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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아기 공장
게시물ID : panic_998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냥이박사(가입:2019-01-10 방문:37)
추천 : 13
조회수 : 236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9/01/20 20: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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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공장
 

 

[ 지구와 멀리 떨어진 어느 행성. 이곳에서 아기를 조립해 인간 여성의 몸으로 보내는 아기 공장이 있다. 정자와 난자가 성공적으로 결합할 때, 이곳으로 제작 의뢰가 들어온다. 100% 핸드메이드 생산품이다. ]
 

  ‘J’는 집에 보관된 창고를 연다. 식량이자 화폐인 운석 조각이 몇 개 남지 않았다. 아기 공장으로 출근한 그는 공장장으로부터 일감이 없으니 돌아가란 말을 듣게 된다. 이유인 즉, 젊은 인간 남녀들이 제작 의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J는 우주에서의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직장 동료 ‘K’를 꼬드겨 지구로 떠나기로 한다. 그곳에서 인간들의 번식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두 외계인은 수중에 남은 운석을 털어 텔레포트 왕복권을 끊는다. “할 수 있을까?” 하고 K가 묻는다.
 

   “아무리 인간들이 경제력이다, 환경의 문제다 하면서 아기 제작을 안 한다곤 해도... 번식 본능을 거스를 순 없어.”
   “, 너한테 투자하는 거다? 자신 있지?”
  J는 대답 대신 텔레포트 의자에 앉는다. “가자, 시간이 없어.” 두 외계인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지구로 텔레포트 된다. 까만 우주에 긴 섬광이 남는다.
 

 

*
 

 

  두 외계인은 지구에서 대한민국으로 텔레포트 됐다. “... 하필 출산율이 낮은 곳으로 올게 뭐람.” 하고 K가 투덜거린다. 그들은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연인을 본다. “우리도 아이 가지는 게 어때?” 라고 말하며 키득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J는 흐뭇해한다. 연인의 행색은 초라했지만 외계인들이 보기에도 행복해보였다. 그들은 우선 정치인을 만나러 간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 시장과 은밀히 접선한다. “아유- 핫라인으로 미리 말씀 좀 하고 오시지. 허허.” 하고 시장이 말한다.
 

   “아이 하나당 몇 백씩 지원해준다면서요?”
   “허허... 그렇죠. 돈을 준다 해도 낳질 않으니.”
   “인간들의 화폐 가치가 어느 정도인진 잘 모르겠지만... 그 걸로는 부족하다는 거 아닐까요?”
   “글쎄요. 통계에 따르자면...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금액입니다.”
  “통계를 낸 직원이 잘사는 인간인가 보죠?” 하고 K가 다그친다. “?” 하고 시장이 당황해하자 JK에게 입을 열지 말란 신호를 보낸다.
   “좋아요. 시장님. 우린 어떡해서든 출산율을 늘릴 필요가 있어요. 그것이 서로가 바라는 거 아닙니까?”
   “외계 사신께선... 혜안이 있는 겁니까?”
   “...역대 최악의 출산율입니다. 이대로는 인류가 멸망할 수 있어요. 돈은 쓰기 싫으신 듯하니... 제가 하자는 대로 하실 수 있겠습니까?”
 

 

*
 

 

  서울을 시작으로 피임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진다. 점차 확대되어가는 여론에 의해 사람들은 피임 도구들을 멀리하게 된다. 환경 호르몬이다 뭐다하며 건강에 좋지 않다는 신빙성 없는 정보까지 퍼지기 시작한다.
  우선 여론을 강박적으로 신뢰하는 세력들이 이 정보를 덥석 물어버린다. 아기를 낳는 것이 애국이다! 라고 하며 아기 제작에 힘을 보탠다. 세상은 피임하는 것이 마약하는 것처럼 불법으로 몰아간다. 깨어있는 자들도 처음엔 이러한 세태에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본능을 거스를 수 없었다.
  두 외계인은 시장과 훌륭한 거래였다 악수를 하곤 헤어진다. JK는 자신들이 온 행성으로 돌아간다.
 

  아기 공장으로 출근하자 직원들로 인산인해다. 공장은 풀로 돌아가고 쉴 틈 없이 아기를 만들어낸다.
  세포 분열을 시작으로 심장을 뛰게 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 일을 주로 담당하는 이는 베테랑인 J. 그는 수없이 만들어지는 아기와 함께 집으로 날아드는 운석에 환호한다. J는 이대로라면 행성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지리라 기대감을 가진다.
 

 

*
 

 

  “GH06-240391 제품 폐기하겠습니다.”라는 직원의 외침이 들려온다. 이것을 시작으로 아기를 폐기해야 된다는 소리가 공장 여기저기서 울려 퍼진다.
  제작중인 아기가 폐기된다는 것은 의뢰를 신청한 인간이 낙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최초의 세포분열을 책임지는 이가 J라면 이를 파괴하는 것도 J. 한두 번 겪는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무더기로 폐기가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공장장은 굳이 완성이 되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하지만 J의 속은 타들어간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심장을 자신의 손으로 파괴해야했다. 비록 미완성된 제품이지만 그들은 분명 살아있었다.
 

