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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어느 날 이상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게시물ID : panic_999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버보이
추천 : 16
조회수 : 15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10 20:34:52
(공포게시판 오랜만이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우우웅-
 
  어느 날 이상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괴생물체가 절규하는 듯한 허공의 울림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공포심을 점점 증폭시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지속적인 소음 공해에 두통이나 구토 증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귀신에 홀린 듯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사람들도 다수 목격되었다. 지질학자들은 지진의 전조 증상이라고 예측하였으나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나오지 않아 사람들의 불안함을 잠재우지 못했고 각종 종교는 세상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믿음을 더욱더 굳건하게 만드는 데 소음을 이용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조차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여 모두가 전전긍긍한 지 일주일이 되던 날 어느 순간 굉음이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중요한 것은 굉음이 사라진 것이므로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굉음의 소멸은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었다.
 
  낮에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싱그러운 작물들이 녹음을 선물하고 밤에는 쏟아져 내리는 수억 개의 별들이 어둠을 밝히는 어느 깊은 산골, 아주 거대하고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싱크홀이 나타나 마을 하나를 송두리째 삼켜버렸다. 굉음이 사라진 지 고작 반나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신문사들은 이 사건을 굉음과 연관 지어 대서특필하고 공중파 언론에서는 이 미스테리한 사건에 대해 연일 탁상공론을 펼쳤다. 그러나 무엇 하나 그럴듯한 가설은 나오지 않았고 오직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며칠에 걸쳐 마을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의 신상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싱크홀 너머로 사라진 마을 사람들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는데 대체로 70대 이상의 노인들이었으며 아무리 수소문하여도 그들과 연관된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고 연락조차 쉽지 않았다.
 
  다음 날, 세상은 한 기자의 보도로 발칵 뒤집혔다. 싱크홀에서 정체 모를 생명체가 올라오는 것이 카메라에 담겼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의 형체와 비슷했으나 사람은 아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새하얀 몸은 그것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할 수 있는 생식기 같은 것이 없었다. 낯선 생물체의 등장에 정부는 즉시 군인들을 싱크홀 주변에 배치하고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우리는 70대 이상 '노인'을 원한다."
 
  그들의 요구는 짧고 명확했다. 70세 이상의 나이 든 인간을 자신들에게 넘기면 그들은 돈이나 금 또는 현대의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의 해결방안을 하나씩 제공해주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 사실을 철저하게 감추려 했으나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과 언론인들의 집요한 취재력으로 결국 세상에 널리 전파되었다. 사람들은 미지의 존재에게 강한 적대감을 보였다. 거리에는 연일 그들을 막아야 한다는 시위대로 북적였고 싱크홀로 쓰레기를 쏟아 붓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들이 인간보다 월등함을 부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 월등함으로부터 오는 공포보다 인간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더욱 굳건했기에 사람들은 그들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더욱이 사람들의 반발이나 시위에도 그것들이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또다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것을 그것들의 선전포고로 생각했다. 섣불리 그들에게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두 직감하고 있었으나 굉음의 끝을 경험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또 다른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들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력했다. 굉음이 멈추고 정확히 반나절 뒤 또 다른 시골 마을이 싱크홀에 잠겨버렸다. 그것들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싱크홀을 만드는데 많은 것이 소모된다고 했다. 그러나 인간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모든 것을 감내해서라도 노인들을 강제로 수집하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흔들렸다. 사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들은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있었다. 걱정거리를 없애고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단편적으로 보았을 때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노인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들 역시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 아닌가. 비록 잘 보지 못하고 잘 듣지 못하고 잘 걷지 못하나 그들의 생존권을 멋대로 박탈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었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끄러웠다.
 
  어차피 오늘내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식조차 찾지 않는 비참한 인생의 연속인데 살아서 무엇 하겠습니까. 차라리 세상에 이익이 되는 선택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높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생각입니다.”
 
  가면을 쓴 한 유튜버가 자기 생각을 정리해 올린 영상이 조회 수 수백만을 기록하고 그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양산했다. 그의 영상은 뉴스에도 방송되어 노인들도 그 영상을 보게 되었다. 놀랍게도 영상이 방송을 타자 노인들이 삼삼오오 싱크홀 앞으로 모여들었다. 휠체어를 탄 노인도, 다리를 절룩이는 노인도,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도 서로를 의지하고 부축해가며 모였다. 그들의 표정은 상실감으로 가득했으나 싱크홀의 검은 어둠을 마주했을 때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변해있었다. 노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도착한 순서대로 몸을 던졌다. 외마디 비명도 없이 수백 명이 싱크홀 너머로 자신들의 생명을 내던졌다.
 
