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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게시물ID : phil_9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D
추천 : 2
조회수 : 70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6/23 01:33:11
 저는 논리적인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단어와 문장이 아구가 맞고 주장과 문맥이 일관되며 되도록 이해에 어려움이 있을만한 단어나 제 것이 아닌 개념을 차용해 글을 쓸 경우 출저나 적어도 누구의 것임을 명시하는 편입니다. 흔한 레포트, 혹은 논문쓰기의 방식입니다.

 사실 저는 이곳 철게에서 선택적으로 논리적인 글쓰기와 비 논리적인 글쓰기를 혼성합니다. 논리적인 글쓰기를 취하는 듯 보이면서도 원전의 단어 의미를 무시하고 제 문맥에 끼워 맞춰 다른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혹은 문장에 곁다리를 짚거나 작은 문장들 사이에 모순을 만듭니다. 그리곤 읽는 이로 하여금 흐름에 방해와 혼선을 만들어냅니다. 소위 '잔여태'라고 부르는 혼성방식의 글쓰기는 읽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글의 신뢰도, 혹은 권위를 박탈합니다.

 그리고 이 곳 철학게시판에서도 이런 혼성방식의 글쓰기를 많이 보아 왔습니다. 논리적이지 못한 글, 글이 맺음이 없거나 경구, 혹은 그 조합들로만 이뤄진 글들, 시나 소설도 보았습니다. 혼성방식의 글들은 더러 글에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생긴 '미숙한 글'과 같은 경우들도 봐왔습니다. 

 저는 '글쓰기'가 '어떠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떤 '시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기'에 '글쓰기'가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바탕엔 어떤 당면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여기'의 '글쓰기'가 '어떠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장 파편적인 정보의 조각들이 모이는 인터넷 홈페이지라면 더 더욱 그렇습니다. '철학 게시판' 이든 '시사 게시판' 이든 구분하지 않습니다. <'철학'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면 혼성적 글쓰기가, 그리고 그것의 '잔여태'가 이 '닫힌 개념'을 풀어주리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논리적 글쓰기'는 읽는 이를 고려합니다. 읽는 이가 이해하기 좋고, 읽는 이가 논의하기 좋습니다. 하지만 '쓰는 이'는 굉장히 억압됩니다. '읽는 이의 이해'를 위해 내 생각과 상념을 하나의 논리로 모으고 첫 머리와 끝을 계산해야 합니다.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분명하고 또렷하게 드러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벌거 벗고 솔직해져야 합니다. 

 사실 저는 이 '논리적 글쓰기'의 극단성에 매우 중독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가장 '완성'에 가까우며 '이성적'이라고 여겨집니다. 어쩌면 저는 나 자신이 평범하고 좀 나은 인간임을 드러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논리적 글쓰기'를 하는 지도 모릅니다. 여기 인터넷 게시판에선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고정되기 보다 정박해야한다.'
'이해는 폭력이다.'
라는 경구들을 항상 새기며 이곳 글을 읽고있습니다. 뭐 그렇다구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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