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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팬픽/연작] 방황하는 틈, 갈라짐 1
게시물ID : pony_155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가필
추천 : 4
조회수 : 36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2/11/25 19:42:25

1.

 캔틀롯은 밤인데도 희었다.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서 보아도 형형색색의 거리와 지붕들은 눈이 소복이 쌓여 제 빛깔을 내지 못했다. 기분이 좋아 가볍게 한 잔 하고 귀가하는 취객이나 연인의 집을 찾는 포니 몇을 제외하면 거리는 조용했다.

 왕성의 하인들도 퇴근하거나 각자의 숙소에서 따뜻한 난로로 언 발굽을 녹일 즈음에, 왕성의 서고에서 새로 들어온 책들을 정리하던 트와일라잇은 담요를 덮어 몸을 데웠다. ‘그러고 보니, 따뜻해지는 마법을 쓰면 되는구나. 그게 뭐더라, 아!’ 그녀의 뿔이 잠시 빛을 내더니 곧 빛을 잃었다. 남이 보기엔 다를 것이 없었지만, 트와일라잇은 몸이 한층 따뜻해진 것을 느꼈다. 그녀는 거추장스러운 담요를 훌렁 벗었다가, 마법으로만 때우기에는 너무 추워 주워서 다시 덮었다.

 “음음, 멋진 밤이야.”

 커피를 가져왔더라면, 트와일라잇은 머릿속에서 새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며 바퀴 달린 아담한 책장을 끌었다. 그녀는 간만에 책들이 추가되어 기분이 좋았다. 아마 그녀의 기억이 옳다면, 그녀가 이곳에서 일한 근 삼 년 만에 세 번째로 있는 일이었다. 더욱이 대마법사 스타 스월과 관련된, 그것도 보라색 표지의 서적이 추가된 것은 첫 번째로 있는 일이다. “세상에, ‘명망 높은 마법사 스타 스월이 총망라한 시간에 관한 마법 백여덟 가지’라니! 이건 정말, 사랑스러워!” 책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그녀는 책을 꼭 껴안았다.

 트와일라잇이 춤을 추며 내는 발소리를 빼면 조용하던 서고에 아주 큰 소리가 울렸다. 어찌나 큰지 책장에 꽂힌 책과 꽂히지 않은 책, 꽂을 책, 꽂던 책 모두 슬쩍 흔들린다.

 “트와일라잇!” 문은 크게 열리며 소리를 내고 벽에 부딪히며 한 번 더 소리를 내었다, 경첩의 못이 스멀스멀 빠져나온다. “어서 오렴, 스위티 벨.” 트와일라잇은 조금 껄끄럽게 친구의 동생을 맞았다. 그것은 그녀의 춤을 봤느냐 하는 따위의 일이 아니었다. 스위티 벨은 그녀가 모르는 새에 이미 암말이 되어 있었다. 긴 다리, 흩날리는 갈기. 당장 거리에 나가기만 한다면 스위티 벨을 보고 집에서 뛰쳐나온 청년들로 겨울밤의 고요가 깨질 판이다. 트와일라잇은 인기 높은 가수를 사랑스럽고 애처로운 눈길로 쓰다듬었다.

 “언니 일은 참 유감이야. 나도……” “트와일라잇, 당신은 언젠가 과거로 갔던 적이 있었죠?” 트와일라잇은 충분히 영리했지만 그녀는 이 암말의 말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 그래. 어, 팔 년 하고, 그러니까 이천칠백칠십이 일 전에 그랬었지. 벨,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니? 난 네가 정말로 반갑구나. 어디 앉아서 대화하지 않을래?” “아뇨, 트와일라잇! 그 마법을 알려주세요?” “그 마법을?”

 명망 높은 젊은 마법사는 발굽으로 이마를 탁 쳤다. “그때로, 돌아가려고?” 눈에서 굳은 의지가 스멀스멀 흐르는 명가수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다면 래리티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벨의 의지가 흔들렸다.