 어차피 대다수의 사람은 70대 노인이 아니었다. 언젠간 자신들도 70세가 되겠지만 그것은 먼 미래의 일이었다. 노인들이 싱크홀로 사라지자 세상에는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평생의 과제라고 생각했던 미세먼지 수치가 놀라울 만큼 줄어들기 시작했다. 감소 수치는 노인들이 싱크홀로 빠지는 숫자에 비례했다. 사람들은 내심 노인들의 희생에 감사했다. 인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안타깝고도 놀라운 노인들의 자살 소식은 뉴스거리로 충분했다. 약간은 격양된 아나운서의 말끝이 뭉개지며 거실은 정적에 휩싸였다. 자신의 어머니와 조촐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있던 A가 텔레비전을 꺼버렸기 때문이었다. 모자는 말없이 식사를 이어갔다. A의 어머니는 이빨 빠진 입을 연신 오물거리다 이내 식사를 멈추었다. 접시 위에 남은 마지막 계란말이를 A의 밥그릇 안으로 넌지시 밀어 넣고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A는 밥솥으로 남은 밥을 쏟아 넣는 어머니에게 더 먹을 것을 권유하지만 그녀는 젓가락 든 주름진 손으로 말없이 허공을 휘휘 저을 뿐이었다.
 
  A는 병든 어머니를 모시느라 결혼 상대와도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기초 생활 수급자로 살면서 어머니의 치료비를 감당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던 찰나에 싱크홀의 유혹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자신이 제일 힘들 때 옆에서 도와준 사랑스러운 어머니가 아닌가. A는 결단코 싱크홀의 유혹에 빠지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치매 노인 급증.
  젊은 세대, 언제까지 노인들의 생계를 짊어져야 하나.
  노인 운전자들의 교통 사고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
  급격한 고령화, 대책 없이 늘어나기만 하는 수명.
 
  노인들을 겨냥한 기사들이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을 던지는 노인들은 늘어만 갔고 70대 이상 뿐만 아니라 60대도 싱크홀로 빨려 들어갔다. 미지의 존재들은 약속한 대로 노인들이 싱크홀로 빠질 때마다 돈이나 금을 주었고 각종 질병을 치료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내심 속으로는 기뻐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A는 어머니와 먹을 식사 준비에 분주했다. 늘 김치나 계란말이 따위가 고작인 식탁이지만 어머니가 숟가락을 들어 입안으로 음식물을 넣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A는 기뻤다. 그러나 어머니를 생각하며 기껏 차린 저녁 식사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거실에 상을 차리고 A는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는 대답이 없었고 어머니가 있어야 할 방안은 텅 비어있었다. A는 아차 싶었다. 택시를 잡아 싱크홀로 내달렸지만 그곳에서 A는 어머니를 찾을 수 없었다. 실종신고를 한 지 며칠이 지난 뒤 경찰이 A를 찾아왔다. 그들의 손에는 어머니의 목숨 값이라는 명목으로 수억 원이 들려있었다. A는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에게 가슴 깊이 감사함을 느꼈다. A는 돈이 든 가방을 껴안은 채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A의 눈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A 이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미지의 존재들은 싱크홀 안에 모여 대화를 주고받았다.
 
  “우리의 수명은 고작 1년이지만 이곳에 사는 생명체들은 100년입니다. 지능이나 기술은 우리가 월등하게 높으나 오랜 기간 삶을 영위하며 얻게 되는 지혜나 혜안은 훨씬 뒤떨어집니다.”
 
  “그래서 70년 이상 산 지적 생명체를 수집했잖습니까. 덕분에 이곳에 처음 왔을 때보다 지금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나 자신도 발전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맞아요.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제 생각인데 70세 이상 노인들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 이를 어쩐담.”
 
  미지의 존재들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세상은 활기차게 돌아갔다. 노인들의 감소가 젊은이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아이러니한 일이 계속되었다. 사람들은 이 세상의 노인들이 모두 사라져 세상에 걱정거리가 없어지길 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70세 이상 노인들의 수가 0이 되었다. 사람들은 미지의 존재들에게 바쳐질 노인이 없다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많은 노인의 희생으로 여러 문제가 해결되었으므로 그들을 기리는 동상을 싱크홀 앞에 설치했다. 이제 더는 싱크홀로 던져지는 노인이 없자 미지의 존재들이 다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40대 이상 '노인'을 원한다."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70대 이상의 멸종으로 그들의 요구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40대 이상을 노인이라 칭하며 무리한 요구를 건네 왔다. 사람들은 즉시 반발했다.
    
 “40대 이상은 노인이 아닙니다!"
 
  그들의 외침에 미지의 존재가 대답했다.
  
  "너희들 기준에서 40대 이상은 노인이 아니겠으나 수명이 고작 1년인 우리에게는 40대나 70대나 다름없이 노인이다. 70대 이상을 수집하여 지혜를 얻지 못했다면 우리의 경험만으로는 이러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겠지만 너희의 방관으로 큰 노력 없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었다. 우리는 너희를 멸종시키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너희에게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다. 40대 이하로는 더 이상 수집하지 않을 계획이니 앞으로도 많은 지원 바란다."
    
 
 
  우우우웅-
 
  저 멀리 낮고 웅장한 굉음이 들려 온다.
  2개 아니 3개 어쩌면 그 이상의 음이 겹쳐서 사람들의 삶을 파고든다.
  40대 이상은 생각했다.
  지금 40대 이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End-
출처 작은 조언이라도 제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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