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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장치 사용법
게시물ID : panic_992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19
조회수 : 263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9/12 14: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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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오래전 내가 시간여행에 대해 연구하겠다고 말했을 때,

모두가 나를 노망난 늙은이라고 생각했네.

실제로 오랜시간 동안 전혀 성과가 없었지만

난 포기 하지 않고 내 연구를 계속 했어.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믿었지.

그리고 마침내 시간을 다룰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데 성공한거야“

김박사는 눈을 지그시 감고는 예전을 회상하는 듯 했다.

침묵이 길어지자 약간의 불안감이 찾아왔다.

대학 졸업 후 취직 전까지 적당히 알바라도 할 생각으로

공고문을 뒤지다가 제법 페이가 쎈 실험 보조 자리라는 광고를 보고 연락했는데

왠 노망난 늙은이가 헛소리를 해대고 있다.






돈도 못받고 이상한 일만 시키는게 아닐까 생각하던 그때 김박사가 입을 열었다.

“아쉽게도 첫 시험 가동에서 내 생각대로 움직이진 않았다네.

내가 직접 과거로 돌아가려 했는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지.

결과적으론 과거로 가는데는 실패 하고 말았어.“

그럼 그렇지 라는 내 표정을 봤는지 김박사는 웃으며 실험용 매스를 집어 들었다.

“물론 실험 자체가 실패라고 할 수는 없었다네.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대 성공이지.“

그렇게 말한 김박사는 전혀 주저 없이 실험용 매스로 자기 왼손 팔뚝을 그었다.

당황한 내가 허둥대는 사이 김박사의 팔에선

바닥을 흥건히 적실 정도로 피가 나오고 있었다.

“박사님? 왜?”

난 다급히 주변을 살피며 뭔가 지혈을 할 것을 찾았다.

그러는 동안 김박사는 통증에 고통스러운 듯 표정을 일그러뜨린채 말했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5분 전 시간대로 돌아가야 했었지

하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어.“

그렇게 말한 김박사는 금세 표정을 풀고 덧붙였다.

“그냥 내몸만 5분전의 상태로 돌아가더구만,

매 5분마다 말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김박사의 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바닥에 떨어졌던 피도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끔한 상태였다.






난 지혈을 위해 집어들었던 천 쪼가리를 손에 든 채 멍하니 김박사만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뜻이냐 하면, 난 평생 먹지 않아도 살 수 있고

물을 마실 필요도 화장실을 갈 필요도 없단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늙지 않고 죽지 않아.

말 그대로 불로불사의 몸이 된거지.

남은건 한번더 실험을 해서 조금더 보완하는 것 정도라네.

그러기 위해서는 실험체 한명이 더 필요하지.“

김박사는 확인 시켜 주듯 멀쩡한 팔을 보여주며 말했다.

“어때? 불로불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가?”

난 깨끗해진 김박사의 팔뚝을 가만히 쳐다 보았다.

잠시 고민에 빠진 나에게 김박사가 덧붙였다.

“보수는 자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주지.

이게 어느정도의 가치가 있을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을거라 생각하네.“

김박사의 말에 난 마음을 굳혔다.






김박사는 캡슐처럼 생긴 기계를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 시간 설정은 짧게 하는게 좋을 것 같구만

나 같은 경우에 상처가 났을 때 5분 정도 기다려야 하거든

운이 나쁘면 심각한 상처를 입어서 죽을수도 있어.“

난 금고 형식으로 되어있는 실험실 문을 단단히 닫고는 대답했다.

“그게 좋겠네요. 제가 아픈건 질색이거든요.

상처가 나도 순식간에 치료되었으면 좋겠어요.“

김박사는 웃으며 난 캡슐 안으로 안내했다.

“수치들을 좀 조정했고 기록도 확실히 하고 있네.

자네만 성공한다면 앞으로 몇 번이고 할 수 있어.

우리는 불사의 몸과 막대한 돈을 손에 넣게 되는거지.

기대 하고 있게나.“

김박사는 내몸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캡슐의 문을 닫았다.

