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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연작] 방황하는 틈, 돌과 모래 3
게시물ID : pony_238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가필
추천 : 2
조회수 : 53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1/04 22:37:49

1. http://todayhumor.com/?pony_23283

2. http://todayhumor.com/?pony_23732

 

 

 

 

 

3.
  아래로는 설산이 깔리고 위로는 구름을 얹어 들어올린다. 비구름을 뚫은 혹한이 울부짖는 소리가 천공을 얼렸다. 위대한 겨울의 정령이 입을 크게 벌리고 달려드는 모습은 자체로 공포였으나 셀레스티아는 그저 위로 훌쩍 날아 피했다.
  쉬거라. 윈디고는 말하고 싶었으나 말하지 않았다. 대신 입을 크게 벌린다. 그의 입가로 추위가 몰린다. 수십의 세기 동안 대륙의 북부에서 잠들어 있던 한파가 주인의 부름에 응하여 깨어난다. 윈디고는 입을 다물었다. 온몸이 아려 고통스럽다. 흐릿하고 거대한 몸뚱이를 빽빽이 채운 천 개의 은화살들이 어떤 얼음보다도 차가운 그의 이성을 자극한다. 그는 노여움과 아픔을 입에 물었다. 뿔과 날개를 모두 가진 포니에게 영원한 겨울을 주려던 그의 눈이 빛을 내며 커진다.
  높게 날아오른 셀레스티아가 태양을 등질 때에 윈디고는 그의 역사가 완료되었음을 직감했다.
  뒤에서 들어오는 일광을 뿔로 받아 축적한다. 그녀는 스스로의 몸을 밝게 비추더니 마치 태양처럼 온 세상을 밝히었다. 수정의 산맥과 윈디고의 왕국을 넘어서 그 모든 낡고 처량한 도시와, 가장 비천한 포니들을 밝게 비추었다.
  당당하게 떠오르는 여명이 빙하를 녹일 때에 윈디고는 그가 추락함을 알았다.
  거대하고 위대한 태고의 정령이 떨어진다. 골육(骨肉)에 얽매이지 않는 영(靈)이 그의 형체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고 그의 존재조차 녹아 지상으로 추방되었다. 북부에서 가장 존귀한 자는 이제 만신창이가 되어 멸망만이 남아 있다.
  그는 육신이 없었지만 그 대신에 강인한 정신의 결집체가 쓰러지며 나무들을 박살내었다. 투명한 몸에 꽂힌 화살들은 영롱한 빛을 내다가 햇빛에 녹아 땅에 스몄다. “겨울의 종말을 고한다.” 대정령을 쓰러뜨린 셀레스티아가 날개를 접어 내려와 땅에 선다. 그녀의 위로 뜬 태양은 어느 때보다도 더욱 밝고 힘차게 타고 있었다. 하늘의 중심에 뜬 햇빛을 보면서, 윈디고는 고통이 점차로 희미해짐을 느꼈다. 입을 간신히 열자 냉기가 땅에 쏟아져 서리로 땅거죽을 덮는다. 일광이 땅에 쌓인 눈을 모두 녹여버렸다. 윈디고의 근처만이 눈이 녹질 않아 하얗다. ‘미친.’ 암말이 등진 나무의 뒤에 숨은 파이어는 떨어진 머리를 주워 목에 붙였다. 셀레스티아는 정말로 강력했고 윈디고를 물리쳤다. 그는 그가 보고 있는 것을 의심했다. 영겁조차 얼려버린 정령을 이길 줄은 몰랐지. 불꽃이 붙은 돌멩이가 그의 목구멍에서 튀어나와 바닥을 구른다.
  그녀 역시 멀쩡하지는 못했다. 발이 땅에 닿자 쓰러지듯 앉는다. 깃털과 갈기 사이로 낀 서리와 발굽을 붙잡는 얼음은 모두 녹여 없앴지만 그녀의 속은 아직도 단단하게 얼어 있었다. 정신을 좀먹는 추위가 좀처럼 물러나지 않아서 그녀는 윈디고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끄트머리부터 천천히 붕괴해가는 정령은 그녀를 기다려주었다.
  날개를 접은 셀레스티아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윈디고가 입을 열면 나무가 얼어붙는다. 겨울이 길게 포효한다. 마지막을 알리는 그 울음은 처량하여 끔찍하다.
  “너는 강하구나, 조화의 아이야.”
