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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언어와 개념의 한계
게시물ID : phil_152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틸하트9
추천 : 1
조회수 : 813회
댓글수 : 62개
등록시간 : 2017/04/04 09:27:05

제목이 너무 거창한 것 같기도 너무 평범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

철학게시판에 상주?하는 분들이시니 자칫 사고의 방향을 '좋지 않은 쪽으로' 고정하거나 오도할 수 있는 언어와 개념의 한계에 대해서는 한번쯤이라도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이 쪽을 중점적으로 많이 파들어가고 있는 편입니다. 결국 인간의 의사소통 행위는 전부는 아닐지라도ㅡ흔히 떠올리는 표정이나 제스쳐 뿐 아니라, 심지어 체취나 페로몬 같은 냄새 또한 엄연히 비 언어적 의사소통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합니다ㅡ90% 이상이 이 언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경험과 사유를 쌓는 것은 타인과의 소통에 있어ㅡ라기보다는 논쟁에서 승리하는 데 있어(? ^^)ㅡ상당히 유용하지요.
특히 비언어적 소통 수단은 배제한 채, 그나마 억양과 어조만이라도 살아 있는 음성언어도 아닌 글로만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더더욱 상호 간의 개념 정리?가 중요합니다. 자칫하면 같은 단어로 다른 의미를 얘기하고 있으면서 서로 갈등의 골?만 깊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위에선 반 농담 조로 이야기했지만, 논쟁에서 이긴다, 설득에 성공한다 이런 건 소소한 문제에 불과합니다.
개념이나 언어의 한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여러분도 간혹 들어보신 적이 있는 말입니다만, '언어가 생각을 담는 틀인 게 아니라, 생각이 언어에 의해 규정되고 지배당한다.'라는 생각을 아니할 수가 없게 되거든요.

철학한다는 사람에게 꽤나 친숙한? 말들인 사랑, 삶, 죽음, 빛, 어둠 이런 흔해빠진? 말들을 돌이켜 보면 우리의 사유는 우리가 해당 언어의 기의(사전적 의미라고 보시면 대체로 맞습니다)보다는 우리가 각각의 단어에 대해 갖고 있는 어떤 이미지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쉽게 말해 '죽음'이라는 단어만 보더라도 생물학자와, 의사와, 불교 선승과, 기독교 성직자, 일반인, 이들 모두에게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일 리가 없죠.
여기까지는 누구나 이해할 수도 있는 정도입니다. (실상은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사실 뜬금없이 이 흔해빠진 주제를 꺼내게 된 이유는, 아래 글에서 나온 '시간은 실재하는가?'에 대한 작다면 작은 논의에서 개념과 실체의 주객 전도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시간이 실재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언어고 개념일 뿐이죠.
인간 사회에 통용되는 시간의 표준 단위는 1년과 1일일 것입니다. 전자는 지구의 공전 주기, 후자는 지구의 자전 주기니까요.
시, 분, 초는 이 '지구에서만 관측 가능한' 단위들을 다시 '지구인 중 특정 문화권에 익숙한' 60진법, 12진법 등의 숫자로 분할하여 나온 단위일 뿐입니다. 아, 지구의 자전 주기가 공전 주기의 365쩜 얼마 라는 사실이 12진법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습니다. 원을 360도로 분할하는 관습 또한 여기서 유래한 것이고요.
(*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지구의 공전주기가 완전한 원의 전체 각도인 360에 근접한 숫자라는 건 얼마나 기막힌 우연이고 신의 섭리?인가 이러고 있습니다.ㅋㅋㅋ 실은 예전에 제가 그랬어요. ㅠㅠ 이건 굳이 말하자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내에 가야 하는 어떤 필요에 의해 2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을 자기들 손으로 만들어 놓은 후, 어떻게 우리가 원하지도 않았는데(응?) 누가 우릴 위해 만들어 놓은 양(응응?) 2시간 짜리 교통수단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거지? 라고 놀라는 거랑 비슷합니다. ㅎㅎ 정말 제가 생각해 봐도 왜 그랬을까 후회스럽네요...ㅎㅎㅎㅎ)

