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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지어서도 불러서도 존재하지도 않아야 할 것 2
게시물ID : panic_994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게썅마이웨이
추천 : 25
조회수 : 22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0/20 23: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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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들이 막 수근거리는데 대충 줏어 듣기로는 아줌마가 터미널에 자주 나와서 앉아있는데  신을 받은건 아닌데 신기가 주체가 안되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툭툭 내뱉어서 가끔 저렇게  시비가 붙는다며 또 시작이네 하더니 다들 제 갈 길 가더라.  


아저씨도 재수가 없다며 침 뱉고 사라지고 남은 아줌마만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 아줌마가 날 보더니 거봐 또 만난다고 했지? 이러며 내 손을 잡고 당연하다는듯 식당으로 들어갔다.  엉겁결에 주문까지 하고 밥 한그릇을 다 먹었는데  그때까지 아무말 않던 아줌마가 나지막하게 너 가슴에 뭐 숨겼냐? 말했다.


 뭔소린가 싶어 눈만 꿈뻑이는데 이내 모르면 됐어! 밥 값은 니가 내라 하는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제가 왜.. 하니까 난 돈 없는데? 화투쳐서 다 잃음! 하며 휙 나가드라.  어쨌든 계산을 하고 나도 모르게 그 아줌마 뒤를 졸졸 쫒아갔는데  그런 내가 싫진 않았는지 빨리빨리 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생각하면 참 겁대가리 없이 아무나 쫒아가고 나도 참 무개념이였는데  아마도 그 아줌마에게 위험한 촉이 없었기 때문이였을거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대로변 한 속옷 집에 멈춰섰다. 점포정리를 하던 가게였는데  속옷을 사려한건지 불쑥 들어가더라. 설마 또 나보고 돈 내라는거 아닌가 싶어 그냥 밖에 서있었는데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잠시후에 막 소란이 나더니 문이 열리며 아줌마가 쫒겨났다.  밀려나면서도 욕을 해대며 자기 말 안듣는다고 난리였는데 한참을 실갱이 하던중에  이년아 니 어깨에 두놈! 하나는 투실투실한게 욕심이 잔뜩 붙었고  하나는 젊고 잘생겼는데 발이 하나 없다! 하니 갑자기 멈춰선 주인 얼굴이 한참 굳더니  정중하게 들어오세요 하는거다. 이번엔 나까지 끌려갔는데 한참을 둘이 얘기하더니 한참후  맨발로 마중까지 나오며 조심히 가라고 문까지 열어줬다 


 밖으로 나와서 계속 걷는데 아줌마가 야 다왔어 우리집 들어가자 하는데 집이 어마무시 했다.  분명 낡은 판자집 같은데서 살거야 라는 생각을 했는데  엄청 큰 나무로 둘러쌓인 주택이였다. 깜깜해서 잘보이진 않았지만 엄청 큰듯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개 몇마리가 날 향해 일제히 짖기 시작했다. 


 하얀돌 같은걸로 지은 집이였는데 잘보이진 않아도 좀 낡아보이는 오래된 집 같았다.  실내에 들어가니 입이 떡 걸어졌다. 2층 집이라 천장도 높고 20년은 되보이는 양식이였는데  벽과 바닥이 모두 니스질 된 나무로 되있었다  그 집의 역사는 그대로 두고 가구만 현대식으로 들여진것 같았다  가구도 티비에서 보던 부잣집 가구라 연신 작은 탄성만 지었는데 그런 나를 데리고  욕실과 묵을 방을 알려주느라 부산한 아줌마였다. 


 엉겁결에 따라오긴 했는데 갑자기 앞으로 묵을 방이라니 좀 신경쓰였지만  단칸방에만 살다가 이런곳에서 살게된다니 좀 기뻐서 거절하지 못했다.  그땐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앞일은 생각도 안하는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졌었던거 같다   그렇게 그 집에서 첫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낯선곳이라 그런지 자꾸 뒤척이게 되서 잠이 들지않았다.  


