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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연작] 방황하는 틈, 갈라짐 5
게시물ID : pony_170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가필
추천 : 4
조회수 : 35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12/02 19:03:44

5.
  들도 나비도 정겨워서 나지는 않았어도 같기는 고향 같아라. 어디에 있어도 눈만 감으면 떠오르던 포니빌에 돌아온 트와일라잇은 들떠 있었다. “정말 간만이에요.” 그녀가 알던 늙은 나무는 더욱 굽었으며 어린 풀은 키가 커졌다. 보던 건물이 사라졌는가 하면 못 보던 건물이 생기기도 했다. 그녀가 마법에 더욱 능숙해지고 스위티 벨이 성장하고 디스코드가 깨어난 것처럼, 늘 그 모습으로 그녀를 반길 것만 같던 포니빌도 변화를 맞이했던 것이다. 다행인 것은, 캔틀롯과 달리 이곳 포니빌은 좋지 않은 변혁이 들이닥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니빌은 언제나처럼 평온했다. 진짜 해의 진짜 햇빛은 진짜로 따스했다.
  그녀가 알던 포니빌과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트와일라잇은 서운하지 않았다. 조금 변하였다 뿐이지 대부분은 전과 같았다. 또한 마을을 구성하는 포니─가령 저기 조그마한 먹구름 위에 누운 더피와 같은 암말 혹은 수말─들 역시 그녀가 아는 포니들이다.
  “이게 누구야, 트와일라잇 아냐?”
  장바구니를 등에 얹은 미뉴엣이 말을 걸었다. 정말 오랜만이야. 두 포니는 같은 말을 꺼내고 신이 나 웃었다.
  언니의 제자를 그윽이 보던 루나가 먼저 발을 옮겼다. 그녀가 출발하자, 푸른 말과 말을 나누던 보랏빛 말이 따라 옮겼다. “과인이, 아니 내가 시장하게 가마. 트와일라잇, 너는 너의 친구들을 만나거라.” 그녀가 트와일라잇의 뒷머리에서 기쁨을 읽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루나는 자리를 피해주었다. 피할 뿐만 아니라, 제법 크기야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한참이나 어린 암말이 그 기쁨을 누리도록 해주었다. “공주님, 감사해요!” 트와일라잇은 방방 뛰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트와일라잇은 스스로의 체통을 어느 정도는 지키는 포니였고, 방방 뛰는 것과 같이 얌전하지 못한 일이 체통을 조금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포니였다. 정중한 포니는 얌전하게 말했다.
  “미뉴엣!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내가 포니빌을 떠난 지도 벌써…….” “어, 간만에 만나자마자 말을 끊어서 미안한데 트와일리, 나는.” 미뉴엣이 말없이 어깨를 으쓱이자 등에 얹은 바구니가 약하게 움직였다. “헤, 장 보러 나왔거든. 오늘은 집에 일이 있어서 상을 좀 거하게 차려야 되는데, 그래서 조금 바빠. 정말 미안해.” 몇 년 만의 해후 치고는 상당히 싱거웠지만 트와일라잇은 실망하지도, 그렇다고 미뉴엣을 힐책하지도 않았다.
  “괜찮아. 중요한 일이람 수 없지. 들어가 봐.” 괜찮다 괜찮다 해도 미뉴엣은 몇 번이나 거듭 사과하며 멀어졌다.
  간만에 환향(還鄕)한 포니는 전혀 불쾌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남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속이 좁지 않으며, 미뉴엣을 제하더라도 쌓인 얘기를 풀 친구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아니 다른 친구가 아무도 없더라도 그녀는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아량 있는 포니니까.
  트와일라잇은 미뉴엣의 장바구니 같은 쓸데없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남의 집 식탁은 그녀가 알 바가 아니며 바구니가 희한하거나 수려해서 잊히지 않는 것도 아니다. 바구니. 바구니는 물건을 담는 것이다. “아, 함!” 트릭시가 흘린 포니 머리만한 함을 그녀가 주웠었는데, 포니빌에 다시 온 것이 너무나 반가워서 그만 잊고 말았다.
  “함, 함. 그게 어디 있지? 내가 어디에 뒀더라?”
  그 안에 뭐가 있을지는 오직 위대하고 강력한 트릭시만이 안다. 원래대로라면 예의 바른 스파클 양은 함을 원주인에게 돌려줬었겠지만, 트릭시가 그럴 틈도 없이 훌쩍 가기도 했고 무엇보다 거만한 그 포니가 껄끄러워 돌려주지 못했다. 가지고 있는 것조차 실례이며 열어보는 것은 더한 실례이겠지만, 트와일라잇은 호기심을 누르지 못했다. 그것보다 더 본능적인 직감이 그녀에겐 있었다. 이 함은 무척이나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함을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렸다.
  “물건을 찾는 마법이……. 금속을 찾는 마법? 아니, 그건 나무였어. 보석을 찾는 마법? 그 안에 보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으, 제발, 트와일라잇!” 트와일라잇은 함이 어디에 있을지를 추리하느라 진이 빠졌다. 너무 긴장했다가 순식간에 풀렸다가 다시 긴장하니 몸에 힘이 없었다. 그래도 포니빌의 볕은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조금 앉아서 쉴 요량으로 그녀는 제법 큰 나무의 주변에 풀이 무성한 뿌리 부분에 쓰러지듯 앉았다. “아야!” 엉덩이가 매우 아팠다. 돌을 깔고 앉았나, 그것은 돌이 아니었다. 함이었다.