우리는 너무나 이 개념에 익숙한 나머지, 지구 밖에서 흐르는 시간에도 이 단위를 적용하고 있죠. 우주의 나이가 140억 년쯤 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지구가 140억 번 태양 주위를 돌 수 있는 시간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으니 편리하긴 합니다. 그런데 140억년 정도 되면 이미 지구가 존재하기 전부터 흐르던 시간이죠. 또한 지구를 관측할 수도 없는, 지구에서 관측할 수조차 없는 우주의 끝을 굳이 상정해 보지 않더라도 당장 지구에 사는 인간이라는 생명체 외에 시간을 '저 단위'로 계측하고 있는 주체는 없습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과거, 현재, 미래라는 3단식? 구분 또한 인류의 특허품?일 뿐 그게 전 우주적으로 통할 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른바 '수렴 진화'라는 개념도 있어서 지구인 뿐 아니라 어떤 지적 존재라도 시간을 계측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그런 3단 구분 개념에 도달할 거다 라는 식의 가정도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당장 지구인의 언어들만 봐도 이 좁은 지구 안에서조차 사물에 대한 인식과 개념의 차이가 상당함을 알 수 있는데(책상과 배, 연필 같은 사물에도 성별을 부여하는 언어를 한국어 사용자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죠) 그게 반드시 그리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봅니다.

즉, 개념은 개념일 뿐이라는 거죠.
'시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사실상 모든 인간의 머리 속엔 수직선이 하나 그려집니다. 수직선 한가운데 점을 찍고 현재라고 하고 그 전을 과거, 그 이후를 미래라고 하는 식이죠. 이 개념은, 어려서부터 너무나도 익숙하게 주입받고 사용해 왔기 때문에(무엇보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구분을 정말 허벌나게?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그저 개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단번에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물이 변한다"

라는 말은, 말 그대로 본말이 전도된 표현입니다.

"사물이 변하므로(그리고 움직이므로)(인간이라는 지구상의 특정한 종의 생활 상의 편의를 위해) 시간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정도가 바른 표현이 되는 것이죠.

후자가 빼박 사실임은, 애초에 시간을 재게(각자의 역법을 만들게) 된 계기가 바로 인간의 농업과 사냥이라는 실질적 생존의 편의 추구였다는 점에서 넘치도록 입증됩니다. 1년 주기로 돌아오는 기후와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농업 혁명 이전에도 중요했을 테니까요. 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 식량을 비축하고 월동준비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는 게 그리 녹록치 않았을 테니까요.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말을 이미 했고, 인간 또한 우주에서 가장 진보한 종족?이라는 근거 없는 자부심?이(하필 '우리만' 신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라는 둥...이런 착각과 망상은 지구상에선 매우 흔한 것입니다만) 또한 강하게 의심받고 있는 요즘에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는 '삼라만상을 우리의 버릇과 습관(그리고 약간의 무지가 섞인 자기 중심적 사고)에 입각해서 인지하는' 버릇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코페르니쿠스는 모르는데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또는 혁신'이라는 단어만 들어본 사람이 코페르니쿠스라는 인물의 생애와 업적을 생전 처음으로 접하게 됐을 경우 이렇게 말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사람의 발견이야말로 정말 코페르니쿠스적인데? 어떻게 이렇게 업적의 성격과 업적을 이룬 사람의 이름이 일치하는 우연의 일치가 있지?" 라고요. ^^

지구인의 가장 큰 관심사, 삶과 죽음이라는 것도 실재한다기보다는 일종의 개념에 불과하다는 불가 선승들이나 말할 법한 고차원적인 얘기?에 대해서도 써볼까 했습니다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나중으로 쿨하게 미뤄버리겠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언젠가는 꼭 하고 싶네요. 사실, 개념 상으로는 별로 대단할 게 없는 얘기인데 너무 어렵게들 생각하는 게 많습니다. 사실, 개념을 이해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게 어려운 경우죠.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광속으로 달리면서 자기 얼굴을 거울에 비추면 자기 얼굴에서 나온 빛이 거울에 도달하기도 전에 거울이 얼굴로부터 광속으로 멀어짐?에도 불구하고 거울에 자신의 얼굴이 비쳐진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쉽다. 다만 그걸 직관적으로 경험한 것인 양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뿐이지~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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