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트라우마 한가지
게시물ID : psy_21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nstantCrush
추천 : 2
조회수 : 19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11 18:03:25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25년전쯤이었나
그러니까 대충 내 나이가 6살인가 7살 때쯤이었는데
 
계절은 영하 5도 10도쯤 되는 아주 추운 한겨울이었다.
부모님은 잠시 일이 있어서 밤늦게 외출을 하셨었고
나는 집에서 혼자 밤늦게 티비를 켜놓고 놀다가 "그것이 알고 싶다" 라는 프로그램을 보게됐다.
 
한겨울 집이 없는 노숙자들의 삶에 대해서 다루었던것 같다.
겨울 밤새벽 잠들어버리면 정마로 얼어죽을것 같은 역앞의 거리를 촬영하던
취재팀 카메라에 저기 멀리서 정말로 서러움과 슬픔이 묻어나는 울음소리로  "엉엉" 울고 있는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들어왔다.
노숙자 할머니는 말 그대로 "엉엉" 울었다. 흐느끼며 운것도 아니었고, 큰소리로 곡소리내며 운것도 아니었고,
그냥 크지도 작지도 않은 울음소리로 눈물을 흘리면서 엉엉울었다.
 
어린 나이에 나는 문득 할머니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취재팀도 할머니가 걱정이 되었던지 다급하게 카메라를 들고 뛰어가서 할머니에게 물었다.
 " 할머니, 할머니, 왜 그렇게 울고 계세요?  혹시 어디 다치셨어요??"
 
할머니는 울며 눈물을 흘리며 약간의 사투리가 섞임 말로 대답했다
 " 아니요, 추워스요"
 
할머니는 다시 또 울었다.
 
나는 그 순간 너무 충격을 받아서 몸속에 피가 얼어붇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까지도 내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절망적인 말이다.
그 때에는 절망이라는 단어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워서 운다는 할머니의 울음벤 대답은 나에게 절망이라는 느낌을 각인시켰다.
 
피할곳이 없는 추위 앞에 발을 동동구르는 한밤중 한새벽 엉엉 울고있는 할머니는
1분이 수십일처럼 느껴지는 겨울새벽을 울며 버텨내고 낮이 오면 ....
몇 시간뒤 할머니는 또 다시 밤을 만나야만 한다.
 
그때에는 이 처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못했겠지만 아마도
이런 비슷한 느낌과 예상 상상이 나를 스처지나갔을 것이다.
 
그러니까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절망적인 울음소리 섞인 "아니요, 추워스요" 라는 말이 머리속 한복판에 각인이 되어 있겠지
 
나는 가끔 추위라는 것이 무섭다.
겨울 새벽에의 온도에 주눅이 든다.
티는 내지 않지만 그 공기 자체에 위축이 된다.
약해진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