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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키케로와 아우구스티누스의 국가관
게시물ID : phil_152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브릴리
추천 : 2
조회수 : 50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3/20 15:39:06
정의 없는 왕국이란 거대한 강도떼가 아니고 무엇인가? 강도떼도 나름대로는 작은 왕국이 아닌가? 강도떼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집단도 두목 한 사람의 지배를 받고, 공동체의 규약에 의해 조직되며, 약탈물은 일정한 원칙에 따라 분배된다. 만약 어느 악당이 무뢰한들을 거두어 모아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서 일정한 지역을 확보하고 거주지를 정하거나, 도성을 장악하고 국민을 굴복시킬 지경이 된다면 아주 간편하게 왕국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그런 집단은 야옥을 억제해서가 아니라 야욕을 부리고서도 아무런 징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왕국이라는 명칭과 실체를 얻는 것이다. 사실 알렉산데르 대왕의 손에 사로잡힌 어느 해적이 대왕에게 한 답변에서 이런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해적에게 무슨 생각으로 바다에서 남을 괴롭히는 짓을 저지르고 다니냐고 문초하자, 해적은 알렉산데르 대왕에게 거침없이 이렇게 대꾸했다고 한다:

"그것은 폐하꼐서 전세계를 괴롭히시는 생각과 똑같습니다. 단지 저는 작은 배 한 척으로 그 일을 하는 까닭에 해적이라 불리고, 폐하는 대함대를 거느리고 다니면서 그 일을 하는 까닭에 황제라고 불리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주1)



주1: Cicero, De republica 3.14.24; Sebecam Qyaestuibes batyrakes 3.praef.5.

 신국론 4, 4









...키케로가 지탄하듯이 그렇게 된 공화국이라면 그때 이미 망한 것이며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말을 들어야 할 것이다. 키케로는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스키피오를 등장시켜 공화국에 관해 바로 그가 발언하게 만드는데, 그는 살루스티우스가 묘사하는 그런 부패로 공화국이 언젠가는 기어이 멸망하리라고 예감하고 있었다. 스키피오의 이 발언은 그라쿠스 형제 중의 하나(주1)가 살해당한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며, 살루스티우스는 그 시점부터 심각한 폭동이 시작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주2) 그의 죽음이 키케로의 책에 기억되고 있다. 제2권 말미에서 스키피오는 이렇게 발언한다.

: "현악기든 관악기든 노래나 성악이든 서로 다른 소리들 사이에는 모종의 화음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 화음이 변화를 보이지 않거나 깨지게 되면 음악에 식견있는 귀가 견디지 못한다. 그런데 이 화음은 서로 같지 않은 음색들의 조율로 화합하고 합치한다. 소리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상부, 하부 및 중간에 놓인 계층들이 의견 조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극히 다른 사람들의 합의로 국가는 통합된다. 음악가들의 노래에서 화음이라고 하는 것이 국가에서는 화합이다. 이것이 모든 광화국에서 안녕의 가장 건실하고 가장 훌륭한 고리이며, 또한 이것은 정의 없이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주3) "

그리고 이어서 그는 정의가 국가에 얼마나 요긴하며, 정의가 없을 적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폭넓게 풍부히 논한다. (주4) 그다음에는
토론에 참가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인 필루스(주5)가 발언하여 바로 이 문제를 더 철저히 다루자고, 또 대중은 불의 없이는 공화국이 통치될 수 없다고 하므로 정의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그리하여 이 문제를 토론하고 분석하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스키피오는 이렇게 대답한다:

"여태까지 공화국에 관해 토의했던 것이 무엇이든, 공화국이 불의 없이 존속할 수 없다는 명제가 허위임이 확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공화국이 최고의 정의 없이는 통치될 수 없다는 명제가 진리임이 확립되지 않고서는 어떤 토의도 전진시킬 수 없다."(주6)

그 문제에 관한 설명은 이튿날로 미루어졌고, 제3권에서는 대대적 논쟁 속에 토론이 전개된다. 필루스가 공화국은 불의 없이는 통솔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취했다. 물론 자기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님을 거듭 밝히면서도, 그는 정의에 맞서서 불의를 옹호하여 철저히 논리를 개진했다. 불의는 공화국에 이익을 끼치는 반면에 정의는 공화국에 무익하다는 사실을 그럴듯한 명분과 실례를 들어서 입증하려고 애쓴다. 그러자 라일리우스가 좌중의 부탁을 받고서 나서서 정의를 옹하하며, 불의만큼 국가에 상치되는 것이 없으며 공화국은 지대한 정의로만 운용되고 존립할 수 있음을, 할 수 있는데까지 역설했다.