 트와일라잇은 고민했다. 이렇게 죽은 포니를 살리는 것은 옳은 것인가, 자연의 조화를 깨뜨리는 것은 아닐지. 그러나 그녀의 심오한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래리티는 그녀의 좋은 친구였다. 사서는 기억을 되살렸다. 몇 걸음 옮겨 책장을 뒤진다면 시간이동의 마법에 관한 문서를 찾을지도 모르겠지만, 발굽 둘 곳을 몰라 하는 한 포니를 보니 그럴 시간은 없는 것 같다. 늙은 기억이지만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뿔이 다시 빛났다.

 “명심하렴. 돌아가고 싶은 때를 생각하고, 간절히 빌어.” 스위티 벨은 눈을 감아도 안광이 빛났다. 트와일라잇은 눈이 부셨다. “잠시만, 아주 잠시만 있다가 돌아오는 거야. 그걸 명심해.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엉뚱한 일은 하지를 마. 알았지?” 스위티 벨은 아무 말도 행동도 없었다. 대답을 들은 트와일라잇은 정신을 모았다.

 뿔의 빛이 점점 강해진다. 바람도 흘러나온다. 겨울의 밤하늘이 환해지고 애써 정리한 책들이 책장에서 떨어질 제, 모든 것이 빛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곤 다시 나왔다. 들어갈 때는 두 마리였으나 나올 때는 하나였다. 트와일라잇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 잘 될 거야, 틀림없어.” 그녀는 흐느적거리는 몸을 끌고 떨어진 책들을 주웠다. 그것들은 안에 집대성된 지식의 무게만큼 무거웠다. 마법사는 지식을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고작 마법 한 번 썼을 뿐인데 숨을 쉬는 것도 거슬렸다.

 창가에서 쩍, 하고 영 좋지 않은 소리가 들리매 그녀는 누운 채로 고개를 들었다. 겨울의 차고 센 바람 탓인지 아니면 방금 쓴 마법의 여파인지, 보랏빛 포니가 들어 있는 창에는 금이 가 있었다. 보랏빛 포니는 금을 보다가 보랏빛 포니를 보았다. “이런!” 그녀는 작게 비명을 뿜었다. 그녀의 이마에 주름 몇이 잡혀 있었다. 얼빠진 표정을 짓던 그녀는 작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까, 왜 이 마법은 한 번만 쓸 수 있다는 거지? 조금 수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트와일라잇은 시간의 마법들과 그것들의 원리가 수록됐을 서적을 찾았으나 언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보라색은 보라색을 찾아 서고를 빙빙 돌았다.

 

 

 

 

 

 

 

이. 2475字.

 

얼.

어제 밝힌 대로 이전에 쓰던 건 중단합니다. 이이전에 쓰던 게 있었는데 까먹고 써버렸네요. 근성이 없어서 그런가.

 

싼.

연작이라는 게 낯선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이건 중심적인 주제 등을 정해놓고 여러 작품을 따로 쓰는 걸 말합니다. 원미동 사람들이 대표적입니다. 임의로, 원미동에서 김씨 이야기와 최씨 이야기와 박씨 이야기가 있다고 할게요. 세 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이고 겪은 사건도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원미동에서 사는 이웃이며 서로 어울리기도 하고 싸우기도 합니다. 음, 이해가 되시려나.

이건 그것과는 좀 달라요. 서로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단편 여럿이긴 한데, 결국에는 다 묶어서 처리할 거니까요.

 

쓰.

방금 매우아주몹시 화가 나서 그런지, 소설도 감상적 감정적으로 썼네요. 평소랑은 다른데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우.

연작집의 이름이 방황하는 틈이고, 이 단편의 이름이 갈라짐입니다.

 

리우.

오늘 포니 게시판은 조금 그런 감이 있습니다.

 

치.

일요일이 끝나간다.

 

빠.

월요일이 다가온다.

 

지우.

기말고사도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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