  짧은 말이 결코 길다. 세월이 함축된 말은 울림이 깊고 두려웠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는 두려워 엉엉 울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저를 아시나요, 정령이여?” 정령은 울먹였다. 끝없이 슬퍼서 누운 한기를 더듬는다. 그는 말을 겨우 하였다. “너는 트와일라잇을 누르겠구나.” 말이 이해되지 않아 의아하다. 어떠한 근거를 기반으로 한 지혜로운 판단이 그녀에겐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멀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캔틀롯에서 무언가를 보셨군요. 아니, 당신은 죽 여기 있었을 텐데.” 머릿속에서 관념이 마구 뒤엉켜 그녀는 머리가 아팠다. 두통이 들끓는 머리를 윈디고가 눈길로 쓰다듬어주었다. “나의 형제들의 기억은 나의 것과 같다. 아, 트와일라잇은 신이 되지 못했단다.” 그녀는 넢겨짚었다. “초마법체(超魔法體) 말씀이신가요?” 말해놓고도 셀레스티아는 말의 무게에 흠칫 놀라 몸을 가볍게 떨었다. 초마법체, 가장 두려운 것. 그녀의 눈앞에 있는 이와 같은 늙은 정령의 유산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현명한 것. 생각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찔하다. “무언가 결함이 있나보군요. 트와일라잇의 약점인가요?” 그녀를 쳐다보는 윈디고의 큰 눈이 다만 한없이 우울하다.
  “트와일라잇은 초마법체로 괴물을 만드는 데에서 그쳤지만, 지식의 포니들은 결국 조화의 마법으로 신상(神像)을 만들었구나.” “제가 신이란 말씀이신가요?” 질문만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마법결사 ‘지식’이 출범한 이래 수집한 모든 지식을 이어받은 그녀였지만 대정령의 앞에선 갓난아이와 다르지 않다. 아이가 귀여운지, 윈디고는 죽어가면서도 껄껄 웃었다. 냉기가 웃음을 타고 주위로 번져 작고 심술궂은 정령이 숨은 곳까지 퍼져 파이어는 놀라 폴짝 뛰었다.
  웃음이 그친다. “네가 신이냐고?” 지극히 우습다. 말을 하고 난 셀레스티아는 스스로의 말을 부끄럽게 여겼다. “만물이 곧 우주이다. 우주는 조화이고 조화의 마법은 신의 힘이다.” 그녀는 윈디고가 흐느낀다고 생각했다. “그 유니콘들이 결국 신을 모셔왔구나.” 나무들 사이사이로 한탄이 지나 눈이 떨어진다. 그것이 꾸준하게 계속되어 설산은 눈을 벗었다.
  셀레스티아의 머릿속이 유쾌하지 못하다. 신이 무엇인가. 누구도 신을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알아낸 포니가 없으니 그녀도 모른다. 셀레스티아 역시 신을 몰랐지만 그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주 오래 살아 현명한 정령이 어쩌면 신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전 신이 아니에요. 제가 정말로 신이라면, 왜 당신을 날갯짓 한 번으로 없애지 못했죠? 죽은 포니를 살릴 수도 없고 우주를 움직이지도 못해요. 전능하지 않아요.” 윈디고는 말이 없다. 한 포니의 정신을 헤집어놓은 정령은 유유히 입을 다물어 멀어졌다.
  “전지하지도 않아요. 모르는 것투성이죠. 포니들보다야 많이 알겠지만 당신의 지식에 비하면 정말로 티끌만해요. 이런 제가 신인가요? 전 그저 마법으로 만든 육신을 가진 포니에 불과해요.” 그는 빙긋 웃었다. 시원해 보기 좋다.
  말을 꺼내려다 윈디고는 기침을 했다. 육신이 없는데 왜 기침이 나오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몰라서 말을 할 때까지 그저 기다렸다. 짧은 기다림의 보상은 웃음이었다.
  사멸해가는 혹한의 눈이 편안하다. “너는 신이 아니란다. 너조차도 신을 담는 그릇일 뿐이야.” 너무 심오하며 불가사의하다. 그녀는 그녀의 앎에 대한 자부심이 난도질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 죽어가는 이조차 그녀보다 현명하다.
