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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겪은 일들(feat.가위)#3
게시물ID : panic_996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냠냠a
추천 : 11
조회수 : 105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12/17 23:56:23
안녕하세요.
또다시 찾아왔네요.

저번이야기에 이어..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가난한 집에 빚을 보태기도 싫었고,
딱히 하고픈것도 없는 상태로 대학에 가기 싫어
대학을 마음에 묻고 서울로 올라가게 됩니다.

잠깐 지냈던 고시원에서 특이한 일을 겪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되는 일이네요.

10월초, 갓 더위가 가시고
아침 저녁 선선한 공기가 반가운 계절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잠에 들었는데
몇시쯤에 겪은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한참 잠에 들어있던 상태였다고 생각하기에
아마 새벽 두세시쯤이 아니었을까 예상만 해 봅니다.

발이나 손을 내놓고 잔다해도
손발이 시려워 잠에서 깰 계절도 아니었건만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너무너무 추워지더군요.

보통 자다가 추워서 깨면
이불을 고쳐덮는다던가 했어야 하는데,
잠이 깨는것도 아니고 가위에 확 눌린 것도 아닌..

그 상태로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추위에 몸부림치면서 계속 덜덜 떨고 있다가
추위에 떨다지쳐 잠에 들었습니다.
'이거, 얼어죽는 거 아냐..?'하는 생각과 함께..

그 작디작은 고시원침대에 깔아둔 담요밑에
일어나지도 않고 어떻게 들어갔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만..
깔아둔 담요를 목까지 덮고
원래 덮던 이불은 가지런히 머리까지 덮고 있더군요.

춥기보단 덥고, 이불에 숨이 막혀 잠에서 깼습니다.


같은 고시원에 살고있던 친구와 출근길에
"어제 새벽에 엄청 춥지 않던?"
하며 셀프팔짱을 끼고 어깨를 으쓱하며 물어보니
"추워? 어제? 야, 나 더워서 이불도 안 덮고 잤는데?"
라고 하더군요.

하긴, 저도 아침에 더워서 땀흘리며 일어났었으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날의 추위는
눈밭에 맨몸으로 던져진 사람만큼이나 추웠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되는 일입니다.

지나가던 귀신이 방이 맘에 들어 머물러 있었나... ㅎㅎ



그 후, 혼자 서울에 있는 제가 맘에 걸린다며
어머니가 올라오십니다.
저렴한 다세대주택 1층집을 구했고,
어머니는 야간에 식당일을 하셨죠.

저녁에 잠을 청하면 가끔 누군가 말을 걸곤 했는데
무섭거나 그런게 아니라,
삼촌같은 느낌으로 친근하게 말을 걸곤 했습니다.

살짝 잠에 취해 몇 번 대답을 하거나
맞장구를 치거나 했는데
늘 깜짝 놀라서 깨버리곤 했었죠.

그도 그럴게..
침대 머리맡에 머리를 두고 누우면 오른쪽은 벽인데,
항상 그 오른쪽에서 말을 걸어왔으니까요.

솔로라서 그런가 생각도 했었지만
남친이 생겨도 그 남자분은 간혹 말을 걸곤 했습니다.
무섭진 않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죠.
그때부터 오른쪽 어깨가 약간 불편했습니다.
문제 생길 정도는 아니었는데
툭하면 뭉치는 것 같은 느낌이요.


어느 날은
같은 교회에 다니던 여동생이 있었는데
그녀를 좋아하던 한 녀석이 영화보러가자고 하더군요. 셋이서.

한참 신박한 광고를 때리던 영화였습니다.
분홍신이었던가.. 김혜수씨가 나왔구요..
전철안에 흰옷입고 머리 긴 처자들이
분홍구두 끌어안고 다니면서 기묘한 광고를 했었죠.

셋이서 영화보자는 속셈이 뻔했지만
공포영화는 보기 싫은데..
무서워서 그러냐는 소리는 더 듣기 싫고해서
고민끝에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 그놈의 허세..ㅜㅜ-

저는 공포영화 음향효과가 너무너무 싫어요.
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혐오감이 더해지고,
거기다 대사는 왤케 속삭이는지... ㅜㅜ

팔짱끼고 무표정하게 영화 다 보고,
둘이 밥이나 같이 먹으라고 말하며 먼저 집에 돌아왔죠.

