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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그리고 님께.
게시물ID : phil_150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삼류로맨스
추천 : 0
조회수 : 331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7/02/02 12:05:26
마음, 그리고 님께


작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와 관련하여 곳곳에 흩어져 있을 모든 글/댓글을 읽지는 못했습니다.

논란 혹은 논의의 중심이 된

과학 게시판에 작성된 '비는 왜 오나요?'라는 글과

철학 게시판에 작성된 '과학 게시판의 실태'라는 글을 보고

제가 한 생각 등을

원인 제공자인 동시에 그 사건을 겪으면서 가장 혼란스러웠을 장본인인

마음, 그리고 님께 전하고자 글 작성합니다.


-


'실태' 글에서

'아이들은 왜? 라고 묻지 어떻게? 라고 묻지 않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어른들은 왜? 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 에 대해서만
주구장창 설명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우는 거다.'

라고 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받아들인 사건의 전말은 아래와 같습니다.


0. 아마 그에 대한 생각(위의 인용)을 먼저 마음에 품고,

나름의 증거를 만들어둘 생각으로

1. '비는 왜' 게시글을 작성하셨습니다.

2. 의도하신대로 과게 유저들은 강우라는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에 초점을 맞춘 설명들을 제시했습니다.

3. 이후 '실태' 글이 철학 게시판에 작성되었고

4. 그에 대한 저격 및 몇몇 분들로 부터의 어그로/답정너 취급을 받고

5.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탈퇴하셨습니다.


-


여기서 제가 문제시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어떻게'에 초점을 맞춘 과게인들의 설명에 대해

'그래서 아이들이 우는 거다.'라는 말로 부정적인 속성을 부여한 점.

둘째는, 그 글을 과게가 아닌 철게에 작성한 점.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우선 '첫째'는 너무나 부당한 일이라고 봅니다.

'왜'와 '어떻게'가 마치 전혀 다른 말인 것처럼 쓰셨는데,

'왜'는 정해진 인과관계 내에서

'어떤 연유로(어떻게/~해서)'와 '어떤 목적으로(~하려고)'를 함께 의미한다고 봅니다.
(혹여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다면, 그에 대한 설명이 미비함으로 인해 오해가 생겼다고 봅니다)

여기서, 

비에 대해서 어른들은 연유를 말할 수도 있고, 목적을 말하 수도 있지만

댓글들은 연유(말씀하신 '어떻게')에 대해서만 말했습니다.

왜일까요.

'비는 왜' 글이 작성된 곳이 '과학 게시판'이기 때문이고,

목적이라는 것은 주체적인 의지를 상정하기 때문입니다.



'왜'라는 물음에 대해서 비는,

인간을 벌 혹은 축복하려 내릴 수도 있고,

과거의 상처를 씻기 위해서 내릴 수도 있고,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서 내릴 수도 있고,

생명을 생육하기 위해서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학 게시판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야 말로 정치에서 굿판 벌이는 일이죠.

적어도 현대에서는요.

그런데 그걸 안 했다고 '그래서 아이들이 우는 거다'라고 말씀하신 거라고,

저는 보았습니다.



둘째는 간단합니다.

'어른들은'이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쟤들은'이 되어서 읽는이들에게

그 부정적인 속성을 과게인에게 한정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한 번 상상해보겠습니다.

철학게시판에서 누군가가 '거짓말은 왜 하면 안되나요?'라는 질문을 단다면?

우선은 현학하거나 학자연하는 답변이 몇 개 있겠죠.

그러려니 합시다.

'거짓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인지와 사실 간의 문제, 의도의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있겠죠.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고요.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당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 넘어갑니다.

그럼 이제

공리, 까르마, 정언법, 인격주의 등등을 운운하며 '거짓말은 왜 하면 안 되는가'

를 말하는 글도 있을 겁니다.

그러자 작성자는 그 댓글을 근거랍시고

'어른들은 정형화된 원리원칙을 교조적으로 따르며,
자신이 박혀있는 사유의 틀을 저마다의 왕좌처럼 여긴다.'

라는 논지의 글을 종교 게시판이나 예술 게시판에 새로 작성한다면?

철게인들은 순식간에 타자화되고 '어른들은'이라는 말에 이끌린 수식들을

외롭게 뒤집어 쓰는 거죠.

만약 철게에 작성한다면, '지나치게 거친 발제'라는 평가를 벗지는 못해도

때로는 생산적이고 때로는 소모적인,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올 수 있었겠지만요.




사건 중에 많은 분들이 각자의 이유로 기분이 나쁘셨을 줄로 압니다.

그 중에서도 마음, 그리고 님이 사람들의 반응에 의해서 제일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그것은 이해합니다만,

탈퇴하시기 전에 남기신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보았을 때,

자신을 향한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

글들을 읽고 불쾌함을 느꼈던 사람의 한 명으로서 글 작성했습니다.

그럼 줄이겠습니다.



+
글에서 부족한 부분은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시면 보탬으로 알고 감사히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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