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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늑대 이야기'를 보고
게시물ID : phil_154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分福茶釜
추천 : 2
조회수 : 696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7/06/07 23:42:46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hil&no=15449&s_no=15449&page=1
 
위의 게시물에서 링크된 체로키 인디언의 대화 '두 마리 늑대 이야기'의 내용 중에 
'자아는 악이고 믿음은 선이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1] 이 부분을 기독교 사상이라고 단정지어서
 
[1-a](기독교란) 인간이 인간자신을 부정하는 종교관.
1. 인간에게 원죄를 부여하는 것
2. 인간이 신의 피조물로서 신의 뜻에 복종해야하는 것
 
[2](그러므로)
철학적 교훈을 빙자한 어떤 종교 (여호와의 증인 같은 부류)의 전도홍보물로 보인다
 
이 게시글은 인간을 악으로 규정하며
믿음으로 죄를 사함받아야 한다는
우동사리들의 생각이라 본다
 
[3](이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제발 저기 가서 놀아주세요. 박사모나 일베  혹은 다단계.
 
요약하자면 '이 게시물은 기독교적 원죄론을 각색한 내용으로, 목적은 전도홍보이니, 이런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박사모나 일베 혹은 다단계, 개독이니 철게에 접근하지 말라'
이런 해괴한 3단 논법을 펼치시는 분이 계시네요
 
물론 철게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특정 종교로 더럽혀지는 것을 경계해서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히기도 합니다만 제가 보기엔 과민반응 아닌가요
본문에 분명히 체로키 인디언의 구전 우화라고 되어 있고, 원작 만화 또한 'zen pencils'라는 선종(禪宗)을 표방하는 카툰 사이트 같은데, 거기서 굳이 기독교 전도홍보 작품을 올릴 이유가 있을까요?
 
 
미리 오해를 방지하고자 말씀 드리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지지 못한 사람이고, 국내 개신교 행태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 놈은 악이야. 그 놈은 화, 질투, 슬픔, 후회,욕심, 오만, 자기연민, 죄책감, 억울함, 열등감, 거짓말, 허세, 우월감이며…”
“…그리고 바로 네 자아야.”
“다른 놈은 선이야. 그 놈은 기쁨, 평화, 사랑, 희망, 평온함,겸손, 친절, 자비, 공감, 너그러움, 진실, 연민이며…”
“…그리고 믿음이지.”
늑대 이야기의 내용은 기독교 원죄론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불교적 내용을 말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진리란 여러 다른 각도에서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초기 경전 법구경을 빗대어 얘기해보겠습니다 여러 번역본이 있어서 몇 가지 버전으로 올려보겠습니다
 
 
捨恚離慢 避諸愛貪 不著名色 無爲滅苦
221. One should give up anger, renounce pride, and overcome all fetters.
Suffering never befalls him who clings not to mind and body and is detached.
분노, 자만심을 버려라 그리고 이 모든 속박을 뛰어넘어라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사람에게 고뇌조차 가까이 갈 수 없나니
그는, 그 자신의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노여움을 버려라, 자만심을 포기하고, 모든 속박을 극복하라.
이름과 모습에 집착 없는 사람, 그리고 자기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에게는 괴로움 역시 생기지 않는다
 
一切行無我 如慧之所見 若能覺此苦 行道淨其跡
279. When you see with discernment, 'All phenomena are not-self' —you grow disenchanted with stress.
 This is the path to purity.
이 모든 사물에는 불변의 실체가 없다 諸法無我
이 이치를 깨달은 이는 고뇌와 슬픔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리니 이는 영혼의 순결에 이르는 길이다
'일체의 사실은 실체가 없다'라고 지혜로 본다면,
괴로움에서 벗어나니 이것이 청정의 길이다
 
惡自受罪 善自受福 亦各須熟 彼不相代
165. By oneself is evil done; by oneself is one defiled.
By oneself is evil left undone; by oneself is one made pure.
Purity and impurity depend on oneself; no one can purify another.
그 자신이 악한 일을 하고
그 자신이 그 갚음을 받는다
그 자신이 악한 일을 하지 않으면
그 자신에 의해서 그 자신은 정화된다
'순수'와 '순수하지 않음'은 전혀 그 자신에게서 비롯되나니
그 누구도 그 누구를 정화시킬 수 없다
 
내가 악행을 하면 스스로 더러워지고
내가 선행을 하면 스스로 깨끗해진다
그러니 깨끗하고 더러움은 내게 달린 것
아무도 나를 깨끗하게 해줄 수 없다
 
人前爲過 以善滅之 是照時間 如月雲消
173. He, who by good deeds covers the evil he has done,
illuminates this world like the moon freed from clouds.
처음에는 악한 짓을 했지만
그러나 뒤에 가서 선행으로 그 악행을 극복하는 사람,
그는 이 세상을 비춘다.
구름을 헤치고 나오는 저 달처럼
 
악한 짓을 했어도 착하고 건전한 일로 갚으면,
그는 구름에서 벗어난 달과 같이 이 세상을 비춘다
 
 
우리는 자아정체성을 찾고 자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만 부처는 한 순간도 변하지 않는 '나'라는 존재는 없으니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합니다
우리는 '나'라는 존재에 갇혀 고민하고 괴로워 하니, '내'가 바로 고민의 원인인 셈입니다
사람은 자신을 항상 착한 존재, 옳은 존재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나쁜 짓을 하고 있더라도 '누구나 악행을 하는데 내가 하는 이 정도는 악행도 아니야'라며 자신을 속입니다 자신이 '악'의 편에 있다고 생각하기 싫기 때문이지요
부처의 말처럼 '나'도 '나의 자아'도 변함없이 그곳에 존재하는 실체란 있을 수 없으니 '나'에 얽매이지 말고, 모든 사물이 '무아'라는 사실을 지혜를 통해 보라고 해도 말은 쉽지만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때 '내 자아는 악(惡)이다'라고 한 마디만 던져도 나는 '나'로부터 쉽게 떨어져 나옵니다 내 자아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가 옵니다
 
'믿음'에 관해서도 '신에 대한 믿음'에 한정해서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인류에게 신이란, 그리스 신화나 구약 성경에서처럼 인격화된 신의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구체적인 설명은 못하겠지만 자연과 우주의 섭리와 인간의 양심이 바로 신의 한 단면이 아닐까요
 
그렇게 본다면 '과거의 나 자신이 비록 악행에 찌든 쓰레기같은 사람일지라도 마음 속 깊은 곳의 양심을 찾아 지난 날을 반성하고 선행을 쌓는 삶을 산다' 즉 '내 양심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선'이라는 메시지는 기독교 밖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제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세상엔 여러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이 존재하고, 특별히 어느 개인이나 어느 집단에 명백히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어떤 가치관이라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철학을 얘기하는 사람의 기본자세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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