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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푸른 무지개#1
게시물ID : pony_836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t_Three
추천 : 1
조회수 : 2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31 20: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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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처음 보는 누군가가 당신을 찾아와서 당신의 친구, 또는 혈연이 비명횡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신은 어떨 것 같나요? 아마도 짓궂은 농담 쯤으로 들리겠지요. 처음엔 화를 낼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화를 내고 그만두라고 해도 전령의 침울한 표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를 따라가자 정말로 누군가의 시신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 다음에는요?

  스쿠틀루는 발밑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관 속에 누워있는 레인보우 대쉬 조차도 짓궂은 농담, 혹은 장난처럼 보였지요.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깜짝 놀랐느냐며 장난을 걸어올 것 같은 그녀가 핏기 없는 얼굴로 미동도 않은 채 누워만 있자, 다음에는 언젠가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들려준, 자신에게 가장 두려운 시간을 보여주는 문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래, 어디부터 이야기 할까…. 크리스탈 궁전의 이야기? 좋아. 어, 우선 그곳은 매우 크고, 아름답고… 글쎄, 무어라고 설명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곳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거든.」
  「아 참, 그 문! 어떻게 그 문을 잊을 수 있지? 한 때 크리스탈 포니들을 지배했던 솜브라 왕이 만든비밀 공간에는 무시무시한 문이 있어.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을 비추는 문이지. 그 문이 보여준 환상 속에서 나는 공주님께 버림받았고, 만약 내 곁에 스파이크가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그 아름다운, 크리스탈 궁전과 포니들을 지킬 수 없었겠지.」
  스쿠틀루는 황급히 그녀를 찾았습니다. 그녀라면 이 모든 것이 나쁜 환각이라고 말해주고, 자신을 보듬어 줄 것만 같았거든요. 하지만 트와일라잇 스파클 마저도 울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는 그녀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죠.

  편자를 찾아 헤매는 늙은 포니의 괴담이나, 끝없이 질주하는 목 없는 포니의 괴담 정도는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포니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포니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을 이야기죠. 스쿠틀루는 그 괴담 때문에 언젠가 두려움에 벌벌 떠는 밤을 보내야 했었지요. 깊은 어둠 속에서 목 없는 포니가 몰고 온 공포와 절망이 다시 살아나는 듯 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그 발굽소리가, 대답하듯 뛰는 심장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기 시작했지요. 두근 두근, 다그닥 다그닥, 절망이 파도치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레인보우 대쉬는 죽었어!' 라고요.



  뭇 철학자들, 혹은 호기로운 모험가들은 죽음에 관해서 새로운 시각을 내놓곤 합니다. 죽음으로써 비로소 영원성을 얻는다거나, 그를 기억한다면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라거나, 어차피 살아있다면 누구든 언젠가는 죽는다는 이야기들 말이죠.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법 그럴 듯한 말이지요. 하지만 죽음을 목전에 둔 포니나 소중한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한 포니에게 그런 말을 위로랍시고 함부로 건넸다가는 작신 두들겨 맞고 세 대쯤 더 맞을지도 모르죠. 때문에 포니빌에 방문한, 혹은 살고 있는 철학자들과 모험가들은 쥐죽은 듯 입을 닫아야 했습니다.

  레인보우 대쉬, 그 영웅적인 포니의 죽음에 포니빌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무언가에 빗대어 표현하기 좋아하는 시인이라면 포니빌을 두고 슬픔이 형태를 가진 모습이라고 평가했을 겁니다. 그녀의 관 뚜껑에 헌화를 하고픈 포니들이 줄을 섰지요. 가장 먼저 헌화를 하는 영광을 차지한 것은 레인보우 대쉬가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지켜낸 어린 망아지였습니다.

  그 슬픔은 이퀘스트리아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다행히도 전국의 철학자들이나 모험가들이 흠씬 두들겨 맞았다는 소식은 없었지요.) 전국 곳곳에서 유명한 인사들이 모여들었죠. 스핏파이어, 소어린 같은 슈퍼스타부터 시작해서, 그녀의 관에 대고 바보 같은 녀석이라며 관짝을 부술 기세로 두드려댔던리핀이나, 정체불명의 향을 피워 거리를 공포에 빠트릴 뻔 한 얼룩말까지 온데다, 종래에는 셀레스티아 공주님마저 그녀의 관 앞에 자리를 잡고서 헌화와 훈화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레인보우 대쉬, 그녀는 마침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습니다. 이는 축복할 일입니다. 허나 그녀는 클라우즈 데일의 하늘을 누비는 지혜로운 기상대였고, 이퀘스트리아 게임즈에 출전해 메달을 거머쥔 힘찬 경주마였고, 이퀘스트리아의 숱한 위기와 맞서 싸운 용맹한 군마였습니다. 우리는 비단 한 필의 포니를 잃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보다 앞서 달려 나가 길을 비추어 줄 별 하나가 떨어진 것입니다. 친애하는 천마天馬, 레인보우 대쉬. 우리는 우정을 빌미로 그대에게 닥친 죽음을 축복하지 않겠습니다. 그대의 죽음을 원망합니다. 그리고 그대를 추억할것입니다."