물이라도 한잔 먹어볼까 했지만 남의집 냉장고를 막 열어보는건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그냥 꾹 참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려는데 불이 갑자기 나가서 서둘러 방으로 돌아왔는데  문을 열자마자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순간 코를 쥐어막고 앞을 봤는데 달빛에 비친 커텐 그림자 속에서  길죽하게 가느다란 손이 튀어나와 손가락을 까딱대는데 순간 소리 지를뻔 했지만  아줌마가 깰까 겁나서 입을 틀어막았다.  우리집만 벗어나면 해결될줄 알았는데 그것때문에 숙소에서도 쫒겨나고  심지어 이곳까지 나타나서 날 괴롭히는게 화가났다.   난 들어가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는데 그것은 계속 손짓하고 나는 도리질만 할 뿐이였다.  그러자 인내의 한계가 왔는지 그것이 엄청난 기세로 튀어나와서는  눈 앞에다 그 비틀어진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질러대는데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소리였다  엄청나게 높은 찢어지는 비명에 난 코를 막던 손을 귀로 가져갔다.  귀를 막아도 그 비명은 그대로 들려서 귀에서 피가 날 지경  갑자기 등 뒤에서 뭔가가 확 날아들어 왔다.   촤악 하는 소리와 같이 팥이 방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비명도 그것도 사라져 있었다.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 주저앉았는데 아줌마가 손에 든 팥 바가지를 내려놓고 나를 꼭 안아줬다.  긴장이 풀리니 눈물이 터져나왔고 나머지는 내일 얘기하자며  날 자리에 뉘여주고 돌아가셨다. 그 상황에도 잠이 오긴 오더라   그것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악몽을 꾸었다. 지금은 그 내용이 상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강 뭔가에 쫒기는 꿈인데 쫒기는 대상은 없는데도 내가 두려워하며 달려댔다  어떤 일들이 지나고 교회에 도착했는데 그 지하실로 내가 내려가서 의자 밑에 숨어있을때  그것이 확 나타나서 내 손을 끌고 가는데 그후부터는 잘기억이 안난다.  


악몽에서 깨어나니 거의 한낮이 되는 시간이였다. 방 공기는 차가웠고 우풍이 있는지 코가 시렵다  어제 그것이 서있던 커텐을 보니 현기증이 났다.  그것이 서있던 자리는 장판이 까맣게 그을려있는걸 보고 섬뜩한게  그게 단순히 상상의 것 또는 환각 같은게 아닌  실체가 있는것이라고 생각하니 오금이 팍 저렸다.   거실로 나오니 따뜻한 기운에 몸이 녹는듯 했다. 


 그러고보니 아직 겨울이 온것도 아닌데 코가 시려울 정도라니 이상해서 방에 다시 들어갔다.  아까 같은 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냥 내 착각이겠거니 생각했다.  거실엔 아줌마가 소파에 앉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듯 눈을 감고 있었고  내가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자 싱긋 웃으며 소파에 앉으라는 듯 눈짓을 했다  죄인이 된거같은 기분에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는데 불편한 침묵에 아줌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 신변에 관한 질문이였는데 우물쭈물하며 말을 잘 못하자  답답하다는듯 한숨을 길게 쉬던 당신의 과거얘기를 꺼냈다.    나이는 사십대 중반이고 삼십대 후반부터 시작한 무역사업이 잘되어서  그당시 여자로써는 엄청난 지위와 부를 가졌었는데  마흔이 되던 해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혼한 남편사이에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당시 8살.  


사업이 무너지면서 가세가 기울때쯤 갑자기 이유도 없이 딸이 쓰러져서 혼수상태,  병명 모르고 48일후 심장 멈춤   모든 재산 백지화 되고 친정의 도움으로 현재 집만 건졌다고 했다.  본인은 어렸을때부터 예감이나 꿈이 잘 맞았다고  전업주부에서 이혼후 사업을 벌렸을때도 그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고 마흔이 되던 해 무병이라는게 왔는데  그것때문에 사업신경도 못쓰고 계약건도 자꾸 펑크를 내거나 나서  그때부터 무너졌다고 했다.   사업은 둘째치고 건강이 너무 나빠 병원을 다 돌았는데도 병명이 안나오고  조금 몸이 나아지는가 싶어 제자리를 잡아갈때쯤 딸이 죽어버렸다고 했다.