“걱정하지 말게 그리 길지 않을테니.

자. 그럼 시작하겟네.“

김박사는 그리 말하며 레버를 당겼다.





내가 캡슐에서 나오자 김박사는 내게 수술용 매스를 건네며 말했다.

“축하하네 실험은 성공적이었어. 분명 잘 되었을 거네.

한번 테스트 해보게.“

아직 처음이었던 난 김박사처럼 과감하게 상처를 낼 수 없었다.

난 조심스럽게 손가락 끝에 아주 작은 생채기를 내었다.

그리곤 숨을 죽이며 손가락 끝에서 나는 피를 바라보았다.

“몇 분으로 해주셨어요?

짧은게 유리하다고 하셨잖아요.“

김박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5초...”

이미 10초는 넉넉하게 지난 시점이었다.

난 한숨을 쉬며 상처를 휴지로 닦았다.

“아직 실패라고 단언 할 수 없네.

점검을 좀 해봐야겠어.“

하지만 난 김박사의 말을 듣지 않은 채

실험실 벽에 걸려있는 디지털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35초.. 36초... 그리고 31초... 32초...

시계는 5초 전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와 김박사를 제외한 실험실 내의 모든 것이 5초 단위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야냐 이럴 리가 없어.

뭔가 방법이 있을거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대략 12시간이 지났지만

김박사는 여전히 실험실 한켠에 쌓은 종이뭉치들을 정신없이 뒤적였다.

그래봐야 어질러진 종이들은 5초 뒤에 정확히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난 실험실 문을 열기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금고문 형식의 이 문을 열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초간은 손잡이를 돌려야 한다.

말그대로 꼼짝없이 갇힌 것이다.

난 배고픔에 주저앉아 열심히 뭔가를 훑어보는 김박사를 보았다.

김박사는 이곳에 갇혀도 크게 걱정 할게 없다.

배가 고프지도 나이를 먹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나는 다르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허둥대는 박사의 꼴을 보아하니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둬야할 듯하다.

난 한쪽에 두었던 매스를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











“잠깐 아직 조금만 시간을 주게!

방법을 찾을 수 있어!“

캡슐에 묶인 김박사가 필사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내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배고픔이 너무나 극심하다.

“시간은 드릴게요. 그런데 일단은 뭐라도 먹어야겠어요.

일단 배부터 채워서 제가 목숨을 부지하고,

그러고 나서 생각해 봐요.

어차피 살점 쪼금 정도는 금세 나으시잖아요.“

그리말한 나는 매스를 김박사에게 가져다 대었다.

“잠깐! 소용없네 어차피...”

김박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대었다.

난 군침을 삼키며 살덩어리를 잘라내었다.








“내가 소용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나”

김박사는 씁쓸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엉망이었던 몸은 완벽히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내 생각대로 김박사의 몸은 5분전 상태로 완벽하게 되돌아갔다.

문제는 내가 게걸스레 집어 삼켰던 살덩어리는 물론

입가와 손에 뭍은 피까지 전부다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잠시나마 느꼈던 포만감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몇 번을 시도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난 망연하게 주저앉아 여전히 묶여있는 김박사를 보았다.

“자 이제 진정하고 날 풀어주게.

조금만 참으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테니.

내 약속하지.“





하지만 난 김박사를 풀지 않고 매스를 다시 집어들었다.

“아뇨. 박사님이 방법을 찾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거에요.

그리고 저는 박사님처럼 시간이 많지 않아요.

얼마 버티지 못하고 굶어 죽겠죠.“

김박사는 날 진정시키기 위해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박사님은 죽지 않죠?”

난 자리에서 일어나 김박사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싶으실 거에요.

거기 묶인채로 얼마나 지나야 정신이 나갈지 궁금하네요.“

그렇게 말한 나는 손에든 매스를 내 목에 가져다 대었다.

“나중에 다시 뵐게요. 저세상에 올수만 있다면.“

그렇게 말한 나는 매스를 힘껏 내 목에 찔러 넣었다.

