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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형, 오빠.
게시물ID : phil_153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ishCutlet(가입:2012-03-17 방문:820)
추천 : 2
조회수 : 270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7/04/21 21:32:58
예전에 식사 자리에서, 5살 차이나는 학교 후배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형이라는 호칭이 편하고 좋은 것 같다고.
서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다.

그 후배는 평소 나를 선배라고 불렀다.
여러가지 의미로 정말 매력 넘치는 인물이었을 뿐 아니라
나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때로는 존경스러울만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라 친해지고 싶었고,
선배라는 호칭에서 꽤 거리감이 느껴저서 그다지 기쁜 호칭은 아니었다.
선배라는 말이 주는 권위주의적인 느낌이 싫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선배라는 호칭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굳이 오빠라고 부르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저 내가 듣고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나 하는 회의감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형'이라는 호칭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을때, 나는 딴지를 걸었다.
서로의 성별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서 왜 남성성을 가장해야 하느냐고.
거꾸로 남성이 남녀 모두에게 언니라고 부르지 않는데,
여성이 대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 형이라 불러야 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냐고.
물론 그건 그 친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남녀 불문하고 언니라고 부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성평등 문제가 아무리 많이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사회의 적지 않은 부분들이 남성 중심적이다.
남성이 주류를 이루는 조직과 사회는 여전히 많고,
그런 조직에서 여성이 적응하기 위해선 여성성을 받아들이고 여성적인 성역할을 수행하거나,
여성성을 버리고 남성과 대등해지거나의 암묵적인 선택지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후자를 선택한 경우를 흔히 명예남성이라고 부른다.
물론 나는 그 친구를 명예남성이라고 매도할 생각이 눈꼽 만큼도 없다.
그 친구는 그냥 형이라는 호칭이 편한것 같다고 말했을 뿐, 명예 남성이라고 불릴 이유가 전혀 없다.

나를 꼬박꼬박 선배라고 부른것도 (뭐 보통이라면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단지 성별을 의식하고 싶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이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은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건,
일반적으로 불편하고 부당한 일이니까.

아니 설령, 그 친구가 명예남성처럼 행동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행동들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애초에 누군가를 명예남성이라고 지칭하는 것부터 잘못된 일이겠지.
단지 나는, 사람들에게 명예남성이 되기를 선택하게 만드는 사회문화가 불만스러울 뿐이었다.

나는 남자로서, 다른 사람과 대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 연장자를 언니라고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다.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런 생각을 해본 남성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연장자를 형이라고 불러야겠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많진 않지만 분명히 있다.
어느쪽이든, 우리 사회가 타파해야 하는 것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회환경과 문화다.


내가 그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쨋든 나는 형이란 호칭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했고, 그 친구는 나를 뭐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그때 내 대답은, 선배든 오빠든 형이든, 아니면 야, 너 라도 니가 원한다면 뭐라고 불러도 괜찮다는 거였다.
다만, 선배라는 말은 권위적이라고 느껴져서 좀 그렇다고. 그 이후로 그 친구는 나를 꼬박꼬박 오빠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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