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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적인, 너무나 꼰대적인
게시물ID : phil_173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민방위특급전사
추천 : 0
조회수 : 6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3/22 17: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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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저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저와 반대로 생각할 것 같고 아마도 많은 비난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번쯤은 말해보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밑에 마주침에 대한 글을 쓴 상태라 그 글을 염두에 두면 더 짧게 글을 쓸 수 있을것이라 생각되어 또 글을 올려봅니다.

 

파스칼은 인간은 허영의 존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허영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도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라서 병사도, 아랫것들도, 요리사도, 인부도 자기를 자랑하고 찬양해줄 사람들을 원한다. 심지어 철학자들도 자신의 찬양자를 갖기를 원한다. 이것을 반박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도 훌륭히 썼다는 영예를 얻고 싶어한다. 이것을 읽는 사람들은 읽었다는 영광을 얻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렇게 들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아마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이것을 읽을 사람들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팡세
인간의 허영심에 대한 파스칼의 통찰은 너무 정확하고 냉정해 보입니다. 자신 스스로도 그러한 허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존재라고 인정을 해버립니다.
 
밑에 쓴 글에서 마주침은 변화와 고통을 수반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한 변화는 나를 힘들게 하고 더 슬프게 할지도 모릅니다. 스피노자가 말했듯이 코나투스가 감소하는 슬픈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죠. 스피노자는 코나투스를 감소시키는 마주침은 피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증진시키는 마주침, 기쁨의 마주침은 더 하기위해 노력하라고 합니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고, 마주침을 겪어야만 성장하고 기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타인은 지옥이지만 천국으로 들어가려면 결국 타인을 통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타인과의 마주침을 거부하면 지옥과 천국사이에 머물러야만 하는 것이죠.
 
결혼과 출산은 선택입니다. 그 사실은 변할 수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온 결혼하지 않고 출산률이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결혼할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은 3포세대, n포세대, 88만원 세대 등을 말하며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그 결혼과 출산의 기피원인을 돌립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밑에 글에 썼듯이 결혼은 기존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창조해야하는 순간입니다. 새로운 나를 만들고 기존의 나를 버린다는 것은 그 결과에 상관없이 상당히 짜증나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지금 혼자 사는대로 살면 더 나은 삶은 아닐지라도 더 힘들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 보입니다. 쇼펜하우어는 결혼과 출산, 양육이라는 어려운 문제, 고통으로부터 사람을 기만하기 위하여 '생에 대한 의지'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현실을 덮어버린 채 결혼과 출산으로 사람들을 이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결혼과 출산이 끝나면 사랑이라는 기만은 벗겨지고 삶의 고통만 남아 그렇게도 많은 결혼이 아름답지 못하게 파경으로 향한다는 것이죠. 상당히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너무나도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생에 대한 의지'에게 속지 않는 것일 수도 있죠.
 
그렇다고 본다면, 사회 경제적인 시스템으로 인하여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출산도 마찬가지 입니다. 시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기성세대 중에 대부분의 구성원이 자기집을 소유하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았던 시기가 있었나요? 공간적을 봤을 때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거나 빈부의 차가 큰 나라에서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안하려는 경향이 우리나라보다 큰 곳이 있을까요? 물론 집값이 비싸다, 비싸다 하니까 지레 겁을 먹고 결혼하고 애를 키우다 보면 결코 집을 사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심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집과 가족 중에 집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가족을 포기하고 집을 산다는 것은 어째 본말이 전도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과 소유를 소망하지만 그것이 확보되거나 확실할 때 결혼하고 출산하지는 않습니다. 젊은 20~30대의 남녀가 원하는 지역에 집을 소유하고 혹은 소유할 가능성을 코앞에 두고 결혼했던 시기와 장소는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결혼이라는 마주침으로 새로운 나를 만드는 고통을 피하고, 출산과 양육이라는 마주침을 피하려는 개인적인 선택이 사회 시스템보다 훨씬 큰 이유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결혼하고 출산해서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지, 결혼하고 출산하면 지금처럼 폼나고 편하게 살 수 없기 때문이지 온전히 사회구조와 구조의 착취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한번 사는 인생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꾸려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비혼이나 딩크의 원인이 허영 때문이든, 고통을 피하려는 의지이든 전혀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탐욕 때문에, 혹은 사회의 구조가 잘못되어 있어서라고 핑계를 대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저 힘든 청춘들을 위로해주기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원인에 대한 아무런 고찰 없는 위로는 암환자에게 진통제만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결혼을 하든 애를 낳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 애를 낳을 생각은 없다! 혹은 기성세대가 우리에게 해준것이 뭐가 있는데 애를 낳으라마라냐! 라는 말 또한 이치를 벗어나 무리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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