희미해져가는 의식 사이로 김박사의 절규가 들려왔다.








“정신이 드나? 몸은 좀 어떤가?“

김박사의 목소리에 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내 몸은 캡슐안에 고정이 되어 있었고

눈앞엔 김박사가 웃으며 서있었다.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물론 자네한텐 잠깐 잠을 잔 정도의 느낌이겠지만....“

난 정신을 차리고 기억을 더듬었다.

실험실에 갇혀 굶어죽을 상황이 되어버려서

김박사를 묶어두고 자살을 했었다.

그게 기억의 전부였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햇지만 결국 시간 반복을 수습하는데 성공했네.

이제는 모든 시간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

자네 몸은 처음 계획대로 실험이 막 끝난 상태야

내가 실험하기 직전으로 돌아가서 기계를 손봤지.

한번 보겠나?“

김박사는 아무런 예고없이 매스로 내 왼쪽눈을 후벼팠다.








내가 고통에 몸부림 치자 김박사가 말했다.

“아픈가? 걱정 말게 몇 분 후면 괜찮아 질거야.”

시간이 조금 흐르자 김박사의 말대로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자 이번에야말로 자네는 불사의 몸이 된거네.

정말 이렇게 하는데 얼마나 오래걸렸는줄 아는가?“

김박사는 진저리를 치듯 말하고는 무언가 적힌 차트를 들고 내앞에 왔다.

“자네가 죽고나서 난 정말 난감했지.

자네 말마따나 죽지도 못하고 여기에 묶인채 갇혀버린 거니 말이야.

하지만 너무나 다행히도 나와는 달리 두 번째 실험은 완벽하지 않았네.

반복이 되면 반복이 될수록 아주 조금씩 시간이 흐르더구만

내 계산에 따르면 내가 느낀 1년 동안 실제 시간 0.001초 정도가 흘렀네.“

김박사는 끔직하다는 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

“자. 그럼 상상해보게

1000년이 1초인 세상에서 쇠로된 구속구가

사람 힘으로 부숴질때까지 얼마나 걸릴거 같나?“

정신이 아득해 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지.

그 시간을 난 버텨내었네.

처음 구속구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을때의 기쁨이 어땠는지

자네는 상상 하지 못할거야.

그리고 또 가루조차 남지않은 자네 시체를 보며

내가 얼마나 분노했는지도 상상하지 못할걸세.

구속구로부터 해방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일은

이 지옥같은 시간 반복을 정상으로 돌리는 거였네.

바로 연구에 착수했지.

물론 쉽지는 않았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구속구에 묶여있던 시간이랑 비교하면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었지.“

김박사는 차트를 내려놓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을 정상으로 돌리고 나서 내가 다음으로 한 일은 뭐였을 것 같은가?”

김박사는 다시한번 내 눈을 매스로 찌르며 말했다.

“물론 자네한테 복수 하는거지.”




내 비명을 즐기듯 김박사는 기분좋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에게 내가 느낀 고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네.

영겁의 세월동안 느낀 끔찍한 고통을 말이야.

그래서 자네에게 나와같은 영생을 주었네.“

잠시 후 내 눈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완벽히 회복되었다.

하지만 난 전혀 기쁘지 않았다.

“지금 이 실험실은 다시 시간이 반복되고 있네.

다만 다른게 있다면 내가 완벽하게 통제 할 수 있다는거지.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 시간은 정상적으로 돌아갈 걸세.“

그렇게 말한 김박사는 이번엔 내 왼쪽 팔을 매스로 그었다.

“뭐 당장은 원래대로 돌릴 생각은 없지만 말일세.

내가 고통받은 시간의 반의 반 만큼이라도 느껴 봤으면 하는데

그때까지 자네가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구만.”

김박사는 광기서린 미소를 띄며 말했다.

“우선 한 천년정도만 버텨보게나”

그렇게 말한 김박사는 기분이 좋게 웃으며 내몸을 난도질 하기 시작했다.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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