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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겪은 일들(feat.가위)#2
게시물ID : panic_996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냠냠a
추천 : 8
조회수 : 9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2/15 19:52:40
안녕하세요.
저번에 인생 첫 가위에 대해 글을 올렸었습니다.
흥미진진하거나 엄청 무서운 일들은 크게 겪지 못해본지라..
살도 좀 붙이고 해야 재미날텐데, 
필력부족으로 재미나진 않은 글이었지요.ㅎㅎ


중학교때 같은 반 아이였던 B라는 아이.
1학년일때 교내에서 운명을 달리한 아이에 대해,
그 후 교내에서 있었던 수상쩍은 일들에 대해 준비했었습니다만..

작성을 하는 중 양쪽 팔이 욱신거리고 몸이 힘들어져
'아, 기억만으로 되었다는 뜻인가..'싶어 그 내용은 접기로 했습니다.



1학년 말기에 시외로 이사를 갔습니다.
집을 얻을 돈조차 없었던 사정을 아시는 분께서 
도움을 주셨는데,
외곽에 있던 그분의 건물을 관리하는 차원으로 
관리실을 내주셨죠.
단층짜리 건물 한 개에 딸린 조립식건물입니다.
딱히 관리할 것도 없었지만, 그저 깨끗이 치워만 달라셔서
비어있는 건물을 청소하는걸로도 충분했었죠.

그곳에서 몇 년 지냈었는데
사실 좀 무섭고 오싹한 위치였던 게..

동네와 상당히 떨어져있는 외진 건물이었고,
뒷산은 죄다 묘지였다는 거죠.

저수지로 향하는 물길옆으로 난 논길을 따라 들어가면
90도정도 확 꺾이는 커브길에, 
물길위를 건너 묘지로 향하는 작은 다리가 있었습니다.
꽤 큰 묘지였던걸로 기억하지만
무서워서 건너가본적은 없었죠. ㅎㅎ

여름을 굉장히 싫어했지만 여름이 끝나는게 무서웠던 건
밤이 일찍 온다는 것..

학교끝나 미친듯이 달려 집에가는 버스를 일찍 타도, 
시외다보니
아무래도 가는 시간이 좀 걸리는지라 어두워지곤 했었죠.

어둠이 내리는 외진곳,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논길.
제일 무서웠던 곳은 그 다리가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을 등지고 길따라 몸을 돌리면 
다리밑에서 물소리가 달라지곤 했습니다.

누군가 손으로 물장난치는 듯한 소리..
다리밑에서 물장난치며 저를 보고 있을 것 같은 느낌.

뒷골이 서늘하고 다리가 얼어붙는 것 같았지만
서있으면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 더 무섭기에
굳은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집까지 가곤 했었죠.

어머니는 대단한 개신교신자이신지라..
감히 무섭다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었습니다.
혼나거든요.ㅋㅋㅋㅋ
하나님이 지켜주시는데 그깟 귀신이 뭐가 무섭냐고... ㅜㅜ
(제 20대 시절까지 호러에 대한 허세는 그때 형성된 것 같습니다.)

시내로 다시 이사를 하게 됐을 때
아, 이제 해방이다.. 이런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ㅎ
정말 무서웠거든요..

이사를 다 하고나서 아버지께서 그 집에 대해 말씀하실 때,
아버지랑 저랑 둘 다 소름끼쳐했었던 게.

차를 끌고 집에오는 길에, 그 커브길을 꺾고나면
항상 누군가 뒤에서 보는 느낌이 들어 룸미러를 못보셨답니다.

그 집에 사는동안
친구들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그 포인트에서의 공포심을
얘기해본 적이 없었기에..

같은 부분에서 느꼈던 비슷한 공포심에 
아버지랑 저랑 엄청나게 소름끼쳐했었죠.




이사오기 전에 가위에도 몇 번 눌렸는데
환한 대낮에 눌려본 가위는 뭔가 잊기도 힘드네요.ㅎ

링이라는 영화 아시죠?
우리나라버전을 먼저 봤던지라, 일본판이 나왔을 때
비디오로 빌려보게 됐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외출준비로 부산하셨고
오빠가 밖에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큰방에서 부모님침대에 누워 비디오를 보고있었습니다.

거의 끝나갈 때, 어머니께서 외출하시며
비올수도 있으니 빨래 신경써달라 부탁하셨죠.

영화가 끝나고 '생각보다 시시하네.'하는 생각을 하면서
비디오테잎을 꺼내두고 다시 침대에 누웠습니다.
햇빛이 밝은 낮이라 그랬는지
무섭지도 않았고 졸음이 엄청 쏟아지더군요.

