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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과 성악설
게시물ID : panic_995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5
조회수 : 23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1/13 15: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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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성선설과 성악설]

 

 

 

얼마전에 누군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성선설과 성악설중 어떤걸 믿느냐고 말이죠.

 

간단히 대답할 수는 없는 문제였기에 한동안 고민에 빠졌습니다.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선을 배우는 악한 존재?

 

악을 알아가는 선한존재?

 

꽤나 오랫동안 고민을 했지만 쉽게 결론지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의 일생을 떠올리곤 답을 내릴 수 있었죠.

 

대답하기 전에 그 사람의 일생에 대해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약간 지루하고 기분 나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한번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제가 잘 아는 어떤 남자아이의 슬픈 인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아이의 부모는 그리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친엄마는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집을 나갔고

 

아빠는 술주정뱅이 건달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언제나 더러운 방안에 방치된 채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런 최악의 환경에서 아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기적인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었을 때 아이 아버지는 만취 상태로 강에 빠져 목숨을 잃었습니다.

 

챙겨줄 이 하나 없는 그 아이가 길바닥에서 굶어죽을 처지에 놓였을 때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남자는 아이를 허름한 판자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 좁디좁은 방에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고아들을 데려다 앵벌이를 시키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그날 이후로 아이는 앵벌이를 하며 남자에게 상납금을 바쳐야 했습니다.

 

상납금이 부족하면 굶는건 기본이었고 심하게 두들겨 맞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 쯤 되자 아이는 상납금을 맞추기 위해 행인들의 주머니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 행동을 우리는 악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아이는 그저 배가 고팠습니다.

 

그냥 매 맞는게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뿐입니다.

 

거기엔 선도 악도 없었습니다.

 

 

 

아이가 조금더 자라자 남자는 아이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한 물건을 배달하는 일을 시작으로

 

누군가의 뒤를 밟거나 물건을 훔쳐 오는 일도 했고

 

언젠가 부터는 사람을 위협하거나 다리를 부러트리는 일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아이는 몰랐겠지만 그 일들은 남자가 받아온 조직폭력배의 잔심부름들 이었습니다.

 

아이는 그게 나쁜일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좋고 나쁘다는 개념을 배운적도 없었고

 

남자의 말은 절대 거부할 수 없다고 어린 시절부터 세뇌되어 왔으니까요.

 

그리고 19살이 되던 해에는 마침내 사람까지 죽이게 되었습니다.

 

처음 사람을 죽일 때 그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쾌감? 두려움? 슬픔?

 

아닙니다.

 

그 아이는 그저 담담하게 상대의 몸에 칼을 쑤셔 박았습니다.

 

나쁜짓이란 것도, 하면 안되는 짓이란 것도 배우지 못했으니까요.

 

그냥 시킨대로 했을 뿐입니다.

 

오늘은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

 

오늘은 매를 맞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경찰에 잡혀가게 되었을 때에도 아이는 자신이 왜 잡혀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선악에 대한 개념이 없었으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감옥에서 아이는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선과 악에 대해 배웠고

 

해도되는일과 하면 안되는 일을 배웠습니다.

 

떳떳하게 돈을 버는 법을 배웠고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걸 모두 알게 되자 그 아이는 과거 자신의 행동이 해서는 안될 나쁜짓이란걸 알게되었고

 

뒤늦게 후회와 슬픔과 고통을 느꼈습니다.

 

한참을 힘들어하던 그 아이는 이제부터라도 누구보다 착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고는

 

모범수가 되어 모든 복역을 마치고 사회로 나왔습니다.

 

그리곤 다시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가난한 자들과 고아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를 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조금 길었지만 이제 마무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아이는 살인까지 저질렀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봉사를 하는 선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악한 인생을 산 듯 하지만 그 시작과 끝은 선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은 훌륭한 교육자니 자상한 고아원 원장이니 하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과거에는 애들에게 앵벌이를 시키고 두들겨 패는 흉악한 삶을 산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럼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저에게 성선설과 성악설 중 무얼 믿냐고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어느쪽도 믿지 않는다입니다.

 

선한놈은 뭘하든 결국 선하고 악한놈은 뭘하든 결국 악하단 이야기죠.

 

환경에 따라 잠깐은 달라지겠지만 그 본질은 바꿀 수 없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제가 계속 이렇게 선량한 고아원 원장으로 남기 위해서는 그 아이를 죽여 버리는 악행을 저질러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아이는 저에 대해 너무 많은걸 알고 있으니까.

 

제가 그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By. neptunuse

출처 영상출처 : https://youtu.be/0XLr4CZN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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