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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중요성
게시물ID : phil_88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고맨
추천 : 6
조회수 : 883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4/04/27 00:39:49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이 선장을 살인자라고 지목한 발언이 외신에 의해 문제시되었다.
우리는 그냥 그러려니 코나 팠다. 선장 그 자식 죽일 놈이지... 당연한 거 아냐?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철학 없는 자들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근혜는 대통령이다. 나라의 수장이다. 자신을 대한민국호의 선장이라고까지 자처하던 사람이다.
그렇다면 신중해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원인과 결과를 따져야 한다. 최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전체 국면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막중한 임무를 맡은 사람이 여론에 휩쓸려 선장을 살인자로 지목했고 우리 여론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선장은 살인자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지닌 무게를 봤을 때, 한 사람에게 살인 운운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일이다.
살인이네 아니네는 사법부가 결정할 일이지 행정부의 수장이 할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를 떠나... 이것이 여론에 영합하는 행동, 즉 포퓰리즘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여론에 영합해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인... 유명한 사람들 중에도 많았다.
무솔리니나 히틀러가 대표적이다.
물론 지금도 있다. 프랑스의 르펜 같은 수구꼴통이 이들 범주에 들어간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솔리니나 히틀러, 르펜 같다는 말이 아니다. 오해말자.)
외신의 우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서 바로 그 포퓰리즘의 냄새를 맡았기 때문일 것이다.
 
선장이 잘했다는 게 아니다. 선장은 이번 일로 무기징역에 처해져도 할 말 없는 인간쓰레기다.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난 사형은 반대다. 인도적 차원이라기 보단 오래 묵히면서 죽을 때까지 괴롭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속 드러나는 사실은 선장이 그저 그런 바지선장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월 260만원짜리 계약직 선장... 그는 책임자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책임자가 아니었다.
퇴선명령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정작 퇴선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1등 항해사가 회사, 그리고 선주와 계속 통화하고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시사할까?
신문기사를 보면 선주가 보험금 감액을 걱정해 퇴선명령을 내리지 못했을 거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어마어마한 이야기다. 몇 십억 돈 때문에 400명 가까이 되는 사람을 바다에 수장시키려 한 것이다.
백 번 양보해, 말 그대로 우왕좌왕하다 이렇게 됐다고 치자.
현장에 없던 선주는 돈이 아까워 결정을 미루고 현장에 있는 선장은 책임을 떠 안기 싫어 결정을 미뤘다 치자.
그래도 문제는 여전하다.
그들뿐 아니라, 선박의 안전과 관련된 법규와 관리, 검사, 감사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이건 선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연안여객과 관련된 국가시스템 전반의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장을 살인자라 칭했다.
맞다 선장은 살인자다. 하지만 선장이 이 모든 사태의 책임자인가? 선장 하나만 살인자가 되면 끝날 일인가?
선장은 퇴선명령조차 내리지 않고 퇴선했지만, 그가 이렇게 행동하도록 밀어붙인 관련자들, 국가시스템도 문제이긴 마찬가지였다.
살인자를 운운하려면 이들 모두를 지칭해야 하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호의 선장이다.
선원 하나 잡아 족치는 건 사법부에 맡기고 대한민국호를 움직여야 하는 직책이다. 그렇다면 좀 더 거리를 두고 말을 아꼈어야 했다.
이 사태는 세월호 선장 하나 손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나서서 선장을 지목해 살인자라 칭하게 되면
여론에 영합해 선장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 처럼 꾸미려 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다들 선장을 욕하니까... 사고가 나기까지의 무수한 문제들, 시스템적인 문제들은 덮어버린 채 
세월호 선장에게 선장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했다고 지적하면서 대한민국호 선장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국정원 아저씨... 보고 있는거 다 알아요. 저 오해할 수 있다고 했지 대통령이 그렇다는 얘기 한 적 없어요.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통령이라고 존칭까지 붙이고 있어요. 할 말 많지만 꾹 참고 있어요. 잡아가지 마세요. 울 아가 분유값 벌어야 해요.)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두가지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나서서 진두지휘 하거나 뒤에서 모든 지원을 아까지 않거나...
진두지휘?
박근혜 대통령은 현장까지 내려갔지만 이틀만에 도망치듯 올라왔다.
청와대는 이미 자신들이 컨트롤센터가 아니다 맞다 횡설수설하며 우왕좌왕할 뿐이다.
김어준의 KFC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특공대를 투입하라는 지시로 인해 다른 민간구조활동이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지원?
김어준의 KFC에선 정부예산 때문에 해경이 오징어잡이 배의 전조등 등을 이용할 수 없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배의 수명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린 건 이명박 정부때였다.
(어제 조선TV... 헉 아니지 우리의 종편 TV조선을 보니 김대중정부때 세모가 살아났다며 불을 토하더군. ㅆㅂ)
왜 이명박에 대해서는, 당시 정부에 대해서는 말이 없는가?
왜 선장이 살인자 같다며 모든 문제를 선장에게만 있는 것처럼 몰아가려 하는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그런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이 그저 당연하다고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사고와 감정에 정신이 팔려 그 내면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원인과 결과를 따지는 사고,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는 식의 사고는 어디로 가고... 눈에 보이는 분노와 슬픔만 가득하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정말 우린 조삼모사의 원숭이인가?
공자왈 맹자왈이 철학이 아니다. 탈레스가 공자를 따지고 맹자를 따졌나?
그를 철학의 시조로 꼽는 건 원인과 결과를 따지는 사고방식 때문이지, 물이 만물의 근원이기 때문도 아니고 밀제분기를 독과점했기 때문도 아니다.
 
