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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서설_6부
게시물ID : phil_98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고맨
추천 : 1
조회수 : 54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9/28 19:07:25
6부
나는 이 글을 3년 전에 완결지었다. 하지만 물리학에 대한 갈릴레이의 발표가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발표를 미루게 되었다.
나는 갈릴레이의 학설이 국가나 종교에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갈릴레이를 지지할 생각도 없다.
나는 단지 갈릴레이를 보며 내 학설이 찬반양론의 논쟁에 빠지거나, 혹 명성을 얻어 후학을 가르칠 기회를 잃게 되지 않기를 원했을 뿐이다.
물론 광대한 자연 앞에서 그 법칙을 일일이 실험하며 밝혀내는 것은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실험을 접하고 도움을 받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나의 사후에 책이 출판되기를 원했었다.
 
나의 물리학 이론이나 이에 대한 반론은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르는 학자들이 아리스토텔레스만큼이라도 자연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들이 나보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면, 그들도 내가 발견한 것을 그들 스스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방법서설의) 방법론에 의지해서만 검증했기에 내가 아직도 발견해야 할 것들은
지금까지 내가 발견한 것보다 더 어렵고 비밀스러운 성질을 갖고 있는 것들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내가 출판을 하지 않는다면 지인들이 이를 내 학문적 결핍 때문이라고 오해할까봐 저어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필요로 하는 실험을 나 혼자서 다 할 수가 없었고, 이로 인해 연구가 지지부진해지고 있었기에,
즉 내 연구를 알려 다른 학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해야 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나친 논쟁에 말려들어감 없이, 내가 알리길 원치 않는 원리들은 너무 알릴 필요없이,
내가 학문 속에서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것을 (다른 학자들이) 명석히 알려 줄만한 주제들만 골라서 이렇게 출판한다.
나는 나의 학설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반대의견을 알려주기를 바란다.
 
'굴절광학'이나 '기상학'의 가정들이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면, 그래서 내 글을 다 읽었다면, 매우 만족했으리라 생각된다.
만약에 내가 설명한 이론을 곧 실천할 수 없을지라도 이는 내 이론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재능과 숙련이 부족해서이다.
 
나는 오직 학문에 매진할 계획이며, 이를 방해하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명예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나를 영광스럽게 만드는 사람보다 나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한가롭게 놔두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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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증명한 죄로 파문당한게 1616년이니... 그 소식을 들은 데카르도 엄청 쫄았나 봅니다.
자신의 책에서조차 수사적 표현에 숨어 참 애매한 태도를 취합니다.
'갈릴레이가 틀린 건 아니지만 갈릴레이를 지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거 참... 데카르트를 욕하기 보단 데카르트를 그렇게 많든 당대 교황청이 문제겠지요.
 
암튼 당대의 다른 많은 철학자들이 그렇듯이 데카르트도 자뻑의 달인이었나 봅니다.
곳곳이 자기자랑 투성이입니다. 나 만큼이나 할 수 있으려나? 아리스토텔레스만큼이라도 하지?
내 글을 읽었으니 만족하지? 실현을 못하는 건 니 재능과 숙련도가 부족해서 그런거야... 라니
마지막은 더 가관입니다. 명예에는 관심도 없다. 호젓하게 연구나 할란다 하더니... 결국 스웨덴 여왕이 부르자 곧 바로 달려갔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근대철학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성을 통해, 철학을 통해 이 세계의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여겼던 건 그만이 아니었습니다.
아퀴나스도 있었고, 베이컨도 있었고... 등등 많았습니다.
하지만 철학을 신학을 위한 시녀로 보거나, 기계적 발견이나 발명의 수단 정도로 생각했던 이들과 달리
데카르트는 철학을 통해 이 세계의 진리, 우주적 진리를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자신과 함께 이를 밝혀나가자고 선동합니다.
인간을 기준으로 인간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지배할 수 있다고, 이제 그러자고 주장합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우리의 현재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뭔가 좀 엉성하고 허술하면서, 또는 두려움 반 자뻑 반이 뒤섞인 웃픈 상황 속에서 슬금슬금 시작되었습니다.
우린 그저 편안히 앉아 즐기면서 그들을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하고 그들의 얼굴에 금칠하기 바쁘지만...
원래부터 우리의 세계가 인본주의적이고 이성주의적인 듯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찾아야 할 진실은 그저 자신의 순간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갔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 헤메고, 이를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진창을 헤메던...
진심 반 사심 반, 진리를 열망하던 그들의 헛발질 속에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방법서설을 마쳤네요.
방법서설을 다뤘으니 성찰까지도 마저 다뤄야 옳겠지만... 요건 좀 쉬었다가 다시 해야 할 듯 합니다.
별 것 아닌데도... 짬 내서 하려니 쉽지 않더군요.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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