 아이를 잃고 미친 사람처럼 살았는데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계속 가슴과 머리서 타들어가  잠도 먹지도 못해서 다 죽었다고 생각했을때 친정오빠가 굿이라도 해주려고 부른  무당의 말로 그때 처음 신병을 알게되었다고   자기는 이미 잃을게 없다며 신 받는걸 계속 거부하고 지금까지 살아왔고  그 넘치는 기운을 못이겨 터미널에서 곧잘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루종일 지켜보곤 했는데  눈 앞에서 영상처럼 그려지거나 마음속 깊은 울림 같은걸로 그사람의 액운이나 행운을  스스로 점쳐지면 자신도 모르게 막 그 사람을 붙잡고 떠들어댔다고 한다 



 그래서 시비도 붙고 미친여자 소리도 들었는데 욕했던 사람은 다 하나같이 1주일도 채 안되서  복채를 들고 찾아온다고 했다. 많은 액수를 들고 점을 더 쳐주길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들고온 복채는 앞서 봐준 댓가라며 천원씩만 챙겨놓고  더 이상의 점은 쳐주지 않았단다. 


본인은 무당이 아니라면서..   한참 이야기를 듣다가 전날 있던 속옷가게 이야기를 하니 그 주인 어깨에 남자가 둘있는데  그 여자에게 온 급살을 대신 맞아 죽은 남편과 정부라고  그래서 둘이 그 여자 어깨에 머물며 좋지않은 사이이다 보니 항상 싸워대는데 그로인해  몸이 아프고 장사도 안되는거라며 절에 가서 치성도 좀 드리고  이것저것 일러주고 온거라고 얘기해주더니 더 궁금한건 없냐고 물었다 

 당연히 제일 궁금한거는 내 문제 하지만 그걸 물어보면 내 이야기도 해야 해서 잠시 망설였는데  그런 속을 꿰뚫기라도 하듯 나를 도울려면 자기가 알아야 할게 있다며  귀신이라고 만물을 다 아는건 아니라는 농도 좀 섞어 내 기분을 편하게 해줬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내 가정환경부터 그간 있었던 일을 다 얘기했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그간 속앓이를 다 풀어내고 나니  가슴 한켠에 막힌 응어리가 뚫리는 느낌이였다.   내 얘기를 끝까지 듣던 아줌마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는듯 아무말도 하지않고 앉아있었는데  이윽고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입을 뗐다.   나는 조상을 모실 그릇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고.  보지도 듣지도 말아야 할 것들은 내 곁에 있어서도 있을 필요도 없다고 말이다.  



단순하게 내가 뭔가 건들이지 말아야 할 어떤것을 건들었다는것.  부정한 것 더러운 그릇을 자의든 타의든 내가 시작해 버렸기 때문에 내 곁에 있는것이고  그마저도 기가 탁하지 않은 자에게는 붙어있질 못하는데  나는 부정한 것이 숨어들기 좋은 안식처 같은거라고 말했다. 


 사람은 공포를 한번 느끼면 그 공포로 인한 두려움을 낳고 대수롭지 않은 일들도  자연스레 그런 상황과 연관 지어서 무서운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더 겁에 질려하고 스스로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이런 상황에서 정신력을 얼마만큼 침착하게 컨트롤 할수있냐에 따라  기가 강하다 약하다라고 불리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기' 라는 것은 수련을 해서 강해질수 있는것이고  기가 강한 사람도 의지력이 약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기가 약해질수도 있는데  아주 간단한 공식 같은거라고 말이다 


 덧붙여 소위 사람들이 만들어낸 귀신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상상화 같은것이라고 했다.  인간이 느끼는 기준의 혐오스러움과 괴기스러운 이미지를 귀신=공포 라는 뼈대에  그 이미지를 삽입할 뿐이지 본인이 느끼는 대다수의 영은 그런 괴의한 모습이 아니라고...  가끔 원한이 깊은 것. 사념이 강한 것은 형체를 띄기도 하는데 아주 다양한 모습이기 때문에  딱 어떤 모습이다 라고 말하기가 힘들단다. 


 그냥 수증기 같은 모습으로 나타날때도 있는데  그것을 왜곡시켜 형체를 내가 쉽게 인지할수 있는 이미지로 바꿔내니까  그런 흉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내가 공포심을 가질수록 그것은 내 영혼을 갉아먹고 자라날 것이며  두려워 할수록 힘이 강해지고 형체를 가질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을 쉽게 왔던 곳으로 보낼수는 없지만 목적이 달성되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인력으로 그것을 보내려면 내 스스로가 강해져야만 한다고 했다.  (여기까진 기억나는 말들에 약간 살을 붙여 알아듣기 쉽게 쓴 것이다)  



너무 어려운 말들이라 지금에서야 그 뜻을 이해하지  어린 나는 그걸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고  머릿속엔 온통 내가 뭘 잘못만졌을까 하는 생각 뿐이였다.   한참을 얘기하고 나니 시간이 꽤 오래 되 버렸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아줌마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내게 대충 옷을 입으라고 했다. 



