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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연작] 방황하는 틈, 돌과 모래 4
게시물ID : pony_239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가필
추천 : 3
조회수 : 29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1/05 12:25:23

1. http://todayhumor.com/?pony_23283

2. http://todayhumor.com/?pony_23732

3. http://todayhumor.com/?pony_23894

 

 

 

4.
  셀레스티아는 윈디고의 최후를 보지 못했다. 첫째는 눈이 부셔서 하늘을 보지 못해서이고 둘째로는 목이 아파 하늘을 보지 못해서이다.
  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언 날개가 감각 없다. 힘을 주어 펄럭거려도 말을 듣지 않는다.
  마법의 빛은 정령을 괴롭혔다. 비단 윈디고뿐만이 아니다. “파이어라고 했나요.” 돌로 된 몸에 모래가 흐르는 정령의 상태가 양호하지 않다. 몸뚱이는 반으로 갈라지고 토막이 나 앞다리가 겨우 달려 있는 형국이다. 눈밭을 구르던 그는 이제 녹아 없어 흙 위를 굴렀다. 작고 초라한 정령에겐 눈이나 흙이나 기는 것은 마찬가지라 다르지 않다.
  파이어는 실실 웃었다. “그, 그래. 왜 그래? 장난이라구.” 셀레스티아가 한 걸음을 앞으로 가면 그가 두 앞다리로만 기고 기어서 한 걸음을 무른다. 안된 꼴이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보지 않았다. 하마터면 죽을 뻔한 것을 생각하면 이가 저절로 갈린다. 단순히 조금 혼내놓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마 위가 빛으로 가려진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안 정령이 다급하게 도망가려 했으나 그의 몸 역시 말을 듣지 않아 가지 못했다. “나도, 못 참겠군요.” 목소리에 한기가 서려 윈디고가 물러갔음에도 겨울이 끝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겨울은 지나갔고 이젠 봄이 오리라. 윈디고는 이제 없고 목적은 달성되었다. 꽃을 꺾지 않도록 조금 주의만 주어도 될 듯해 그녀는 빛을 거두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만 모으기만 했는데도 머리가 띵하니 아프다. 급작스런 두통에 그녀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기회로 비춰졌다. “허! 만신창이 주제에.” 겁 없는 만신창이는 만신창이에게 기어가 그녀의 발굽을 건드렸다. 툭 치니 성가시나 몸을 추스르기도 벅차 제지하기 귀찮아 그녀는 그가 그러도록 두었다.
  괘씸한 놈. 뭐라고 못 참네 용서하네야. 약하게 떨리는 발굽이 다리를 때린다. 힘이 없어 아프지 않았으나 셀레스티아 역시도 힘이 없어 미약한 발길질에도 몸을 휘청거렸다. 물이 떨어져 정령은 인상을 찡그렸다. “비?” 윈디고가 죽으니 이젠 비가 오나. 그것은 눈보다 달갑잖은 일이다. 비가 오면 불길이 꺼지고 모래가 흘러내릴 것이다. 그럼 죽겠네. 벌써 죽는 시늉을 내며 먹구름이나 볼 요량으로 위를 본 파이어는 기겁했다. “미친.”
  셀레스티아가 그제야 위를 본다. 그녀는 더 일찍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다. 윈디고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시신만 거대하게 남아 하늘을 덮고 있었다. 구름 사이에 걸쳐 서서히 녹으며 물방울을 떨어뜨리던 것이 구름을 찢으며 떨어진다.