씻고 잠을 청하려는데
공포영화를 봐서 그런지 좀 싱숭생숭했습니다.

전 이유없이 무섭거나, 잠이 안 오면
침대 발치에 머리를 두고 잘 때가 있었습니다.
가위에 몇 번 눌린 이후로는 무서우면 불을 켜고 잤죠.

그 날은 뭔가 좀 그래서 불을 켜두고
침대 발치에 머리를 두고 잠을 청했습니다.

한참 잠에 들었는데 
방문을 여는 소리, 슬리퍼끌리는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발소리는 제 머리옆에서 멈췄기에
전, 이번에도 어머니라고 생각했어요.
어머니가 주방에서 슬리퍼를 신으시거든요.

벌써 아침인가 생각하며 일어나려는데
역시 그렇듯 몸은 안 움직였습니다.

이불속에 손을 넣고 가슴께까지 이불이 덮여있는데
정강이쪽에 무게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냥 그 정도로 끝났다면 좋았을텐데..

살짝 움켜쥔 제 양손을
손바닥쪽으로 파고들어 움켜쥐더군요.
그와 동시에 무게감이 점점 허벅지쪽으로 이동하는데..

가위를 풀어보려고 손을 미친듯이 움직였습니다.
잡힌 손을 풀려고, 가위를 풀려고 팔까지 움직이느라
이불이 들썩이는게 제 눈에도 보이는데
죽어도 안 풀리더군요.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방엔 불이 켜져 있었고,
그 무게감이 점점 위로 올라온다는 건
곧 얼굴을 마주치게 된다는 얘기였으니까요.

진짜 제가 아는 욕이란 욕은 그때 다 했던 것 같습니다.

배까지 묵직한 느낌이 올라왔을 때
도저히 '그것'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두 눈을 꼭 감고 발가락에 집중했습니다.

발가락만 움직여선 도저히 안 풀리더니
발바닥을 지나 뒷꿈치까지 움직이면서
발목이 움직인다 생각했을 때 비로소 가위가 풀렸어요.

몸이 움직이자마자 이불을 확 걷어버렸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정강이와 손등에 여기저기 멍이 들었더군요.
어딘가 부딪혔던 건지, 아님 '그것'때문인지..

그날은 더이상 잠들지 못하고 밤을 지샜고
다다음날까지 몸살기운에 고생을 좀 했더랬죠.


몇 년 후 어머니께서 다시 고향에 내려가신후에,
저도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져
잠깐 고향에 내려가 지낸적이 있었습니다.
맨날 책방에서 책이나 빌려 읽고,
정말 아무것도 안하는 잉여인간으로 지냈더랬죠.ㅎ

새벽2시쯤 라디오를 끄고 잠에 들었는데
중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딱 세 손가락만 저릿저릿한 느낌에 잠에서 깼는데
역시나 가위에 눌린거였습니다.

제 방은 가로등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방이었는데
그 덕분에 '그것'의 실루엣을 처음으로 보게 됩니다.

침대옆에 주저앉아
팔꿈치로 제 손가락을 누른 채,
자기 팔을 베고 엎드려 있더군요.

왠지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손가락 세개가 넘나 저려서 짜증이 났는데..
'그것'이 얼굴을 들어 저와 마주칠까봐
용기가 차마 안나더군요.

그냥 모른 척 하고 눈을 감고 있었더니
'그것'도 사라지고 가위도 풀렸습니다.


여기저기 취업을 하면서 알게 된 친구와
지금 살고있는 지역에 정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얻은 방이 아닌, 친구의 집에 같이 살면서
소소하게 가위에 자주 눌렸는데요.

옆으로 누워 자고있으면
제 머리에 '그것'이 자기 머리를 얹는다던지.
손을 잡는다던지. 그냥 구석에 앉아있는다던지.
-계속 눌리다보니 느끼게(?) 된 것은
늘 '그것'이 가위를 누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지 않아도 왠지 '그것'이라고 느껴졌달까요;-

친구, 친구남친과 술을 마신 날이었습니다.
새벽 네시가 넘어가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친구가 점집엘 가자더군요.
왠지 가고싶어지는 곳을 발견했다고.

별 의미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술도 마신데다가, 다음날 할 것도 없었기에
"그래! 가보자!" 라고 대답해버렸죠.