이 문제가 충분하다고 보일 만큼 다루어지고 나자 스키피오가 중단되었던 논제로 돌아가서 공화국에 대한 자기가 내렸던 간략한 정의를 상기시켜 제시한다. 그 정의에 의하면 공공 사물은 국민의 사물이다.(주7) 그리하여 국민이란 대중의 아무 연합이나 일컫는 것이 아니고 법정의(法正義)에 대한 동의와 이익의 공유에 의해 결속된 연합이라고 규정한다.(주8) 이어서 그는 토론에서 이런 정의(定義)의 유용성이 얼마나 큰지를 가르친다. 그리고는 그런 정의들로부터, 국왕 한 사람에 의해서든 귀족들에 의해서든 국민 전체에 의해서든 법이 선하고 정의롭게 운용될 적에만, 공화국 곧 국민들의 사물이 존립한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왜냐하면 국왕이 의롭지 못할 적에 그리스식으로 폭군이라고 불렀으며,(주9) 귀족들이 의롭지 못하면 파당이라고 불렀고, 국민 자체가 의롭지 못하면 거기에 적용할 용어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것도 폭군이라고 부를 만하다는 것이었다. 그 전날 토론하던 대로 공화국이 단순한 흠이 있는 무엇이 아니고, 공공 사물, 곧 공화국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인용자 추가 설명: 전술한 바와 같은 폐단이 있다면, 그건 '공화국이 흠이 있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공화국이라 할 수 없음을 말하는 것) 저런 정의들과 결부되어 나오는 이치가 그렇다고 가르친다. 폭군이 그것을 장악하거나 파당이 그것을 장악했다면 국민의 사물이 아닌 이상, 공공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도 만약 의롭지 못하다면 이미 국민이 아니니, 앞에서 국민을 정의했듯이, 더는 법정의에 대한 동의와 이익의 공유에 의해 결속된 연합이 아닌 까닭이다.(주10)

신국론 2, 21 中



주1: Tiberius Grachus
주2: Sallustius, Historiae 1. fr. 16.
주3: Cicero, De republica 2.42.69.
주4: 아우구스티누스의 인용으로만 전수되는 부분이어서, 이 대목은 현존하는 텍스트에는 찾아볼 수 없다.
주5: Philus L. Furius: BC 136년 집정관
주6: Cicero, De republica 2.43.70-44.71
주7: res publica est res populi. Cecero, De republica 1.25.39. 우리가 "왕정" 혹은 "왕권"(regnum)과 대조하는 "공화국"(res publica)은 로마인들에게 "사유물"(res privata)과 대조되는 공유물을 의미했다. 영어본(Dyson)은 res publica를 commonwealth, res populi는 property of a people이라고 번역했다.
주8: populus est coetus iuris consensu et utilitatis cmmunione sociatus: De republica 1.25.39.
주9: tyrannus: 로마인들은 국가 비상시 집정관 한 사람에게 전권을 주는 dictator(독재자)와 구분했다.
주10: Cicero, De republica 3.37.50. 키케로가 스키피오의 입을 빌려 발표하는 내용은 플라톤(Respublica 544b-545c; Politicus 291d-292a; Leges 680-683)과 아리스토텔레스(Politica 1279a-b)에게서 확립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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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염 교수의 <신국론> 번역에서 인용했습니다. 키케로의 국가론(De republica)에서 직접 인용할 수도 있지만, 아우구스티누스가 잘 정리한 것 같아 이것으로 인용합니다.







우리말로 '공화국'이라 번역되는 말은 republica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키케로는 재미있는 설명을 합니다. 곧 republica는 res poblica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publica는 영단어 public에 대응되는 말로, '공공'이라는 뜻입니다. 즉 republica(공화국)은 res publica(공공의 것, 공공재산)라는게 키케로의 설명입니다. 그리고 키케로는 공화국을 res populi(인민의 것)으로 설명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republic을 '민국(民國)'으로 번역하는 것은 원뜻을 매우 정확하게 살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여기서부턴 republic을 '민국'이라 쓰겠습니다)

그리고 키케로는 바로 이 정의(definition)에서 민국과 왕국의 차이를 말합니다. 왕국은 특정 개인의 사유재산이지만, 민국은 인민의 공공재산입니다. 통치자가 왕이라고 불리느냐, 황제라고 불리느냐, 통령이라고 불리느냐... 같은건 키케로의 관점에선 부차적인 관점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나라가 공공재산인지 사유재산인지의 여부입니다. 그리고 키케로는 '국민'은 단순히 대중의 아무 연합이나 일컫는게 아니라, '법정의에 대한 동의와 이익의 공유에 의해 결속된 집단'이라고 규정합니다. 이를테면 국가가 거두고 있는 이익이 국민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면, 국민은 국민으로 대우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국민이라는 말 보다는 오히려 '노예'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키케로의 이러한 관점은 후대의 공화주의자들에게 이어집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의미에서 공화주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공화주의는 단순히 '왕이 없는 체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상이 아닙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미국, 한국, 프랑스 등에서는 공화주의가 설 자리가 많이 사라지겠죠. 공화주의의 정확한 뜻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긴 하지만, 저 나름대로 정의(definition)를 하자면, '국가를 국민의 공공재산으로 취급하려는 사상'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공화주의는 (역시 이것도 저 개인의 자의적인 번역이지만) '민국주의'로 번역하는게 더 맞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독립신문과 같은 1890년대 조선말 개화기의 글을 보면, republic은 민주국, 민주민치국 등으로 번역되었고, 20세기 초까지는 중국에서 공화라는 말보다 민주라는 말이 republic을 가리킬때 더 많이 쓰였습니다.(다만 꽤 오랫동안 democracy와 republicanism이 둘 다 '민주'라고 지칭되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의미에서 공화주의는 '민국주의'로 이해할 때 더 많은 무언가가 보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족으로 달자면, democracy와 republicanism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뜻입니다. democracy는 '다수의 지배'에 가까운 개념이라 공화주의와는 뜻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최정욱 교수의 논문, <'Democracy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정이다: 공화주의와의 차이를 논하며>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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