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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번역 성경에 도전하다.]2. 창세기 3장. 무조건 믿어라?
게시물ID : phil_156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명탐구자
추천 : 0
조회수 : 57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8/05 15: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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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3장.
 
 
 
여러분은 인간에게 끔찍한 저주를 퍼붓는 신을 상상할 수 있는가? 나는 감히 그럴 수 없다. 나는 그런 신을 꿈 속에서도 떠올리기 조차 싫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와 다른 이들도 존재한다. 한용운의 복종이라는 시를 감상해 보자.
 
 
 
         복종

                              한용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금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라면 그것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물론 이 시에서 한용운이 <당신>이라 지칭하는 존재는 위에서 말한 그런 존재가 아니다. 다만, 스스로 절대자에게 귀의하고 복종, 순종하고자 하는 이들도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한용운과 그 시를 잠시 언급했을 뿐이다. 현실에서 종교인들을 상대하게 될 때 가장 처치곤란한 점이 과연 그 무엇일까? 나는 기독교인들이 기본적으로 철저하게 무장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논리체계를 상대하기 곤란한(아니, 상대하기 답답한) 그 무엇이라고 손꼽는다. 무조건 <믿어라.>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 유일무이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결코 인간이 아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하나, 결국 유일한 주인공은 바로 <신>이다. 이것을 착각하면 안 된다. <신>은 하나의 단어다. 헌데 이 단어는 아직 규정된 그 무엇도 아니요 정의된 그 무엇도 아니다. 그저, 막연히 <신>이요 그저 막연히 <신>으로 군림하고자 한다. <신>은 그 정의 조차 불분명하며 그 존재 조차 증명되지 않았다. 헌데,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듣도 보도 못한 이 존재? 아니 이 단어는 이 책을 자기 존재의 증명이라 주장한다. 실로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실은 그 어떤 것도 증명되지 않았다. 이러한 오류를 순환 논리의 오류라고 한다. 이처럼 순환논리는 증명을 필요로 하는 결론을 슬며시 전제로 사용하는 논법이며. 참, 거짓이 불분명한 결론으로 다시 결론을 논한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대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이해하기에 편하다.
 
 
질문자: 신이 있다는 증거가 있어?
답변자: 응, 이 책에 증명되어 있어.
질문자: 그 말 정말이야? 어디 보자. 에이~ 뭐야, 그저 신에 대한 일방적 주장과 기술만 있을 뿐이잖아. 이 책에서 말하는 게 사실이라는 증거가 있어? 대체 뭐가 어떻게 증명되었다는 거야?
답변자: 응, 신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이건 틀림 없는 사실이야.
질문자: 말도 안돼. 책을 쓴 사람은 사람일 거 아냐?
답변자: 응, 책을 쓴 사람이 신의 영감을 받아서 적었어. 이건 틀림 없는 사실이야.
질문자: 그걸 대체 어떻게 믿어? 네가 지금까지 말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증명하지 못해. 넌 단 하나의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어.
답변자: 쳇, 너도 별 수 없네. 너도 다른 불신자들이랑 똑 같구나. 믿어야만 비로소 알 수 있게 돼.
질문자: 결국, <믿어라>로 결론내는 거야? 어떠한 증명이나 증거 제시도 없이? 결국, 믿어라. 가 맞잖아?
답변자: 응, 심판의 날에야 비로소 너도 알게 될 거야.
질문자: 그 심판의 날이라는 게 실재하는거야? 정말 그런 날이 오는 거야, 증명할 수 있어? 증거는 있냐고?
답변자: 응, 이 책에 그렇게 써 있어.
질문자: 뭐야 아무 것도 증명하지 못하고 있잖아? 증거가 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답변자: 응, 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
질문자: 너랑은 정말 말이 안 통한다.거봐 내 말이 맞잖아. 너는 결국 <믿어라>로 결론 내리잖아. 관두자 관둬.
 
 
기독교의 이러한 논리 체계는 대체 어디서 출발했고 또 완성되었는지 구체적인 구절을 통해 함께 알아보자.
 
 
야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온갖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서 너는 저주를 받아, 죽기까지 배로 기어 다니며 흙을 먹어야 하리라.
 
 
아니, <뱀>이 대체 무슨 잘 못을 저질렀다고  한 책에 의해 저주받은 존재로 낙인찍힌 것도 모자라 지난 수천년 간 가혹하기 짝이 없는 혐오 등의 처분을 받아야했다는 말인가? 뱀고기, 뱀가죽, 뱀독 등은 잘 활용하면 인류의 삶에 얼마든지 큰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
 
 
참으로 교묘하고도 교묘한 장치다. 뱀이란 동물은 그 태생 이나 습성상 인간의 발꿈치 등을 잘 문다. 여기서는 뱀의 이런 태생적 습성을 이용해 여성 전체와 원한 관계를 맺게끔 <신>이 저주하고 있다. 실제로 인간이 뱀을 잡을 때 Y자 모양의 막대기로 뱀대가리를 땅에 고정시켜 붙잡는 것이 일반적 뱀 생포 방식이다. 더욱이 보통 여성들은 뱀이나 쥐는 아주 끔찍하게 싫어하는 보편 경향이 있다. 즉, 신이 저주하기 이전에도 <뱀>과 <여성>은 그닥 사이가 좋았다고는 결코 볼 수 없었다는 얘기고, 이 사실을 교묘하게 <신>이 저주하여 그렇게 된 것 마냥 둔갑시키고 있는 거다. 그래서 나는 실로 교묘하고도 교묘한 장치라고 말하는 거다.
 