 그렇게 밖을 따라나서 찻길을 하나 건넜고 작은 비탈을 하나 지나서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허름한 다세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이였다.  희미하게 가로등이 켜지고 어둑어둑한 곳이 밝아지고 있었는데  낡은 철문을 끼익 밀더니 2층으로 올라가서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누군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하얗고 곱상하게 생긴 얼굴을 가진 남자였는데 아무말 없이 집으로 들어갈수 있게끔  몸을 비켜줬고 나도 올라오라는 손짓을 하길래 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은 잔잔한 향 같은게 났는데 난 좀 불쾌한 냄새였다. 국민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큰이모부 장례식에서 맡던 그 향냄새  땅콩 비린내처럼 비리면서 이상한 냄새라 어린시절 기억에도 맡기 싫어했던게 떠올랐다.   그 남자는 시종일관 아무말도 없이 묵묵하게 찻상을 펴고 방석을 깔고  이상한 맛이 나는 차를 내왔는데 가까이서 보니 눈이 굉장히 작아서 마치 웃고있는듯 보였는데  어찌보면 여자같기도 어림잡아 이십대 중반쯤 되 보였다.  


그렇게 말 없이 차를 홀짝 대다가 아줌마는 인사 같은것도 없이 다짜고짜  나 논산에 갔다 올테니 그동안 얘 좀 돌봐줘라 하는 것이다.  남자는 약간 놀란듯 했으나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를 한번 훑어보더니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여자같이 비단결 같았는데 편하게 선월이라 불러라 했다. 


 뭔 남자 이름이 그런가 싶었는데 여잔데 남자처럼 생겼나 싶기도 해서  호칭을 오빠라고 해야 하는지 언니라고 해야 할지 한참 갈등하다  친해지기 전까진 그냥 선월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아줌마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벌떡 일어나서 나가길래 엉거주춤 일어나서 뒤를 따라 나섰다.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집을 뒤돌아봤는데 익숙한 깃발 같은게 대문에 매달려 있었다.  


난 조심스레 아줌마에게 그분이 무당이냐 라고 물어보니  아줌마가 너 무당 본 적 있냐 하고 되물었다.  아니 처음 본다 라고 하니 그럼 뭘 보고 무당이냐 다시 묻길래  대문 옆에 깃발 같은게 있어서 그렇다 했다.  아줌마는 빙긋 웃으며 그래 맞다. 


이 말만 하고 다시 빠른 발걸음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해서 아줌마가 나에게 당분간 이 집에 선월이랑 있으면서 지내라고 했다.  아줌마는 볼일이 있어서 논산으로 간다고 아마도 한달남짓 걸릴거니  그동안 선월이 밥도 챙겨주고 할거고 이상한 사람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며  선월이 어딜가든 항상 따라다니라고 했다. 


절대 개인행동은 금물이라며..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나는 꽤 소심해서 어련히 본인 스케줄이 있겠거니 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아줌마는 씻고 오더니 오늘은 나와 같이 자마 하며 아줌마 방에 이부자리를 깔아줬다.  아줌마는 침대가 없어서 나란히 눕게 되었는데 어색하기도 했지만  엄마와 함께 자리에 누워 잠을 자던 그 시절이 떠올라서 괜히 울컥해서 난 베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저 일개 중학생일 뿐이였던 내 삶이 어느날부터 이상하게 변했고  흘러흘러 모르는 사람 집에 동거까지 하며  보살핌을 받는다는게 신기하고 믿겨지지가 않아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토록 미워하던 아빠와 친할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쯤 그들은 나 같은건 안중에도 없겠지 하는 생각에 화도 났지만 쓸쓸했다.   슬쩍 옆을 보니 아줌마는 곤히 잠든듯 했다. 


