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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스릴러] 리와인더 32화입니다.
게시물ID : panic_994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염의포르테
추천 : 3
조회수 : 6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0/05 22: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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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리와인더 32화입니다.


 분량이 쪼오금 더 있습니다. 진행이 좀 더딘 것 같기도하고 해서요.


기본은 3500자입니다. 더 많이 쓰고 싶긴 하지만 노력상... ㅠㅠ


잘 부탁드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32.


나는 지혜에게 모르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2교시가 끝난 후 쉬는 시간에 학교에서 몰래 빠져나왔다. 단축 수업 덕에 아직 9시 반을 넘지 않았다. 1시까진 3시간이 넘게 남아있었다. 위치도 한정적이었다. 찾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학교를 무사히 빠져나오고,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를 가던 도중 스마트폰이 울렸다. 하연이에 대해 묻는 엄마의 문자였다. 나는 일단 나도 모른다며 찾아보겠다고 답장했다.


아파트 쪽에 도착하자, 9시 반에 가까웠다. 차근차근 찾아 나가자. 급해서 될 건 없었다. 조금 더 빨리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뒤늦은 후회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아파트 옥상을 먼저 확인하고 한층 한층 내려오면서 아래층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중에 잠겨있는 곳은 어쩔 수 없이 넘어가고 열려있는 곳만 살폈다.


내가 설정한 구획 내의 아파트를 전부 살폈을 때는 이미 12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이었다. 하연이는 아직 못 찾은 상태였다. 이럴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다. 찾기 쉬운 곳에 있었다면 여태까지 그렇게 실패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나는 집으로 가 공구함에서 망치를 꺼내 들고 나왔다. 망치 머리가 거의 내 주먹만 한 크기였다. 이거면 될 것이다. 토요일에 봤던 대로라면 말이다. 옥상의 문고리는 모르지만 지하실의 자물쇠는 자물쇠 고리가 녹슬고 낡아 있었기에, 자물쇠고리를 날려버리면 될 것이다. 다만 큰 소리가 날 것이기에 빠르게 해야 했다. 수상하게 보기도 쉬웠고, 경비원의 눈치를 봐야겠지.


겉으로 보이지 않게 가방에 넣고는 첫 번째 목표로 향했다. 그리고 지하실 앞에 도착해서 망치를 꺼내 들었다. 안 그래도 자꾸 눈에 밟히던 지하실이었다. 쉽게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두 손으로 망치를 휘둘렀다.


쾅!


쾅!


쾅!


몇 개의 지하실을 억지로 열고 들어갔지만 허탕이었다. 그렇다고 좌절할 수는 없었다. 아직 12시 40분. 시간도 남아있었고, 모든 지하실을 열어보지도 않았다. 아직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지하실을 확인해나가다가, 한 지하실 앞에서 망치를 들어 올렸을 때 이상함을 느꼈다. 자물쇠의 흔적이 보였다. 누군가 습관적으로 한쪽으로 자물쇠를 놓았던 것처럼 문에 녹슨 자국이 자물쇠 모양으로 보였다. 그러나 자물쇠는 반대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뭔가 팟하고 느낌이 왔다. 온 힘을 다해 망치를 휘둘렀다.


쾅!!


불똥이 살짝 튀며 자물쇠가 고리채로 떨어져 나갔다. 문을 잡아당기자 끼이익 거리는 쇠의 마찰음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어둠으로 가득 찬 지하실 안에서 미약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턱!


망치를 땅바닥에 버리고 스마트폰 조명을 켰다.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를 따라서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찾을 수 있었다.


하연이를.


이것을 위해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그래. 다섯 번째였다. 다섯 번 만에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제시간 내에. 자꾸만 불안한 광경이 눈앞에 오버랩되었지만, 그건 이전의 리와인드였다.


나는 스마트폰 조명을 비추며 하연이를 살폈다. 하연이는 결박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상태는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입은 천 같은 거로 막혀있고 팔과 다리도 결박된 채 도망가지 못하게 한쪽에 묶여있었다.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 보이는 목덜미에는 머리에서 피가 흐른 흔적이 보였고, 옷도 여기저기 찢기고 풀어 해쳐져 있었다. 결박부위에는 쓸린 상처도 보이고 멍도 보였다.


일단 결박을 푸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연이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하연이는 신음 소리를 뱉으며 나에게서 도망가려 꿈틀거렸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진 듯 스마트폰 조명에 제대로 눈을 뜨지 못 하고 있는 걸 이제 보았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 조명을 천정을 향하게 바닥에 내려놓고는 말했다.


“하연아. 나야. 전남석. 구하러 왔어.”


“읍읍!”


“풀어줄게. 잠시만.”


다행히 내 목소리는 알아들은 듯, 하연이가 몸부림은 멈췄다. 나는 다리의 결박을 먼저 풀어내고 손마저 풀어내고는 하연이를 앉혔다. 하연이의 얼굴을 마주 보며, 입을 막은 천도 빼내었다. 하연이가 나를 끌어안고 흐느꼈다. 나는 그런 하연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안은 채로 등을 토닥였다.


“이제 괜찮아...”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하연이를 일으켰다. 그러나 계속 결박되어있었던 탓인지, 제대로 서지 못했다. 몸 전체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듯 했다. 다시 주저앉은 하연이를 부축하여 일으키려 끌어안고 일어서려는데, 하연이가 나를 밀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뭐라고 말하려는 듯했지만, 목이 쉬어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아니 내 뒤를? 왜 뒤를 바라보는 거지? 하연이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데...


