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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원칙
게시물ID : phil_164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ishCutlet
추천 : 1
조회수 : 78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4/15 17:58:02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신뢰와 원칙'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기간 동안 점철 되었던 국정농단과 온갖 기행이 까발려진 지금이야
백치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박근혜가 '신뢰와 원칙'의 아이콘이었던 것이 얼마나 웃기는 아이러니인가 알겠지만,
당시에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캐치프레이즈에 넘어간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언론의 조작인지는 모르겠으나,
박근혜 지지자 인터뷰를 보면 정말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하나같이
신뢰와 원칙을 지키기 때문에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은, 지금와서의 문제가 아니라 대선 당시부터 박근혜 후보에게 '신뢰와 원칙' 따위는 없었다.
표를 얻을수 있다고만 하면 어떤 허황된 공약도 남발했다.
경제 민주화가 큰 이슈가 되고 문재인 후보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인기를 끌자,
박근혜 후보도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내놓았다.

보수측이 진보적 공약을 내놓는 행보를 흔히 좌클릭이라고 하는데, 좌클릭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행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으면서 단지 표를 얻기위해 말로만 내놓는 공약이란 점이 문제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이후 자신의 공약을 대부분 지키지 않음으로서 신뢰와 원칙 따위는 없었음을 증명했지만,
당선 전부터 이 공약들이 허황된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선거유세 마지막날 발표했던 군복무 18개월 단축 공약이었다.
늘 안보 이슈를 강조해온 보수 진영이 아무런 이유도 공론화도 없이 군복무를 단축한다는 것은
어떤 원칙도 신뢰도 없는, 단지 선거에 관심이 적은 20대 초반의 표를 긁어모으기 위한 기회주의적 행태에 불과했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 정권은 이 공약에 대한 아무런 진행도 하지 않다가 당선 10개월만에 돌연 이 공약을 취소했다.

대부분의 공약이 이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같은 선상에 있었고,
공약의 내용과 질을 보면 박근혜가 말하는 신뢰와 원칙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를 찍었고,
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박근혜의 진상이 까발려지자 실망하고 등을 돌렸고, 심지어 촛불 시위에도 참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를 파면에 이르게 만든 것은 따져보자면 진실이기 보다는 또다른 허울뿐인 말이었다.
'박근혜는 무당의 꼭두각시'라는 말.
박근혜의 국정농단, 비리, 근무 태만, 배임 등과 밀접히 관련된 말이긴 하지만,
박근혜를 가장 흔들어 놓은 것은 그런 실태 자체보다는 '무당'이라는 선정적인 단어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자극적인 단어들에만 집중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박근혜 당선 당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던 사람들중 일부는 그런 피상적 인식만으로 박근혜를 찍었고,
다시 그런 피상적 인식만으로 박근혜를 비난했다.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이든, 아니면 깨시민이든 마찬가지다. 2012년에도, 2017년에도 문재인에게 투표한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말뿐인 원칙 운운에 얼마나 속기 쉬운지 기억하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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