가만히 얼굴을 보니 꽤 미인형이였는데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얼굴에 그대로 들어나서 나이보다 더 들어보였다.  낮에 들었던 그녀의 기구한 인생에 나는 묘한 동질감 같은걸 느끼며  지금쯤 살아있다면 내 또래쯤 됬을 아줌마의 딸도 그렇게 영이라는게 되어있을까  아니면 억울하게 죽어서 귀신같은게 되어있을까  혹시 아줌마에게는 딸이 보이기도 할까 수많은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던거 같다.  아침이 왔고 나는 간만에 잘잤다 


하는 소리와 함께 힘껏 기지개를 폈다.  아줌마는 벌써 일어났는지 나만 방에 남겨져 있었고  정갈하게 이부자리를 개서 놓고는 거실로 나갔다.   부산하게 뭔갈 준비하고 있었는데 옆엔 이미 가방꾸러미가 두개나 있었다.  아침인사를 하는 날 보더니 여전히 싱긋 웃는 눈 인사로 대신하고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하며 주방쪽을 손가락질 했다.  



주방으로 가니 간촐하게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간만에 먹어보는 아침식사라 그런지  좀 더부룩 하긴 했어도 아줌마의 의외의 음식솜씨에 한그릇을 금세 비워내곤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벨이 울려서 나가보니 선월이 왔다.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올라가는데 마당에 개들이 나와 눈만 마주치면 사납게 짖어댔다.  선월이 지나가니 얌전해졌는데 왜 나만 보면 그렇게 살벌하게 짖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선월이 오자 아줌마는 챙겨논 짐을 들고 집을 나섰다.  집 앞에 세워진 중형차가 있었는데 그게 아줌마 차였나 보다.  


그녀는 재산이 없는듯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좋은건 다 가지고 있는듯 했다.  아줌마는 트렁크에 짐을 싣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월 말 잘 듣고있어 라며 차에 탔고 선월은 여전히 말 없이 눈 인사만 할 뿐이였다.  아줌마가 떠나는 걸 보니 왠지 마음이 훵한게  같이 지낸지 며칠되지 않았지만 굉장히 정이 들어버린듯 했다  한참을 밖에 서서 그녀가 간 자리를 보고 있자니 팔을 툭툭 치기에 집으로 들어갔다.  


딱히 할 일이 없어 무료하게 소파에 앉아 티비를 틀어보고 있는데  선월이 몇살이냐 물었다. 14살이라고 하니 거기서 더 묻지 않았다.  그는 굉장히 말수가 적고 작은 체구와 달리 행동이 느릿느릿 했는데  첫대면에도 느꼈지만 모든게 여자같이 조신하고 정갈했다.   그날은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밤이 되자 나는 조금씩 불안했다.  아줌마가 없는 집은 굉장히 으스스했고 유난히 넓었다.  


그리고 나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데에 초조해져서 잠을 자지 못했다.  잠이 들면 그것이 지 세상인냥 활개치며 또 내 위에서 몹쓸 짓을 하고 날 괴롭힐거 같았다  아줌마의 말을 되새기며 나는 강하다 두렵지 않다 자기세뇌를 했지만  몸으로 한번 느낀 공포는 절대로 잊혀지지가 않는다.  절대로 자지 않을거라 다짐했지만 세상에 감겨오는 눈꺼풀엔 장사 없다더니 잠이 쏟아져 왔다.  찌륵찌륵 귀뚜라미 소리가 자장가같이 들렸는데 점점 그 소리가 늘어진 테이프처럼 느려졌다.  쩌--르르륵.. 쩌------르르르륵  순간 뭔가 왔다 



하는 느낌이 들자 어김없이 내 눈앞에 그것이 나타났다   그것이 이번엔 거꾸로 서있었는데 공중에 붕 떠있는 상태로 거꾸로였다  가발같은 지저분한 머리가 내 몸에 닿을듯 닿지 않았는데 서서히 내 얼굴쪽으로 다가왔다..  난 가위눌림처럼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고 그걸 그냥 정면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입에선 겨우 신음만 흘릴수 있었는데 그건 그런 신음소리가 듣기 좋은지 고개를 파르륵 떨었다.  얼굴이 점점 다가와서 내 머리 위에 서자 나도 모르게 눈이 위쪽으로 향했는데  그것은 위에 나는 아래로 얼굴이 일자로 마주섰다.  나는 지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그것의 뻥 뚫린 눈을 피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마주보고 있었는데  눈물이 자꾸만 났다.


 그것이 그런 날 보며 이상한 소리로 큭큭 거리는거 같았는데..  갑자기 웃음을 멈추더니 잡아먹을듯이 입을 크게 벌렸다.  
나는 아..아 하고 입이 벌어지며 그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진후  아랫도리가 축축 해지는게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였다.  
출처 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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