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스카이캐'술'
게시물ID : panic_997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리라디(가입:2018-12-25 방문:36)
추천 : 5
조회수 : 221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9/01/16 20:58:37
옵션
  • 창작글
음주능력고사.
 
이게 말이 되냐고. 3인 영재는 하필 자기 때부터 입시제도가 바뀌는 것이 못마땅했다.
 
음주능력고사 특별법이라니. 300일 동안 학부모, 교육부, 교사, 교수, 심지어 학생대표까지 참여한 교육개혁위원회의 결론이 술 잘 먹는 사람이 대학가는 거라니.
들리는 얘기로는, 토론 결과에 상관없이 위원장이 그전날 술 먹고 홧김에 정했다고 하는데, 대체 이게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일이기나 하냐고. 중학생인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니지.
 
신기한 것은 반대하는 사람만큼 찬성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것. 어차피 일찌감치 공부는 포기한 학생들과 그런 학생들의 부모들은 대환영이었다.
 
TV에서도 연일 토론회다 뭐다 이슈였다.
영재는 TV를 틀어보았다.
 
저는 찬성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 아닙니까? 대한민국에서 술 안 먹고 사회생활 할 수 있습니까? 술 잘 먹는 사람이 체력도 좋은 거고 체력이 좋아야 공부고 일이고 잘 하는 겁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술 먹으면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겠지요. 그리고 꼭 술을 잘 먹어야 공부 잘 하고 사회생활 잘 합니까. 빌 게이츠가 술고래입니까?”
 
거기서 빌게이츠가 왜 나옵니까? 빌 게이츠도 양주는 마시겠지. 양주 먹어봤어? 보아하니, 양주 구경도 못 해 봤겠구만. 꾀죄죄한 게 어디 누가 먹다 남은 소주나 훔쳐 먹게 생겼네.”
 
? 훔쳐 먹게 생겼다고? 근데 이게 어디서 반말이야
 
영재는 그냥 TV를 꺼버렸다.
 
결국엔 음주능력고사, 음능은 시행되었고...
벼락 맞은 곳은 학원이었다. 학원은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간이 튼튼해지는 특강. 맥주 심화 과정... 등등의 수업이 난무하고, 기존의 1타 선생들은 모두 짐을 쌌으며, 숨은 재야의 고수 주당들이 억대연봉자가 되었다.
서점가도 음주훈련, 일주일만 하면 하루에 소주 10병 가능하다따위의 책들이 수험생들에게 날개 돋힌 듯 팔렸다.
술과 함께”, 영화에서도..., “오버 이트”, 게임에서도...
EBS도 마찬가지.
EBS 음능 특강- 막걸리편. ...
 
그전까지 줄곧 전교 1등 아들을 둔 영재의 부모님도 날벼락을 맞았다. 부모님 외에는 학원선생과 과외선생만 지구에 있는 줄 알았던 영재는 한편 잘되었다 싶기도 하고 한편 먹먹하기도 했다. 그래도 부모님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넌 반드시 술을 잘 먹어야 해. 반드시 서울대 의대 가야한다. 당장 오늘부터 소주, 맥주, 고량주, 양주, 막걸리 닥치는 대로 마셔라. 아니지, 아니지... 코디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차근차근 배워야지.”
 
잘 부탁합니다. 코디 선생님.”
 
... 저는 태어나서 술을 취해본 적이 없습니다. 술 취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너무 궁금합니다.
앞으로 영재의 음주 능력은 저희가 키울 겁니다. 술 종류별로 선생님이 따로 있고, 매일매일 혈액 검사와 간 검사, 심리상태까지 체크합니다.”
 
, 돈은 걱정 마시고 무조건 최고의 주당으로 키워서 꼭 서울대 의대만 붙여주십시오.”
 
영재는 처음 몇 달간은 어떻게든 견뎠다. 이렇게 쓴 소주를 어른들은 어떻게 마시나 싶었다. 레몬소주는 그럭저럭 먹을 만 했지만...
그래도 인간은 어떻게든 적응하는 생물이 아니던가. 시간이 지나자 영재는 오히려 자신이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 모의 음능 고사에서 전교 1등을 했다.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 열심히 마셔대던 영재는 서서히 숨이 막혔다.
부모님은 오로지 술 밖에 몰랐다.
좀 더 마셔봐, 넌 제정신이냐. 시험 친 날은 마시지 않겠다니?”
아빠. 아직 소주는 아직 좀 쓴데, 천천히 마시면 안되나요?”
안 되. 완 샷. 다른 놈들은 다 완 샷이란 말이다. 전국엔 병나발 부는 놈들도 수두룩이야
부모님이 맞나 싶었다. 오로지 술 밖에 모르는 부모님들....
부모님 말에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자신이 싫었지만, 출구는 없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결국 서울대 의대에 가게 된 영재는 자기 자신과 부모님에 대해 환멸을 느꼈다.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술 쳐먹는 것밖에 없구나...
그래! 가을이 누나가 있었지.”
 
유일한 위로였던 가을이 누나를 찾아간 영재는,
나 너무 힘들어. 세상이 왜 이래. 술만 먹고 서울대만 가면 다야.
오직 술! ! !
나의 삶은 어디 있냐고.”
 
 
그래 힘들었지? 고생했다.
세상이 원래 그래.
내가 술 한잔 사줄께...
...
아차!”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댓글쓰기
리스트 페이지로
데이터절약모드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게시판요청 자료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