  날개가 펼쳐지며 푸드덕거리는 소리로 달라붙은 얼음을 깨뜨린다. 셀레스티아는 파이어의 목덜미를 물고 달렸다. 등에 태울 여유도 없어 문 채로 날개를 저으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재촉하며 뛰었다. 절뚝거리고 비틀거리는 것이 입김을 통해 파이어에게로 전해진다. “나도 살려주게?” 입을 이미 쓰고 있어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쩌면 눈 같은 것으로 대신 응답했을지도 모르지만 흔들리는 흙바닥만 보이는 파이어에게 닿지는 않았다.
  네 발굽이 다급하게 다그닥거리는 소리가 나무 사이를 휘저어 산을 내려간다.
  그는 고마워하거나 당황하기 전에 화를 내었다. “널 죽일 거야, 어! 듣기나 해?” 셀레스티아는 답답해 짜증이 났으나 물고 있는 것을 놓지는 않았다.
  정령이 왜 이렇게 마음 씀씀이가 고약한지 도저히 모르겠다. 알 필요도 없다. “다 니 탓이야. 난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노예가 아니라고.” 반발심이고 뭐고 다 귀찮아 대답하지 않았다.
  돌가루를 공기 중에 날려 암말의 목덜미를 간질이는 정령은 목덜미를 물린 채로 허공에 떠 있었다. 땅에 발을 딛지 않은 정령은 삶의 중함을 몰랐다. “널 죽일 거야, 셀레스티아.” 좀 닥쳐요. 거친 말은 전해지지 않았다. 말할 수 없고 마법으로 전할 수도 없다. 아무래도 괜찮다. 흘깃 위를 훔쳐본 그녀는 그저 달렸다.
  얼음보다 빨리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등을 때리면 그녀의 달음이 조금 빨라졌지만 크게 멀리 가지는 못했다. 얼음덩이는 바로 위에 있다. 조금만 더 가면 벗어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달리던 포니의 뿔이 빛난다. 쥐어짜 조금씩 모이던 마법이 뿔 끝에 어리더니 불똥이나 조금 뿌리고 사라졌다. 셀레스티아는 난감했다. 마법은 쓸 수 없고, 얼음덩어리는 바로 위에 있고, 조금만 더 뛰면 안전하다. 고작 수십 걸음만이 남았는데 목덜미가 서늘하다. 어쩌나. “너도 참. 어이없네.”
  희고 긴 고개가 젖혀지더니 곧 치솟는다. 셀레스티아가 입을 열어 문 것을 힘껏 던지자 정령이 멀리로 날아가 땅에 처박힌다. 멀리 던져진 정령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다 운명이라나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머리 바로 위에서 윙윙거린다. 귓속까지 들어 머리가 울리고 모래를 타고 퍼져 온몸이 떨린다.
  육중하고 거대한 것이 지면을 세게 때리자 몸이 다시 한 번 떨린다. 윈디고와 닮은 얼음이 나무들을 깨부수는 소리에 산새들이 놀라 푸드덕거렸다.
  지 탓이지 뭐. 산에서 빙산이 새로 솟아나 주변에만 있어도 흙이 차다. 자잘한 돌멩이를 끌어다 날아간 하반신을 만들어 붙인 파이어가 벌떡 일어났다. 몇 번 뛰어보기도 하고 몸을 비틀어보기도 하던 그는 얼음 앞으로 다가갔다. 불투명한 사이로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 파이어는 발굽을 대었다가 생각보다도 차가워 바로 거뒀다. 얼음이 정말로 차갑다.
  셀레스티아는 저쪽에나 있다. 아래쪽으로 보이는 허연 것이 그녀인가 싶다. 그녀는 그를 던지고 지독하게 시린 것에 깔려 있었다. 보일 리가 없는 표정이 보이는 듯해 파이어는 고개를 돌렸다. 셀레스티아는 웃고 있었다. 헛것이 보이나, 고개를 홰 저어 상념을 몰아내려 했으나 그래도 좀처럼 얼음은 녹지 않았다.
  그는 뒤돌아 산을 내려가다가 다시 뒤돌았다. “알아서 나올 거지?” 알아서 나오겠지. 윈디고도 잡았는데 그걸 못하려고. 얼음덩이에 깔렸어도 그는 셀레스티아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엿들은 대로 그 잘난 신인가 뭔가라면 멀쩡하지 않겠는가.
  운명이라나요. 포근한 음성이 떠나지 빙빙 돌아 떠나려는 파이어의 발을 붙잡았다. 운명이라나요. 무엇이 운명인지 알 수 없다. 내가 살고 자기 죽는 게 운명인가. 운명 운명 노래를 부르는 것이 거슬려 그는 낮게 날아 도망갔다.
  위대한 존재의 죽음을 추모하려 구름 없이 맑던 하늘에 모인 먹구름들이 해를 가렸다. 구름들은 햇빛까지 가려 얼음은 아주 천천히 녹아들었다.