 
그리고 여자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기를 낳을 때 몹시 고생하리라. 고생하지 않고는 아기를 낳지 못하리라. 남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아귀에 들리라."
 
 
이것도 참 교묘하기 짝이 없는 장치다. 여성은 본래 아기를 낳을 때 몹시 고생할 수 밖에는 없다. 당연히 고생하지 않고는 아이를 낳기 어렵다. 게다가 결혼한 여성들은 저마다 남편을 자기 뜻대로 다루고 싶어한다. 이것이 뜻대로 잘 될까? 안 될까? 당연히 자기 하나 뜻대로 하지 못하는 게 인간인데, 냉철하게 따져보면 타인에 불과한 남편을 어찌 제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까? 이러한 장치는 실로 교묘해서 사실을 언급하고 그 위에 <신>이란 존재의 <저주> 및 <처벌> 이라는 논리를 포함시킨다. 정말 거짓말을 잘 하는 이는 사실 가운데 교묘히 거짓을 섞어 놓는다. 이렇게 되면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좀처럼 파악할 수 조차 없게 되고, 별 생각 없이 그 말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사실 그 자체라 여기게 되는 거다. 오우~ 글쓴이 제법 똑똑한데?
 
 
그리고 아담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내의 말에 넘어가 따먹지 말라고 내가 일찍이 일러둔 나무 열매를 따먹었으니, 땅 또한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 너는 죽도록 고생해야 먹고 살리라.
 
 
이것도 정말 교묘하고도 교묘한 장치다. 당시 중동 지역의 기후는 어떠했을까? 사람이 살기에 결코 좋은 조건은 아니었을 거다. 사막이니 말 다했지 않은가? 물도 부족하고 식물이나 가축, 농작물이 자라기에도 기후 조건이 너무 좋지 않다. 역사에서도 아라비아 상인들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했던 게 다 이유가 있는 거다. 기후도 열대에 땅도 척박하기 짝이 없는 까닭에 워낙에 먹고 살기가 어렵다 보니 한 사람의 몫을 해내거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먼 상행에 나서야만 했으리라.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현실이 마치 인간이 신에게 순종하지 않아서 신이 처벌하여 그렇다는 식으로 교묘히 주장을 펴고 있다. 정말 글쓴이 똑똑하다.
 
 
자, 이것으로 기독교 최고의 만능 논리체계가 완성되었다.
 

"남편이 왜 네 뜻 대로 따라주지 않는지 아느냐?"
"여자가 아이를 낳을 때 왜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줄 아느냐?"
"왜 삶이 고통스러운지 아느냐?"
"밥 벌어먹기가 왜 힘든지 아느냐?"
"인류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줄 아느냐?"
"인간이 왜 고통받는지 아느냐?"
"지구상에서 대체 왜 재앙이 끊이지 않는지 아느냐?"
"네가 왜 가난한지 아느냐?"
"네가 왜 약하고 병들었는지 아느냐?"
 
 
이 책의 결론은 단순명쾌하다.
 
 
"너희가 신을 믿고 순종하지 않아서 그렇다."
 
 
바로 이 만능 논리 체계를 구성하기 위해 1장, 2장, 3장이 할애되었다. 고대 수준에서는 제법 수준 높은 논리 체계다.
 
 
선악과 이야기에 등장하는 바로 그 신에게 저주를 받는 <뱀>은 인간의 이성, 지성, 지혜, 경험 그 자체 내지 그것들이 고도로 축적된 체계 등을 뜻한다고 보여진다. 즉, <뱀>은 과학, 철학, 학문 등을 뜻한다. <신>이 <신>으로 인간 위에 존재하고 또 군림하기 위해서는 <과학>, <철학>, <학문>을 인류가 필연적으로 멀리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는다. 이는 현실 역사를 통해서도 거의 진실에 가깝다. <종교>가 현실 권력을 잡았을 때 거의 예외 없이 <과학>, <철학> 등의 발전을 금지하거나 금기시하며 통제해 왔다. 이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종교>는 기본적으로 <신>을 내세워 <과학>, <철학> 등에 대한 절대적 우위를 주장해왔다. 이를 역으로 보면 <과학>, <철학>이 고도로 발달한 문명 안에서는 <신>이 존재하기가 어렵거나 <신> 존재하더라도 더는 인간 위에 군림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된다. 즉, <종교>는 태생적으로 <과학>, <철학>을 죽여야만 살 수 있는 거다. 이렇게 보면 중세 시대에 행해진 마녀재판, 종교재판 등을 새로운 시야로 바라보게 된다. 얼마나 많은 과학자, 철학자, 지혜인, 학자, 발명 기술인, 민중 등이 종교재판이라는 이름 하에 형장의 이슬로 덧없이 아스라져 갔을까?

 
인류의 역사에서 종교라는 이름을 가진 권력과 기존 질서에 의해 생명을 잃거나 무참히 짓밟힌 분들과 그 가족들, 그 후손들을 위하여 이 시를 바친다.
 

절대 고독
 
철없는
그.
누. 군. 가. 는.
 
고독은
천재의 산실이라
하지마는
 
앙다문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것도 모자라
실핏줄이 쫙쫙 터져나갈 정도로
너무나 외롭고 외로웠어.
 
그곳은
잇새를 비집고
비명이 튀어나올 정도로
끔찍하게 추웠어
끔찍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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