  여러분은 산다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많이 해보셨을 것이고, 또 종종 결론을 내리신 분도 있을 겁니다. 다양한 대답이 들려올 것 같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넘어가도록 하지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죽는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예, 이것도 꽤나 다양한 대답이 들려올 것 같지만, 여러분, 그건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겁니다. 뭘 믿고 이렇게 얘기하느냐구요? 글쎄요, 여러분은 삶이면 모를까, 죽음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잖아요. 적어도 한 번이라도 죽음을 겪어본 사람이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그 말에 밀알만큼이라도 신뢰성이 얹힐테지요.

  셀레스티아 공주가 많은 포니들을 뙤약볕에 세워두고서 제문을 읊조리고 있을 무렵, 스쿠틀루는 나이에 비해서 꽤나 조숙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죽음에 관한 그녀의 많은 의견도 결국엔 뜬구름 잡는 이야기겠지만, 그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 기특히 여겨줍시다.

  그녀가 이 모든 의문이 결국 한 번이라도 죽어보기 전엔 답을 알 수 없는 것임을 깨닫고 한 번쯤 죽어볼까, 하는 괴상망측한 결론에 달했을 때, 누군가 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녀의 둘도 없는(아니, 둘이나 있는) 친구들이었죠. 애플블룸이 주뼛거리는 모양새로 말을 걸었습니다. "어… 스쿠틀루,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쿠틀루를 배려하는 향기가 물씬 났죠. 스쿠틀루는 그 배려에 짜증이 났습니다. 배려 자체는 고마웠죠. 하지만 자신이 그 배려를 받아야 할 입장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짜증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걸 애플블룸이 알 턱이나 있나요? 그냥 하던 말이나 계속 해야죠, 뭐.

  "대쉬 언니의 장례식은 사나 뒤에 캔털롯에서 진행될기란다. 클라우즈 데일이 아니고."

  "뭐라고?"

  "어, 말 그대로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배려라카이."

  장례식! 좋은 일이죠. 살아있는 포니가 더 이상 죽은 포니의 털끄댕이를 잡고 현실을 외면하면서 과거에 매여있지 못하도록 죽은 포니의 모든것을 태워버리고 새로운 내일을 맞기 위해 마음을 정리하는 행사요. 그 무지막지 중요한 일이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지휘 아래에 진행된다니, 이 얼마나 영광된 죽음입니까? 젠장, 스쿠틀루는 다 집어치우고 싶어졌습니다. 영광된 죽음은 개뿔, 죽고 나면 그 모든 영광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스쿠틀루의 얼굴이 굳어감에 따라 친구들의 얼굴도 굳었죠. 스위티벨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내일 캔틀롯으로 출발하기로 했어. 내일 데리러 올게. 그럼… 어, 내일 보자."

  두 친구는 문을 닫았습니다. 스쿠틀루는 얼어붙은 듯 배웅하는 말도 건네지 않았죠. 스쿠틀루는 그냥 짜증이 났습니다. 근데 그게 누굴 향한 짜증인지를 도무지 모르겠네요. 레인보우 대쉬를 위해 장례식을 열어 그녀의 죽음을 영광되게 만드는 셀레스티아? 아니었습니다. 자꾸 레인보우 대쉬가 죽었음을 각인시켜주는 두 친구들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가슴 한 켠에 작은 돌이 들어와 눌러 앉은 것 같은, 도대체 어딜 향해야 할지 모르는 짜증이었습니다.

  빌어먹을! 스쿠틀루는 발을 딱 한번 강하게 굴렀습니다.






솔직히 연재가 똑바로 될지 안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노력할게요...

이만큼 쓰는데 일주일이나 걸렸습니다... 연재가 된다하더라도 꽤 오래 걸릴것같네요...

파이팅... 나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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