  “가자하고 K가 말한다. “?” 라고 J가 묻는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안 만드는 게 낫지 않냐?”
   “그건 그렇지만...”
   “무작정 낳으라고 하는 인간 지배층들이나 우리나... 똑같이 잔인한 놈들이야.”
   “...되돌릴 수 있겠냐?”
 

  “일단 해보는 거지, .” 라고 하며 KJ를 텔레포트 공항으로 이끈다. J는 텔레포트 의자에 앉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때 우리가 공원에서 본 연인 있잖아. 그 인간들도 낙태를 했을까?”
 

 

*
 

 

  J는 시장의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보좌진들과 회의 중이던 시장은 적잖게 당황하는 표정이다. “잠깐, 모두 나가주세요.” 라는 시장의 말에 보좌진들이 나간다.
  J는 시장의 멱살을 쥔다. K가 만류하려 들지만 완강하게 버티고 시장을 몰아세운다.
 

   “당신, 우리가 아이를 만들 수 있게 해줬다면... 그 이후에는 책임을 져야 되는 거 아냐?”
   “허허... 무슨 말씀이신지. 일단 이거부터 놓으시죠?”
   “댁들이 바라는... 아니 우리도 바랬지. 지금 인간들이 임신을 했다가 무더기로 낙태하는 건 알고 있나요?”
   “아니, 그것은 통계에 따르면...” 이라는 시장의 말을 자르는 J.
 

   “그놈의 통계 타령은 그만하시고... 책임질 수 없다면 다시 이전으로 되돌리세요.”
   “낙태라... 그럼 자식이 없는 부부에게 세금을 더 거두면 되지 않소?”
   “인간의 역사는 잘 모르지만 당신들의 전쟁 시대에... 차우셰스쿠라는 자가 있었죠. 그자나 당신들이나... 모두 출산 장려가 아니라 출산을 강요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외계 사신께서 공부 많이 하셨네? 그럼... 여기서 질문. 예산은 한정적이고 이미 굳어버려 계층 이동이 힘든 현 세대. 모두가 다 힘든데... 그렇다고 이대로 애도 안 낳고 인류가 괴멸하는 것을 봐야합니까?”
   “, 그건... 좋은 정책을 만들어서...”
   “사신 양반. 순진한 소리는 그만하시죠. 돈이 뭐 남아돕니까? 일단 놔둬보세요. 어떡해서든 흘러갈 겁니다.”
   “... 차우셰스쿠가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시죠. 가자 K.”
 

  JK와 함께 사무실을 나온다. J는 내일이 월요일인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월요일, 그것은 최근 인간 세상에 오다보니 느끼는 단어와 감정이다.
 

 

*
 

 

  JK는 무작정 공원으로 향한다. 예전에 최초로 지구에 왔을 때 봤던 연인을 찾기 위해서다. ‘늦지 않았기를.’이라 되뇌며 달려가는 J는 초조함을 느낀다.
  한참을 내달린 끝에 한 벤치에 앉아있는 연인을 발견한다. J는 배가 불러있는 여자를 보며 안도한다. 두 외계인은 나무에 숨어 연인의 대화를 훔쳐듣는다.
 

   “우리... 기를 수 있을까?” 하고 여자가 묻는다.
   “할 수 있어. 무슨 걱정을 하고 그래.” 라고 남자가 답한다.
   “아니... 우린 돈도, 변변찮은 집도 없잖아. 나중에 애가 커서 드는 사교육비는 어떻게 감당할거야?”
 

  남자는 한숨을 쉬며 답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떡하려고?” 라는 남자의 말에 여자도 답을 하지 못한다.
 

  이를 훔쳐보던 JK. 둘은 말없이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너 운석 얼마나 가지고 있어?” 라고 J가 묻는다.
 

  한 서울 광장. 티브이 전광판에서 뉴스 속보가 나오고 있다.
 

[ 속보입니다. 지금 서울 하늘에서 운석들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보를 한 덕분에 인명피해는 없는 상황입니다. ! 방금 들려온 소식입니다! 이 운석의 성분이 지구로부터 40광년 떨어진 55 Cancri e, 즉 다이아몬드 행성의 잔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라는 말과 함께 앵커는 스튜디오를 뛰쳐나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운석을 줍기 시작한다. 행복해하는 표정이지만 어딘가 섬뜩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J는 먼발치서 이를 바라본다.
 

  “이제 맘 놓고 낳으세요.” 라고 말하며 자신의 행성으로 텔레포트 한다.
  아기 공장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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