도대체 어째서... 어째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 빼고는 이 사건과 관련없는 이들이 자신들의 책임이라며 반성문을 쓰고 있는 걸까?
왜 그들이 반성문을 쓰고 눈물을 흘리는 걸까?
정작 반성문을 쓰고 눈물을 흘려야 될 사람들은 그들 뒤에 숨어 '나는 상관없소'라는 식으로 처신하고 있다.
왜 국민들이 나서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가? 반성문을 쓸 시간에 책임자처벌을 요구해야 하지 않는가?
왜 원인을 따지고 결과를 따지지 않는가?
 
요즘은 이런 생각까지 든다.
이런 황당함은 문제의 근원은 돌아보기 꺼려하면서 마치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듯 이 사태를 보기 때문이라고...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카타르시스를 느끼려 하기 때문이라고...
왜? 어차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유리병에 갇힌 메뚜기처럼 너무 완벽하게 학습되어 버렸으니까.
(유리병에 갇힌 메뚜기는 한동안 뜀박질 하며 병마개에 부딪치길 반복하다 뛰기를 포기해 버린다.
그 후엔 유리병 마개를 열어도 뛰쳐 나가질 않고 가만히 않아서 굶어죽고 만다.)
 
그래도 제발 '범인은 우리 중에 있다'를 외치기 보다 '내 탓이오'를 할 줄 아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싶다.
 
누군가 '범인은 우리 중에 있다'를 외칠 때,
서로를 의심하며 범인으로 지목되길 두려워하기보다, 혹 두려움에 휩싸여 '우리 모두가 범인이다'고 외치며 자폭하기 보다 
범인을 똑바로 쳐다보며 '니가 범인이다'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싶다.
범인의 막강한 힘이 두려워 말은 못하더라도 누가 범인인지 찾아보고 눈총이라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싶다.
마피아 게임처럼... 많아지면 이길 수 있다.
 
감정을 내세우기 전에, 사고의 원인부터 생각했으면 싶다.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국 도로아미타불이다. 똑같은 일은 얼마든지 되풀이 될 것이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마우나리조트...
앞으로도 많은 사건들이 줄줄이 기다라고 있다.
문제의 근원을 고칠 생각이 없다면,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진실을 밝히려 들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참사는 얼마든지 더 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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