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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고양이들
게시물ID : panic_997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냥이박사(가입:2019-01-10 방문:170)
추천 : 10
조회수 : 162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9/01/17 22: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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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
 

 

  어둠이 내리깔린 밤. 아파트 근처의 무덤가로 털복숭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우아한 생명체인 고양이들이다. 조용한 발걸음과 함께 인간 아이를 닮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들은 서로 친밀감의 표시로 그루밍을 해준다.
 

   “... 털에서 닭고기 냄새가 나는데, 혼자 먹었냐?”
   “어디보자. 네놈 털에선 참치 냄새가 나는 걸?”
   “아유... 더러워서 그루밍도 못해주겠네. 다들 비오면 샤워도 하고 그래요.”
 

  “, 다들 주목.” 애꾸 고양이가 입을 연다. 무덤 언덕에 올라선 애꾸 고양이는 페르시안 고양이. 가장 지혜롭기에 고양이 집회 회장이 됐다. 발랄하던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는다. 고양이들의 야광눈이 애꾸 고양이에게 향한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린 기아에 허덕이고 있소. 현재 우리의 식량은 음식물 쓰레기지만... 요즘엔 그마저도 여의치 않소. 인간들이 우리를 의식해 음식물 쓰레기를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이오. 과거 우리 조상들처럼 쥐나 새라도 사냥하고자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소. 쥐는 씨가 말랐고... 아니 더 큰 문제는 우리의 사냥 실력이 형편 없어졌다는데 있소. 요즘 쥐 잡아보신 분 있소?”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다들 민망한 듯 고양이 세수를 시작한다.
 

   “하지만 희망은 있소. 캣맘이라 불리는 자가... 우리 아파트에 나타났소. 104동 구역이 성소가 됐는데... 주어지는 양식은 적고 우리의 입은 많소.”
   “이번에도 싸움으로 정합니까? 길고양이답게?” 라고 꼬리 잘린 고양이가 말한다. 살기가 깃든 눈빛과 흉터로 가득한 고양이다.
 

  고양이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급한 대로 근처에 보이는 나무에 발톱손질을 하는 고양이도 있다. 새끼 고양이들은 꼬리를 내린 채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겠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는 고양이가... 그 구역을 차지하게 될 것이오.”
 

  “야옹-” 하는 소리가 무덤가에서 울려 퍼진다. 어떨 땐 아이 같고, 어떨 땐 날카롭게 들려온다. 의견이 분분하던 그때 내 수염을 자르겠소.” 라고 외치는 고양이가 나타난다. 수염이 무척 긴 코리아 숏헤어고양이다. 일명 잡묘.
 

  “고양이 수염 나왔습니다. 우리의 고성능 센서죠. 다른 분 없습니까?”
 

  “어머, 수염을 자른대. 미쳤나봐.” 다들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강한 게 나왔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의 동공이 커졌다 작아졌다 반복한다.
 

  “난 털을 밀겠소.” 라고 스핑크스 고양이가 말한다. 그러자 다들 싸늘한 시선으로 스핑크스 고양이를 쳐다본다. 그도 그럴 것이 털이 몹시 짧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스핑크스 고양이는 그래도 털은 털인데... ” 라고 말하지만 무시당한다.
 

 “수염 말고 더 없소?” 라고 애꾸 고양이가 외친다. 다들 말이 없다. 애꾸 고양이가 주변을 살피더니 목청을 가다듬는다.
 

  “난 중성화 고양이가 되겠소.” 라고 애꾸 고양이가 말한다. 이 한마디에 고양이들은 충격을 받는다. “굳이 그렇게까지...” 고양이들이 애처롭게 바라본다.
 

   “다시 생각해봐요. 당신은 고귀한 혈통이잖아요. 인간에게 선택될 수 있다고요.”
   “혈통이 무슨 상관이오. 난 애꾸이거늘... 나도 살고 싶소.”
 

  고양이들은 더 소중한 건 없다고 여기며 애꾸 고양이를 성소 주인으로 임명한다.
 

  애꾸 고양이는 스스로 시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잡힌다. 그리고 주사를 맞음으로써 중성화된다. 이것을 증명한 애꾸 고양이는 집회에서 나가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104동 성소에서 식사를 독차지 한다.
 

  시간이 지나 102동에도 성소가 들어선다. 애꾸 고양이는 어떤 이가 102동을 차지했는지 호기심이 생긴다.
  남몰래 102동을 염탐하자 허탈해하는 애꾸 고양이. 고양이들은 독차지라든지 싸움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서로 번갈아가면서 식사를 나눠먹는다.
  애꾸 고양이는 쓸모 없어진 호두를 바라본다. “... 저런 방법이...”
 

# 모르는 분들을 위해.
호두는 수컷고양이의 생식기입니다. 뒤에서 바라보면 호두 같다하여 호두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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