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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철학)갈등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
게시물ID : phil_161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ishCutlet
추천 : 5
조회수 : 719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11/27 18:13:40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갈등에 대처하는 태도를
자기주장과 타인수용이라는 두가지 척도를 기준으로
크게 다섯가지 양상으로
협력,경쟁,타협,수용,회피라고 분류하고 있습니다.

협력은 자기 주장을 내세우면서 타인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
회피는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타인의 주장도 수용하지 않는 것이죠.
타협은 그 중간이구요.


인간관계론 등에서는 흔히 협력이 최선이고,
회피를 최악의 대응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협력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많은 경우 협력이나 타협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니까요.

일반적으로 회피가 최악의 대응이라고 말하는 것은,
심리학 이론을 차용하여 조직론 등에서 조직이나 집단 내의 갈등 상황에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집안에 쌓인 잡동사니와 쓰레기를 한쪽으로 치우고 덮어놓는다고 해서 정리된 것이 아니고,
결국 언젠가 그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다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집단 내에서 갈등 상황을 회피하게 되면 머지 않아 같은 갈등을 다시 겪게 된다는 거죠.

하지만 집단 외의 갈등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집안이 아닌 곳에서 쓰레기나 잡동사니를 그대로 버려두고 떠난다면(물론 진짜로 그러면 안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되겠지만 그 문제와 다시 조우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간편하기까지 하죠.

갈등 상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긴밀한 공동체가 아닌 느슨한 관계라면, 갈등 상황에서 회피로 대응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매우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인간은, 아니 인간 뿐만 아니라 많은 생물들이 갈등을 회피해왔고,
그것은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인류가, 생물이 대체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수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의 척박한 환경까지 퍼져 살게된 것은
바로 이런 회피 전략의 결과입니다.

회피는 인간이 긴밀한 사회를 구축하고, 인구밀도가 포화 수준에 이르기 전까진 합리적인 전략이었습니다.
문제는 더 이상 회피가 불가능한 막다른 곳에서 갈등상황이 발생할 때입니다.
이곳에서 생존하기 위해, 경쟁하여 상대방을 배제하거나, 상대방을 수용하여 물러나거나,
타협하고 협력하여 타자와 공존하는 길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우리는 강박적으로 타협하거나 협력하려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여유와 가능성이 있다면, 갈등을 회피하는 것은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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