 


  노스테이크는 따뜻했다. 지붕에 쌓인 눈은 녹고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도 떨어졌다. 다른 윈디고 둘이 돌아오기 전까지 당분간은 이런 봄이 계속되리라.
  나뭇조각을 입에 물어 태우고 있는 파이어 역시 겨울이 싫었다. 그의 몸속에 습기가 스미어 얼어 터지면 몸뚱이가 갈라졌고 눈보라라도 몰아치면 불꽃이 사그라져 꺼질까 두려웠다. 그러지 않는 오늘은 살기 괜찮은 날이다.
  발걸음들이 다가온다. 따분하게 놀던 그에게 어스 포니 몇이 다가와 둘러싼다. 불길한 예감에 그는 일어나 날았다. 허공에 붕 떠서 도망가려던 그를 포니들이 돌이나 판자 따위를 던져 떨어뜨렸다. “이봐 너. 악마가 윈디고 님을 어떻게 했는지 알고 있나?” 얻어맞고 추락했으나 그는 아프지 않았다. 정령의 육신은 고통을 몰랐다. “악마?” 상식적인 말이지만 낯설어 뜬금없다. 악마라는 게 있긴 하던가. “웬 악마?” 짐작되는 바가 없지는 않다.
  낡아 퀴퀴한 음성이 그의 목에 둘러진다. “자네가 지목했던 뿔과 날개를 가진 악마 말일세.” 일전에 그를 쫓아냈던 촌장이다. 늙고 지혜로운 포니는 숨쉬기가 불편한지 기침을 크게 했다.
  악마, 악마. 그는 그 말이 유쾌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엊그제에 윈디고 님이 크게 노하시더니 이후로 찾아뵐 수 없다.” 파이어는 젊은 포니의 눈에서 여러 가지를 보았는데, 그 속에 있는 증오나 분노 따위가 그를 두렵게 만들었다.
  “윈디고 님을 찾아 헤매던 젊은이들이 어마어마한 마법의 흔적이 남은 곳에서 악마를 데려왔어. 자네가 했던 말이 사실이야. 저 비겁한 악마가 윈디고 님을 소멸시켰어!”
  그는 말하지 않았다. 그 커다란 얼음덩이가 녹았는지 아니면 녹였는지 깨부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없애고 셀레스티아를 찾은 듯하다. 그래서 이 포니들은 진짜 윈디고를 죽였다고 생각하나. 그가 일전에 주장한 바이고 실제로도 그렇긴 하지만 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촌장이 지팡이로 땅을 가볍게 친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남은 윈디고 님들께 알려야 하지만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는 두 분의 판결에 맡길 수는 없어. 또 악마의 힘이 사뭇 강력하니, 몸이 성치 않을 때 태워 죽여야 한다네.” 성치 않은 까닭이 그에게 있어 마음이 지극히 불편하다. 그나저나, 그는 무언가를 잘못 들은 것 같아 귀를 의심했다. “태워?” 불, 불. 불로. 뜨거운 불로.
  가래 끓는 소리를 살라먹고 불길이 살아난다. “벌써 단을 쌓고 화형대에 매달아놨지. 가장 차가운 불꽃이 악마를 불태워 정화하여 윈디고 님의 한을 풀어드릴 것이다.” 긴 말이 혼란스러워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4374字.

전화보다 재미없네. 오늘 내로 마무리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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