그대로 부모님침대에서 잠이 들었는데
배가 묵직- 한겁니다.
'뭐지..'하고 이불을 걷어보려는데 몸이 안움직이더군요.

이불덮은 제 발끝은 보이는데 배는 자꾸 묵직하고..
이불은 배까지만 덮고 있었는데
묵직한 배 위에서 얼굴을 비비는 느낌이 났습니다.
머리카락스치는 소리와 함께요.

보통 누군가 배 위에 얼굴을 부비면
머리카락이 이불같은데에 부벼지는 소리같은게 들리잖아요?

정수리부분이 살짝 보였는데
검은 머리카락이었고, 길었습니다.

분명 어머니의 헤어스타일이 아닌데도
왜 그랬는지, 어머니께서 장난치신다고 생각해버렸어요.

제 배에 머리를 묻고 
팔을 제 몸 옆으로 슬쩍 늘어트리고 있었는데
손목까지 오는 흰옷이 보였습니다.
솔직히 얼핏 본 기억이지만..
한복같은 건 아니고 티셔츠같았어요.

"아, 힘들어어... 내려가..." 라고
말을 내뱉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목소리가 제 귀엔 들렸으니까요.ㅎ
말을 하면서 보이는 정수리를 밀어냈는데
그 느낌이 아주 선명했습니다.

낑낑거리면서 간신히 목소리를 내뱉고 나서 
벽을 등지고 돌아누웠죠.

제 배에 얼굴을 묻고있던 그 분(?)도
흐르듯이 뒤로 가 눕더군요.
백허그하듯이 팔을 제 몸에 살짝 얹은 상태로요.

그 때 들은 건, 분명 어머니 목소리같았습니다.

"오빠 여친한테 무슨 일 있나봐..
전화받고 급하게 나가더라?"

"나랑 무슨 상관인데..." 라고 말하며 짜증을 내려고 할 때,
'집에 나밖에 없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빨래를 부탁하고 외출하시던 어머니 생각이 나더군요.

정신이 번쩍 들면서 이불을 걷으며 벌떡 일어났는데
저는 반듯이 누워있었고, 집엔 저 혼자였습니다.

밖은 여전히 밝았고, 잠든 지 15분도 안 된 걸 보고는
어이가 없더군요.ㅎㅎ

딱히 무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가끔 오빠가 외박을 하면 오빠방에서 자려고 한 적도 있었는데
그 방에선 애초에 잠들지 못했던 기억도 나네요.

산쪽으로 난 창 쪽으로 발을 두고 누워있으면
발치에서 어둠이 움직이는 느낌(?)..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물체의 윤곽이란 게 보이는데
어둠에서 더 새카만 무언가가 움직이는 느낌에
재빨리 불을 켜고 오빠방에서 나가버리곤 했죠.

결국 오빠 방에선 오빠가 가위에 눌리게 됐는데요.ㅎㅎ

어느 날 얼굴이 퀭해선 일어나 나오더군요.

무슨 일 있었냐 물으니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입을 뗍니다.


오빠는 창쪽에 머리를 두고 옆으로 누워 잤는데
새벽에 누군가가 손으로 머리를 툭 치더랍니다.

처음엔 '뭐지..?'하고 잠결에 그대로 다시 눈을 감았대요.

그런데 다시 손으로 옆통수를 치는 느낌에 깜짝 놀랐답니다.

몸은 안 움직이고 온갖 생각을 했다네요.

책상에서 책이 떨어진건가..
책이면 이런 느낌이 아닐텐데...
어두운데.. 불 빨리 켜려다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아..ㅅㅂ... 스위치옆에 야광스티커 붙여둘걸..ㅜㅜ

이런 생각을 했다네요.ㅎㅎ

잠결이었기 때문에, 다시 잠에 들뻔했는데
벌떡 일어나 불을 켤 수 밖에 없었답니다.

옆통수를 슬쩍 긁어내리는 손톱 몇 개가 느껴졌다네요..

정신이 번쩍 들면서, 굳었던 몸고 풀리고
그와 동시에 일어나서 불을 켰답니다.

책상에 있던 책들은 그대로였고,
집엔 저와 오빠밖에 없었기에 그 상태로 밤을 샜다더군요.




이사나온후엔 그 후의 생활들이 있었기에
잊어버린 듯 살면서도..

그 집에서 살며 느끼거나 겪은 일들은 
쉽게 잊혀지진 않네요.ㅎㅎ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가렵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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