푹.


“어...?”


무언가 천을 뚫고 박히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내 어깨를 잡고 있었고 등에서 아니 가슴 안쪽에서 커다랗고 차가운 이물감이 느껴졌다. 등으로 따뜻한 액체가 흘러 옷을 축축하게 적셨고, 화끈거리는 감각이 등에서 느껴졌다.


당황해 뭐라 말을 뱉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났다. 뒤를 돌아보려 하는데 내 어깨를 잡은 손이 허용하지 않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려 하자, 몸속의 이물감으로부터 불에 지지는 듯한 고통이 퍼져나갔다.


“꺽.. 꺽. 꺼억...”


내 어깨를 잡은 손이 나를 뒤로 당겼고, 이물감이 내 몸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온다. 고통에 소리를 지르려고 해보지만 입에서는 이상한 소리만 날 뿐이다. 배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괴롭게 숨을 뱉을 뿐이었다. 그리고 내 뒤의 남자는 크게 휘젓듯이 칼을 비틀었다.


“흡!”


고개라도 돌려 뒤를 보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을 꿇었다.


‘이거... ㅈ됐네.’


왜 뒤에서 오는 발소리도 듣지 못했지.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건 횡경막이나 폐 쪽까지 칼이 들어온 것 같았다. 피가 울컥이며 입술 사이로 솟았다. 피가 등에서 다리를 타고 발까지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인 건 스마트폰이 바로 발치에 있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이다. 그러나 조명이 켜져 있는 지금 스마트폰을 주우려 하면 분명 눈에 띌 것이다. 범인이 내가 스마트폰을 집으려 할 때 방해할 가능성이 컸다. 신고한다면 상당히 곤란해질 테니까.


뒤에서 비닐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칼이 더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깨에서 손도 떨어졌다. 생각하자. 고개를 돌릴 힘도 없어 눈알이라도 열심히 굴렸다. 그래도 범인은 하나다. 하연이는 아직 스스로 일어서지도 못했다. 주저앉아 도망치려 할 뿐. 하연이의 눈에서 공포심이 엿보였다. 어떻게든 리와인드를 실행시켜야 했다. 살기 위해서는 그것밖에 없었다. 이미 지금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바닥에 깔린 그림자가 보였다. 하나의 그림자. 그것의 의미는 광원도 하나라는 것이다. 문도 닫혀있는지 이 안은 오로지 내 스마트폰 조명으로만 비춰지고 있었다. 이것만 가리면 범인도 아무것도 안 보일 것이다.


나는 억지로 지탱하던 몸에서 힘을 풀고, 스마트폰 위로 엎어졌다. 내 상체에 깔린 스마트폰으로 인해 지하실은 어둠으로 가득 찼다. 옆에서 다급하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보다. 진짜 죽을 것 같았다. 바닥에 쓰러진 충격이. 생각보다 컸다. 등에서 칼이 빠진 건지, 등에서 피가 울컥거리며 솟는 게 느껴졌다. 입으로도 한 움큼 피를 토했다.


그래도 의도는 성공이었다. 오른손엔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었고, 지문 인식으로 잠금이 풀린 걸 진동으로 확인했다. 리와인더만 실행하면...


그런데 리와인더가 지금도 사용 가능한가? 지금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제 1시가 되어간다. 원래라면 10시 이후에나 사용하려 했었던 리와인더. 첫 리와인더보다도 앞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면 내 계획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건가? 망설여졌다. 모든 게 초기화된다면, 다음엔 성공할 수 있을까. 모른다. 하지만 선택지는 없었다. 죽으면 끝이었다.


상체를 비틀어 몸을 살짝 들었다. 고개를 아래쪽으로 숙여 스마트폰 화면을 본다. 리와인더. 리와인더... 여깄다. 리와인더를 실행시키고... 버튼을 누르면...


퍽!


“끅! 으윽.”


리와인더 어플을 켠 순간, 내손에 범인의 발이 작렬했다. 스마트폰이 내 손에서 떨어졌다. 범인도 어느새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있었다. 우비를 쓴 인영이 보였다. 역광때문에 얼굴이 보이진 않았다. 시야가 희미했다. 그리고 범인은 다시 한번 발을 들어올려 나에게 사커킥을...


퍽!


충격은 없었다. 대신에 여자의 비명소리가 귀를 찔렀다. 저도 모르게 감아버린 눈을 떴을 떈 내 앞에 하연이가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빨리. 빨리. 시간을!


떨어트린 스마트폰을 주워들었다. 범인이 날 뭔지도 모르고 날 막으려 했지만, 하연이가 달라붙어 막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범인이 하연이를 주먹으로 내려치기 직전, 나는 겨우 정신을 잃지 않고 리와인더를 실행시킬 수 있었다.


출처 1~2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67
3~4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68
5~6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72
7~8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76
9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79
10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91
11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94
12화 http://todayhumor.com/?panic_99099
13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04
14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10
15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19
16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26
17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34
18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74
19화 http://todayhumor.com/?panic_99186
20화 http://todayhumor.com/?panic_99208
21~22화 http://todayhumor.com/?panic_99262
23~24화 http://todayhumor.com/?panic_99273
25화 http://todayhumor.com/?panic_99294
26화 http://todayhumor.com/?panic_99307
27화 http://todayhumor.com/?panic_99331
28화 http://todayhumor.com/?panic_99340
29화 http://todayhumor.com/?panic_99355
30화 http://todayhumor.com/?panic_99363
31화 http://todayhumor.com/?panic_99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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