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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불
게시물ID : panic_997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
추천 : 14
조회수 : 21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1/05 14: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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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생이 일병이었을 때 일입니다.

제 동생이 동두천 서부전선 철책 바로 밑의 전방 지원 포대였는데, 어느 날 밤 선임병장과 함께 위병근무를 나갔다고 합니다.

무더운 여름밤이었던지 한낮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아, 등줄기가 후줄근하게 젖을 만큼 더웠고, 당시 선임은 위병소 안에서 졸고 동생은 위병소 밖 정문 앞에서 휑하니 터 있는 부대 앞 진입로를 주시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새벽 1시쯤 되었을까요?

갑자기 진입로 양 옆에 있는 논 밑에서 탁구공만한 파란 불이 물고기가 춤추듯 왔다 갔다 하더랍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했던 동생은 ‘저게 뭐지?’ 하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불빛이 논 속에서 솟아오르더니, 벼 사이를 마구 휘저으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바라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깨달은 동생은 위병소에서 자고 있는 선임병장을 깨웠습니다.

"**병장님! 큰일입니다“ 
선임이 졸린 눈을 비비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뭐야? 일직사관이라도 나왔어?"
"그게 아니고, 아까 전부터 논두렁에서 파란 불이 왔다 갔다 하더니 지금은 아예 물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닙니다."

그러면서 동생은 그 불빛을 확인 하느라 위병소 밖으로 나왔고, 잠시 후 후다닥 소리와 함께 누군가 달려가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동생이 깜짝 뒤돌아보니 같이 근무 서던 선임이 뒤도 안돌아 보고 중대본부로 뛰어 가고 있더랍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서있던 동생은 달려가던 선임이 내뱉은 한마디에 같이 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뭐해? 빨리 안 뛰어?"

처음에는 하늘같은 고참이 한 말이라서 뛰기 시작했던 동생이었지만, 몇 초정도 지나자 이제는 살기위해서 죽어라고 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뛰기 시작했을 때 뒤에서 들려오던 소리 때문에.

"거기~~ 서라~~ 이 놈들~~ 뛰면 내가 못 잡을까봐!!!"

뛰면서 뒤돌아보니 조금 전까지 탁구공만 하던 불빛이 이제는 야구공처럼 커져서 동생을 쫒아오더랍니다. 파란 불빛 주위로 붉은 빛까지 내뿜으면서 말입니다.

위병소에서 중대본부까지 대략 200m 정도 되는데 동생이 느끼기엔 2km도 넘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앞에서 달리던 선임은 어느새 보이지 않고, 뒤에서 쫒아오는 정체모를 파란 불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질 때쯤 중대본부 건물 외곽에 달려 있는 전등들이 일제히 켜지면서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게 보이더랍니다.

간신히 사람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 동생.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잠시 후 먼저 달려갔던 선임이 물 한잔을 건네주고 철모도 벗겨주었다고 합니다.

물 한잔에 정신이 되돌아 온 동생이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까지 죽일 듯 쫒아오던 파란 불빛이 이제는 불빛이 닿지 못하는 어둠에서만 날아다닐 뿐, 중대본부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더랍니다. 여전히 괴기스러운 목소리를 내면서.

나중에 고참에게 들은 얘기에 의하면 그 파란 불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밤에 가끔씩 나타난다고 하는데, 불빛이 있는 곳엔 접근을 하지 못하고 불빛 주변에서 날아다니다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등화관제가 엄격한 전방부대지만, 파란불이 나타났을 때는 예외로 하고 온 부대를 대 낮처럼 밝힌다는 데, 사실 파란불이 나타났을 때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냥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다들 도망가느라 바빠서...

그 후, 제 동생이 제대하기 전에 파란 불을 한 번 더 보았다고 합니다. 그때는 고참이었던 터라, 전에 선임이 했던 것처럼 먼저 후다닥 뛰어나가 후임에게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뭐해? 빨리 안 뛰어?"

[투고] Brian님
출처 http://thering.co.kr/922?category=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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