  트와일라잇은 엉덩이를 문질렀다.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아, 방금 전에.” 루나 공주가 그녀에게 여유를 주었을 때, 그것이 기뻐 뛰어올랐을 때. 그때 장바구니마냥 얹고 있던 함이 어디로 튀었음이 틀림없었다. 함은 단순했다. 수수하고 흔한 사각형의 나무로 된 함이었다. 트와일라잇은 실례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뚜껑을 잡았다. “미안해, 트릭시.” 진심이라곤 찾을 수 없는 사과에 삐친 것인지 함은 열리지 않았다.
  “흠.” 눈을 가늘게 뜬 트와일라잇은 기분이 묘했다. 포니빌에 왔을 때부터 사실 조금 묘하긴 했지만 함을 앞에 두니 더욱 묘해졌다. 무언가가 있다. 그저 열리지 않는 함은 아니다. 그 어떤 방법을 써도 함은 열리지 않았다. “혹시.” 이 함이 소중하다면, 그리고 자신이 마법을 쓸 수 있다면 함에 마법을 걸었을 것이다. 함이 트릭시에게 무슨 의미를 지녔을지는 짐작도 되지 않았으나 아무데나 흘리고 다녀도 되는 값은 아닐 것이다.
  뿔이 미미하게 빛난다. 햇빛이 밝으니 테도 안 난다. “역시나.” 트와일라잇의 입가가 조금 죽 길어졌다. 함에는 마법이 걸려 있었다. 함의 낡은 정도를 볼 때 마법을 건 지는 꽤 오래되어─트릭시에게 골동품을 사랑하는 취미가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보였으나 마법 자체를 두고 볼 때 최근까지도 함을 여닫은 것 같다.
  마법이 걸렸다는 것은 알아냈지만 그뿐이다. 무슨 마법인지를 모른다. 단순하게 뚜껑을 단단히 닫는 마법일 수도 있지만, 암호처럼 특수한 방식으로 열 수 있는 마법이 걸린 것일 수도 있다. 또 강제로 열려고 할 시에 폭발한다거나 그 포니를 불태운다거나 하는 무시무시한 마법이 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트와일라잇은 가볍게 웃었다. “에이, 설마.” 그녀가 아는 트릭시의 마법은 교묘하지만 조잡하다. 그렇게 높은 수준의, 또 위험한 마법들을 알고 있을 리도 없으며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걸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함에 뿔을 들이댄 트와일라잇은 문득 불안해졌다. 혹시, 정말로 혹시 트릭시의 마법이 강력해졌다면? 스스로 말하기엔, 물론 과장이 섞였겠지만, 전국 곳곳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자신했다. 그랬다면 이 마법 저 마법 듣고 본 것이 많을 것이며, 어쩌면 그것들을 익혔거나 아니면 다른 대단한 마법사에게 부탁해서 함에 걸었을 수도 있다. 트와일라잇은 애써 불유쾌한 것들을 치워버리며 뿔에 힘을 주었다. 힘을 주면 줄수록 뿔의 끝에서 흐르는 빛이 늘어만 갔다. 마법해제 마법, 그녀가 최근에 배운 마법들 중에서 복잡한 마법이고 상대하는 마법과 수준이 어느 정도 나지 않으면 사용할 엄두도 낼 수 없는 마법이다. 그녀는 트릭시의 힘을 예측하지 못했고 마법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알지 못했다.
  뿔에 모인 빛이 흩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땅으로 꺼지고 하늘로 솟았다. 마법이 실패한 것이다, 트와일라잇은 허무했다. 떠돌이 포니의 마력이 생각보다 고매했다. “아, 그래. 이까짓 함이 어찌 되건.” 그녀는 있는 힘껏 함을 걷어찼다. 함은 맥없이 날아가 나무에 부딪히고 땅으로 떨어졌다.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어라?” 좋았던 기분이 모두 날아간 채로 씩씩대던 트와일라잇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함의 아랫부분이 위쪽과 달랐다. 그녀는 함을 들어 자세히 살폈다. 그것은 전체적으로는 갈색을 띄었으나, 밑바닥만은 새까맸다. 단순히 더러운 것이라 생각하기엔 너무 묘하다. 트와일라잇은 눈을 더더욱 가늘게 떠 실처럼 만들었다.
  그녀는 간파했다. “아하!” 색이 다른 것은 마법으로 인한 것이다. 색을 바꾸는 마법은 아니다. 그러려면 칠한 다음 마법으로 칠을 유착시키거나 했을 것이다. 이 함은 보이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짜잔.”
  트릭시가 함에 건 마법은 기초적인 눈속임 마법이었다. 트와일라잇은 트릭시의 마력이 성장한 것에 경의를 표하며 함을 들었다. 그것은 서랍에 가까웠다. 수납할 수 있는 칸이 위로 둘, 아래로 하나 달려 있었으며 뚜껑은 없었다. 애초에 뚜껑이 없었으므로 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아주 엄청난 게 안에 있겠지?” 칸을 여니 편지봉투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트와일라잇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트릭시가 뭘 쓰고 받았을지 정말로 궁금한데? 사귀는 포니라도 있나?” 떠도는 생활을 계속했다면 편지를 받는 것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다. 보낸 편지라면 여기에 없어야 했다. 그녀는 편지들의 정체가 가면 갈수록 수상해졌다.
  추운 바람이 불었다. 뒤를 돌아보니 해가 멀쩡한데 달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시덕거릴 때가 아니었다. 뒤에서는 이퀘스트리아의 재앙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편지함을 눈에 보이도록 바로 앞에 마법으로 띄워두고 달렸다. 흩어졌던 조화를 다시 모으러 갈 시간이다.

 

 

 

 

 

 

 

 

p. s.

별 내용 없습니다. 함 여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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