐꺽- 소리가 1층에서부터 들리는 거야.

 

 

나는 호기심에 재빨리 담배를 물고 뒤집힌 슬리퍼를 신으려고 

발을 막 이리저리 굴리다가 현관문이랑 크게 부딪히게 됐는데...

 

 

그와 동시에 삐걱삐꺾삐걱삐꺾 거리며 다급하게 뛰어올라오는 그 발소리......

 

 

 

내가 현관문을 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옆집 현관문이 쾅 하며 닫혀버렸고,

 

낡은 센서등이 위태롭게 껌뻑거리는 복도는 일순간에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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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뭔가 이질감을 느낀 나는 203호 현관문으로 고개를 돌렸고 

시선은 점점 문고리로 향하게 되더라.

 

 

문고리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원위치로 돌아가고 있었고

 

 

믿기지 않겠지만은, 

 

 

굳게 닫혀있는 203호 현관문 틈 사이로

딱 봐도 머리칼이 무릎까지 올 것 같은 

엄청나게 길고 무성한 머리카락이 한가득 끼어있었어.

 

 

한 10초는 굳어있다가,

순간 이상한 상상이 들기 시작했는데..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자그마한 구멍으로 지금..

그 여자가 현관문에 딱 달라붙어서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을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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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상이 들자마자 나는 라이터를 놔두고 온 제스처를 취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고

 

 

잘못 본 것이라며, 몹쓸 상상이라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달래면서 그날은 그냥저냥 잠들게 됐지.

 

 

 

 

그 일이 있은 다음날부터 출퇴근 시 이상한 습관이 생겼는데

고질적으로 203호 문틈을 확인하는거야... 

 

당연히 그때 보았던 그 머리칼은 다신 보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지나갈 때마다 안 좋은 기분이 들었어...

 

 

 

 

 

 

또 하루는 저녁에 퇴근해서 우리집 복도에 진입하자마자

2층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203호에서 "그냥 문 앞에 두고 가세요"하는 목소리가 들렸어.

 

 

배달을 마치고 내려가는 헬멧을 쓴 아저씨와 교차하며 올라가고 있는데

203호 문이 살짝 열리기 시작하더라.

 

왠지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얼굴이나 한번 봐야겠다 싶어서 

 

좀 더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는데..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그 여자가 한 쪽 팔만 쭉 뻗은 채로 

배달된 물건을 잡으려고 복도 바닥을 허우적대고 있더라.

 

 

이상하리 만치 마르고 창백한 그 여자의 팔뚝에는 실핏줄이 가득했고

내 기척을 알아차렸는지 길고 가느다란 팔을 급하게 집어넣으려 하는데

 

 

기괴하게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는 

팔 동작이 너무나 부자연스러웠어. 

 

 

마치 잘 만들어진 마네킹 팔을 문 밖으로 던졌다가 

다시 회수한다는 느낌마저 들더라.

 

 

 

 

 

 

 

 

 

 

이내 문이 닫히고 절규하는 소리가 현관문 틈을 비집고 나오는데... 

 

"끼야악!!!!!!!!!!!!!!!!!!!!!!!!!!!!!!!!!!!!!!!!!!!"

 

마치 절대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을 나에게 들켜버렸다는 듯이...

 

 

 

 

 

 

 

 

 

그 뒤로 나는 그 이웃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접기로 했어.

아마 거식증에 걸렸거나,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이거나, 외모가 형편없든지 해서 

 

사람들과 극히 마주치길 꺼려 하는

그런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지.

 

 

 

 

 

 

방금도 잠깐 슈퍼에 갔다가 복도 계단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위에서 쾅 하며 현관문을 급하게 닫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나는 속으로 

 

'또 그 여잔가 보네.. 그래 신경 끄자..' 

 

하며 계속 올라갔지. 

 

 

 

 

 

 

그런데 쪽지가 하나 떨어진 걸 계단에서 발견했어.

그 쪽지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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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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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동시에 나는 고질적으로 203호 현관문 틈 사이를 보게 되었어.

 

 

 

 

 

 

'아...... 다행히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무언가 발밑에서 걸리적거리자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리고 말았어.

 

 

 

 

아무래도 그날 새벽에,

내가 상상했던 것이 맞았나 보다.

지금도 그때처럼 바싹 붙어 날 보고 있을 거야... 

 

 

 

 

 

 

 

 

 

 


급하게 들어가다가 현관문 틈 사이로 삐져나온 그 여자의 더러운 머리카락이.

내 발밑에.

 

 

 

 

203호가 아닌, 202호.

우리집 안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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