여처저차 문 여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친구가 전화를 해 보더니 가자더군요.

대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왠 아주머님이 나오셨습니다.
도사님께서 화장실에 계신다고.. 차부터 드시라고..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머리 긴 아저씨 한 분이 나오시더군요.

다짜고짜 제 친구를 보고는
"변비가 이렇게 심해서야 원.."
이러면서 혀를 쯧쯧 차시더군요.

나중에 들어보니 몸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찾아오면
그 부분이 약간 동화(?)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솔직히 전 믿음이 1도 안 생겼습니다.
기본적으로 기독교적인 종교관이 있다보니
흥미위주로 찾은곳이라 더 그랬나봅니다.

친구가 먼저 들어갔다 나오고 제가 들어갔습니다.
생년월일이고 이름이고 아무것도 안 묻더군요.

그분과 저. 마주보고 있는데
기웃기웃하시며 제 뒤를 보시는데
솔직히 무섭고 오싹하더군요.

"이렇게 보면 아가씨고, 저렇게 보면 애긴데...
집에 먼저 간 형제있지?"
"없는데요.."
"으응.. 아닌데... 언니네. 언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대답없이 가만히 있었습니다.

"언닌데... 자기도 살고 싶었던거야.
괴롭히려는건 아닌데, 자꾸 같이 지내려다보니
자네한테는 피해가 되는거야."
"....?"

영 이해 못하는 절 보며 말씀하시길
"가위 눌리잖아.."
"아...! 근데 저 언니 없어요...없었는데...?"
"집에 한 번 물어봐.. 태어나지도 못했어."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죠.
언니라니...

그 때 들고있던 부채로 본인의 오른쪽 어깨를 치시더군요.
"오래 아팠네..?"
"아..네?"
"오른쪽 어깨.."
"!!!"
놀라서 식은땀이 나더라구요.
놀란 토끼눈을 한 제게 말씀하시길

"언니가 자꾸 자네 옆에서 버티고 있으니까,
조상님이 자네 몸 상할까 지켜주고 있는건데..
산 사람한텐 이렇든 저렇든 몸이 지치지.

자네 언니도 늘상 자네옆에 있을 수는 없어서
자네 기가 약해지거나, 기눌리는 터에서만 자꾸 붙는거야.
조상님은 언니 달래서 데려가려고 오신거 같은데.."

별다른 대처법은 없었습니다.
태어나지도 못했던 언니에 대해 부모에게 확인해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가끔 생각해주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기운이 맞는 곳으로 이사가라고 하셨습니다.


아는분을 통해 집을 구하기로하고 집을 보러 다니는데
신기하게도 햇빛이 세상 잘 들어오는 집인데
서늘하고 왠지 움츠러드는 집도 있더군요.
공원 바로 앞, 햇빛은 그럭저럭인데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 드는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나중에 그 분께 들어보니
그 서늘한 집, 사실 알고보니
오래 방치된.. 스스로 목을 맨 세입자가 있었던 집이라더군요.

아.. 그.. 언니에 관해서는
부모님께 확인해 보니
실제로 오빠를 낳고 바로 아이가 생긴 어머님께서
출산과 가난에 대한 걱정으로 
병원에 방문하신 적이 있으시다더군요.

그 얘기를 들은 이후로
이따위 삶이 뭐라고 살고 싶어서 붙어다니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잠깐 했었습니다만.
살아있으니 하는 배부른 생각이라고,
나만 살아서 미안하다고.. 편안해지라고
마음을 다해 빌었습니다.

무튼 아늑한 방을 얻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택당해 집사로 전직(?)하면서
가위눌림은 저 먼 옛날 일로 멀어지게 됐네요.
이쁘디 이뻤고, 몸이 많이 약했던 그 아이는
결국 냥이별로 돌아가버렸지만요..

그 후론 가끔 가위에 눌린 적은 있었지만
뭔갈 본다거나 느낀적은 없습니다.
그냥 잠결에 의식과 신체의 거리감(?)같은 느낌뿐..


제 가위와 관련한 사연은 이걸로 끝이 났습니다.

크게 무섭거나 소름끼치는 얘기는 아니었겠지만
문득, 글로 한 번 적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간의 순서대로 차분히 작성해봤습니다.



재미없는 지루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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