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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ADHD를 만나다-(1)
게시물ID : psy_21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nesio
추천 : 5
조회수 : 196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8/04/11 17:56:53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30살 된 남자입니다.

이제 앞자리가 바뀐지도 어언 네 달이 지났네요.

사실 요즘 저는 뒤늦게 알게 된 성인ADHD라는 병을 공부하며, 이 병과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약물치료와 함께 수많은 강연과 서적을 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고, 사람들이 아직 이 병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성인 ADHD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2탄으로 나누어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1탄이구요. 조만간 2탄을 올려서 하나의 소개글을 완성해보고자 합니다.

전공자가 아닌 환자 입장에서 쓰는 글이기에 잘못된 사실이 섞여있을 수 있습니다.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그럼 글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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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성인ADHD는 말 그대로 성인기에 나타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말합니다. 1~20년 전만 해도 전문가들은 ADHD가 아동기 이후 성인기에 저절로 완치되는 병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러나 ADHD를 겪은 아동이 성인기 이후에도 주의력결핍과 충동적 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면서 성인ADHD라는 병명이 학계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성인ADHD가 등장한 초기에는 정신의학 전문가들 사이에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2~30년 전에 정신의학을 배운 의사들과 다수의 일반인들은 성인ADHD를 정신의학계의 상술이라고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10여년 이상 계속된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로 성인ADHD의 실존은 거의 증명되었습니다. 물론 성인ADHD를 믿지 않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이유는 있습니다.

 

1. 성인ADHD는 과잉행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매우 적습니다. 아동기ADHD의 경우에는 과잉행동형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학교와 가정 현장에서 문제행동을 쉽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DHD의 과잉행동증상은 성장기를 거치면 거의 사라지고 성인ADHD는 주의력결핍(산만함)과 충동행동이 주로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과잉행동과 비교하면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증상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질병이 아니라 성격 문제나 능력 부족, 태만 등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일반인보다 일부 지적 능력이 탁월한 고지능 ADHD의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남들에 비해 발달한 자신의 특정 지능(예를 들면 빠른 암기력)을 이용해 ADHD의 문제를 일시적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 경우에 속했죠. 학업성취도가 높았던 중고생 시절엔 ADHD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이 문제 때문에 고지능ADHD 환자의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데요. 학생이 공부를 잘하면, 학생이나 부모나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지능 ADHD 환자는 학창시절에 성적은 좋아도 대인관계나 사회성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며 곤란을 겪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과 부모님은 그냥 별나서 그런가보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죠. 그러나 그들의 무관심때문에 결국 고지능 ADHD 학생들은 심적으로 점점 망가져 갑니다.

 

3. ADHD 환자가 의지와 노력의 영역으로 현실을 극복하기엔 현대 사회가 고도로 전문화되며 복잡해진다는 사실을 기성세대가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의 청년기는 고도의 경제성장기에다 사회가 지금보다 단순했기 때문에 설사 ADHD라도 노력이나 의지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았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훨씬 더 복잡하고 전문화된 사회입니다. 30년 전의 신입사원과 30년 후 오늘의 신입사원이 하는 일의 수준은 천양지차입니다. 그럼에도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기억으로만 판단하며, 하면 된다라는 의지드립만 반복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오해가 풀렸다고 해서 성인ADHD가 쉽게 해결이 될 수 있는 질환인가라고 생각해본다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선 소아기에 비해 약물치료를 통해 뇌가 성장, 변화할 가능성이 굉장히 낮습니다. 약물 효과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이라 장기간 복용이 필수입니다. 그나마 소아기때 치료하면 뇌가 변할 가능성이 있으나, 뇌가 모두 성숙한 성인기에는 영구적인 변화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정설입니다.  또한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병으로서 환자의 치료 예후나 완치, 재발 가능성에 대한 생애통계나 추적조사 데이터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결국 성인ADHD는 좋게 말하면 개인의 특성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평생을 안고 살게 되는 장애이기에 평생을 싸울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ADHD는 분류상 경도발달장애에 해당합니다. 이 경도발달장애에 속하는 또다른 대표적인 질병이 아스퍼거 증후군, 즉 고기능 '자폐'죠. 실제로 ADHD와 증상 면에서 제일 유사한 질병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며 학자에 따라서는 이 두 질병을 동일하게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성인ADHD 환자들은 여러 가지 부가적인 정신질환들과도 싸워야 합니다. 아동기부터 ADHD로 인해 대인관계 문제, 학습능력 저하, 사회성 부족을 많게는 십년 이상 지속적으로 겪어오며 살다 보니, 대부분의 환자들은 그 실패의 기억이 누적되며 각종 우울장애, 불안장애, 트라우마를 쌓아가게 됩니다. 마치 당뇨나 고혈압의 합병증과 비슷하죠. 그래서 ADHD 환자들은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반드시 병행하는 것을 권합니다. 그래야 다른 장애들을 함께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비용 등 경제적인 문제들에 직면할 우려가 있습니다상담비용은 약값에 비하면 매우 비싸니까요. 그래서 서점가에 있는 ADHD 인지행동치료 워크북을 읽으며 스스로 실습하거나, 또는 ADHD 커뮤니티에서 모집하는 자조모임 등에 참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처음 이 병을 알고, 약물치료를 받고, 관련서적을 읽으며 공부했을 때 사실 무한한 허탈이 밀려왔습니다. 과거에 겪었던 실패와 트라우마의 근원에 ADHD가 있었고, 수많은 ADHD 환자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었더라면, 이 문제를 좀 더 빨리 알아채고 학생 때 정신과를 찾아가서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았더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만시지탄이라는 사자성어가 딱 그때의 제 감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인지 그 허탈은 분노와 오기로 살짝 바뀌더군요. 그래서 ADHD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강연도 가보고, 사회인 뮤지컬 수업에도 등록하는 등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뭐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일생을 거치며 쌓여 온 실패의 경험 하나하나가 수많은 트라우마를 만들었고, 트라우마가 쌓여 수많은 인지적 오류와 역기능적 사고를 만들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진로문제, 학업문제 등에서 지금도 다양한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어지는 2탄에서는 ADHD환자들이 겪는 문제와 트라우마를 말해보고 ADHD 환자들과 부모들이 치료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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