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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모자
게시물ID : panic_996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원
추천 : 2
조회수 : 10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2/05 07: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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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유서 깊은 집안의 후손인 귀족은

절대 남에게 허리를 굽히는 법이 없었습니다.

 

 

지역의 명사가 찾아와도

지방의 영주가 찾아와도

귀족은 그들 모두를 냉대했습니다.

 

 

귀족의 오만함은 하늘을 찌를 듯했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국왕은

귀족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며칠 뒤

귀족의 영지에 도착한 국왕을

귀족은 예의를 갖춰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귀족의 얼굴에서 불편한 기색을 발견한 국왕은

귀족이 매우 괘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저녁...

귀족은 성대한 만찬을 열어 국왕을 대접했습니다.

 

귀한 술과 산해진미가 한껏 어울러

분위기는 금세 무르익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

국왕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보란 듯 신발 끈을 풀어 헤쳤습니다.

 

 

그리고

귀족에게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풀어진 신발 끈을 묶으라 명령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귀족이 국왕 앞에 무릎을 꿇고

국왕의 풀어진 신발 끈을 묶었습니다.

 

 

국왕은 이에 매우 만족했고

만찬은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귀족은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 가

손가락 사이에 피가 고이도록

두 주먹을 꽉 쥐며 이를 빠드득 갈았습니다.

 

 

다음날

귀족은 다시 성으로 돌아가는 국왕을

마중 나왔습니다.

 

 

귀족은 그 자리에서 국왕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전날의 굴욕을 목구멍 뒤로 넘기고

예의를 다해 국왕을 섬겼습니다.

 

 

하지만

떠나는 국왕에게 인사를 하던 귀족은

중대한 실수를 저질러 버렸습니다.

 

 

국왕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는 도중 그만

모자를 벗는 걸 잊었던 것입니다.

 

 

이에 크게 노한 국왕은

병사들을 시켜 귀족의 머리에

쇠로 된 무거운 모자를 씌웠습니다.

 

 

그리고

귀족이 모자를 다시는 벗을 수 없도록

모자를 귀족의 머리에 징으로 박았습니다.

 

 

하지만

국왕이 떠나고 난 뒤에도

귀족은 여전히 그 오만함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천근만근 같은 쇠모자를 뒤집어쓰고도

남들에게 허리를 굽히기는커녕

고개 한 번 끄덕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마을 사람들은 세상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며

거리를 미친 사람처럼 뛰어다니는 귀족을 발견했습니다.

 

 

귀족은 자존심도 잃은 체 바닥을 뒹굴었고

그 천한 비명소리는 도저히 귀족의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믿기 힘들었습니다.

 

 

귀족은 얼마 안 가 눈과 코, , 귀에서

피를 쏟아내다 죽어버렸습니다.

 

 

이 처참한 죽음에 경악한 구경꾼들은

그 후에 일어난 일을 죽는 순간까지

잊을 수 없었습니다.

 

 

죽은 귀족의 한쪽 눈이 부풀어 오르더니

그 안에서 쥐가 한 마리 튀어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국왕은 귀족의 머리에 쇠로 된 모자를 씌울 때

쥐도 같이 넣었습니다.

 

 

며칠간 모자 안에서 굶은 쥐는

귀족의 머리를 갉아먹다 귀족의 눈구멍을

통해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국왕은

귀족이 드디어 겸손을 배우게 되어

기쁘다며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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