  현자(賢者)에게 우자(愚者)가 물었다. “신(神)이 대체 무엇이죠?” 조촐한 질문이다. “너는 단단한 바위를 깨 모래로 만들고 그 모래마저 부숴버릴 수 있다.” 돌아오는 대답 역시 간소하다.
  윈디고의 답에 셀레스티아는 침묵으로 동의하면서도 의문을 표했다. 그 정도만 할 수 있으면 신이 되나. 개와 소도 신이 될 수 있나.
  대답이 끝난 것이 아니고 뒷말이 남아 있어서 그녀는 생각을 접고 경청하였다. “하지만 모래를 없앨 수는 없다.” 말에 그녀는 주위를 살피다 적당한 돌을 끌어왔다. 흠이 많던 돌이 쉽게 부서진다. 잘고 작게 깨어져 모래가 되고 모래를 으깨 흙이 된다. 흙이 대지와 융화되어 그녀가 어찌할 수 없다. 대지를 갈라버리면 신이 될 수 있나. 어찌되었든 그녀는 모래를 없애지 못했다.
  전능한 포니라면 모래를 없애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신은 없앨 수 있나요?” “없앨 수 없다는 것이 신과 같다.” 없애는 ‘수’가 신과 같다는 것인지 어쩐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어려워 그녀는 고개를 빠르게 털었지만 그래도 혼란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니까, 신이란 이 우주에 적용되는 법칙인가요?” “우주가 신이다.”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인지 암말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진리의 가장자리도 까마득하여 닿지 못한다. 셀레스티아는 한없이 초라해졌다.
  “그게 운명이란다. 운명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녀는 충분히 알지 못했으나 더 묻지 못했다. 나무 뒤에서 숨어 있던 돌과 모래로 된 정령이 튀어나온 탓이다. 파이어가 재빠르게 그녀의 뒤로 다가와 말총에 불을 붙였다. “무슨!” 장난도 장난 나름인데 이 성가신 정령은 그렇게 당하고도 느낀 바가 없나. 한마디 하려던 셀레스티아는 치솟는 살의(殺意)에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크기가 줄어든 윈디고가 다시 일어나 그녀에게 달려든다. 하늘에 올라 내리꽂듯 떨어지는 그에게 셀레스티아가 광선을 모아 쏘았으나 광선은 대정령의 반신(半身)만을 날렸을 뿐 막지는 못했다. 간신히 틀어 가까스로 엄습하는 냉풍을 피하였으나 스쳐 한쪽 날개가 얼어붙는다. 몸을 던진 그녀는 땅으로 쓰러졌고 윈디고의 상반신은 하늘로 가볍게 올랐다.
  윈디고는 입을 크게 벌렸다. 여태껏 벌려본 것 중에서 가장 크다. 이빨 사이사이에 얼음이 언다.
  냉기가 모이기도 전에 광선이 하늘로 솟았다. 뜨거운 빛이 윈디고의 아래턱을 날려버려, 그는 냉혹한 숨결을 미처 뱉지 못하였다.
  빛줄기는 환해지고 커진다.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햇빛이 점차로 강렬해지매 나무에 기대 겨우 앉아 있던 파이어는 눈을 감았다. 광원(光源)마저 눈부심이 심해 눈이 따가웠으나 윈디고는 눈을 감지 않았다. 대정령은 눈을 부릅뜨고 운명을 노려보았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 눈은 아니다, 그것을 물리치고 모든 빛이 모여 흰 태양이 두둥실 떠 있다.

 

 

 

 

 

 

 

 

 

 

 

 

 

 

 

트롤 파개한다 트럴. 4568자. 왜 7이 아니죠.

설산문답은 다음에 언젠가 가볍게 지나가는 식으로 나올 겁니다. 초마법체는 자주 나올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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