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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깜빡 안 하는 방법
게시물ID : psy_22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iidyn
추천 : 0
조회수 : 144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2/17 11:24:48
퇴근길에 슈퍼에 들러 우유를 사오기로 했는데 실패했다고 치자.
여기에는 세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우유 사오기로 한 사실 자체를 망각하는 것이다.
즉, 퇴근하면서 우유 사오기로 했었다는 정보 자체가 머리속에서 사라진 상태다.
이 정도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는 치매를 의심해야 하는 상태이며, 우유는 안사온 것이 아니라 못사온 것이다.
그리고 우유를 사오는 것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회사업무를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를 걱정해야 하는 암담한 상태이다.

둘째는 사오기로 한 대상을 망각한 경우이다.
즉, 슈퍼에서 뭔가 사오기로 한 것은 기억했지만 막상 그것이 무엇인지는 기억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이다.
종종 일어나기도 하는 이것은 정보의 저장이 아닌 저장된 정보의 인출에서 실패한 상황인데, 
답답해 하다가 나중에 기억해 내고는 아쉬워 할 것이다.
이것도 사실 충분히 흥미로운 현상이기는 하지만 
이 문제는 메모하는 습관만 잘 가지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 정도로 하고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자.

셋째가 바로 뭔가를 사와야 한다는 것을 깜빡하는 경우이다.
즉, 어디에서 사야하는지 뭘 사야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머리속에 다 있는데 그 정보를 적합한 시점에서 꺼낼 생각을 못한 것이다.
그러니 뭔가를 깜빡했다고 해서 그것을 기억력 자체의 문제로 간주할 필요는 없다.
깜빡했다면 그것은 단지 해당 정보를 꺼낼 생각을 못했을 뿐이지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하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인출가능한 기억을 적합한 때에 인출하여 실행할 생각을 못한 상태 즉, 깜빡하는 것을 주의력의 문제로 결부시킬수도 있다.
즉, 기억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해당 기억을 의도적으로 의식하고 주의를 두는 능력이 부족해서
해당 기억을 해당 시점에 인출하는데 실패하는 바람에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일면 말이 되는것도 같지만 이것도 사실 충분한 답은 아니다.

물론 주의력이 출중해서 만사의 일에 다 주의를 두고 그 주의상태를 유지할수 있다면 깜빡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데 그럴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한번에 주의할수 있는 대상의 양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가지 대상 만이라도 그에 대한 주의상태를 의식적으로 장시간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 집중력을 요하는 엄청나게 피곤한 것이다.
만약 우유를 이런 방식으로 안 까먹고 사오려고 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소모적이면서도 비효율적이다.
퇴근길에 우유하나 사자고 자신의 얼마 되지도 않는 소중한 주의력 자원중 일부를 일하는 내내 계속 할당해야 하니 말이다.
그나마도 퇴근길의 일이기 망정이지, 내일이나 다음주의 일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또한 이것은 불안정한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방식대로라면 단 한순간이라도 방심해서 우유에 대한 주의력 끈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우유사기는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상당부분은 대개 성공적으로 어렵지 않게 퇴근길에 우유를 사올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순전히 주의력에만 의존해서, 그러니까 우유에 대한 주의력 끈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퇴근길에 우유에 대한 기억을 인출할 생각을 하게 되지는 않음을 방증한다.
깜빡하지 않게 하는데에는 (물론 주의력이 주요하겠지만) 분명 주의력 말고 또다른 무언가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감시력"이라고 부르겠다.
우선 우리 뇌에 있는 두마리의 개를 가정해 본다.
하나는 현재의 자기 상태에 집중하는데 힘을 쏟는 working dog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과거나 미래의 자기 상태를 수시로 살피는데 힘을 쏟는 watch dog이 되겠다.
working dog의 수행능력을 주의력으로, watch dog의 수행능력을 감시력으로, 나아가 두마리 개 전체의 활동 능력을 "신경력"이라고 불러본다.
현재의 자기 상태에 집중하는 working dog이 비교적 한정적이고 분명하고 한시적인 눈앞의 대상를 지속적으로 바라보며 일한다면
과거와 미래의 자기 상태에 집중하는 watch dog은 비교적 광범위 하면고 막연하며 상태적인 대상들 중 하나씩을 간헐적으로 바라보며 일한다.
watch dog이 하는 일은 지난주나 10분후 내일, 때로는 1년후의 자기 상태에 대해 이곳저곳 훑터보고 둘러보고 살펴보고 점검하며 탐색함으로써
자신의 상태를 합목적적으로 이끄는데 뭔가 빼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챙겨야 하는 것은 무었인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나친 것은 아닌지등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고 각성시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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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시력을 도입하면 어떻게 우리가 어렵지 않게 퇴근길에 우유에 대한 기억을 인출한 생각을 잊지 않고 해서 안전하게 우유를 사올수 있는지가 어느정도 설명이 된다.
즉, 우리의 뇌는 깊은 상태든 얕은 상태든, 또는 넓은 상태든 좁은 상태든 항시 지금 당장의 자기의 상태에 신경을 쓰는 반면, 
일과중 상당부분 또는 대부분을 오늘 퇴근길에 슈퍼가서 우유를 사와야 한다는 계획을 잊고 있으며 그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퇴근할때 대부분은 우유를 사올수 있는가?
물론 퇴근길에 우연히 슈퍼를 보게되어, 그것이 실마리가 되어 문득 다행히도 우유 생각이 나서 사올수도 있다.
또는 누군가가 퇴근길에 해야 하는 일정은 없는지 물어볼 수 도 있다.
그러나 그런 요행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퇴근길에 우유를 별탈없이 사오려면 우유라는 정보에 대한 주의력 점화가 외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부에서도 스스로 일어나야 할텐데
그 일을 watch dog이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우유를 별탈없이 사올수 있는 것은 우리의 신경에서 watch dog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이따금씩 우유에 대한 기억을 점화시켜 
퇴근길에 우유를 사가야하는 자신의 상태를 각성시켜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깜빡깜빡 한다면 전체적인 신경력이 떨어져서일수도 있지만, 머리속에서 watch dog이 왠지 열심히 돌아다니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도 설명할수 있다.
watch dog의 근무태만 또는 배고픔으로 현실에서의 필요치보다 덜 활동하면서, 자신의 미래상태에 대한 점검이 덜 자주 덜 깊게 일어나면서,
미래상태를 위해 필요한 기억에 대한 주의접근에 구멍이 나면서, 결국 깜빡깜빡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watch dog만 조금더 열심히 돌아다니게 해서 미래의 자기 상태에 수시로 신경쓰게 한다면 깜빡깜빡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즉, 확보된 신경력 자원을 working dog에만 쓰지 말고, watching dog에 조금이라도 더 할당하면 깜빡깜빡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그만큼 working dog이 먹을 밥이 줄어들면서 그만큼 현재의 자기상태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 비효율적인 상태가 될수 있다.
사실 현재의 자신의 상태에 집중하는데 쓰기에도 모자랄 만큼 항상 부족하고 귀한 것이 신경자원 아닌가?
그러나 깜빡깜빡함으로 인한 피해가 비효율에 따른 손실에 비할바가 아닌 상태라고 한다면 충분히 watch dog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어떻게? 이것은 의도적으로 의식적으로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자신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불안정 상태로 받아들이이며 경각심 수치를 높이고, 그것을 마음속으로부터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유도될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상태를 마음속으로 불안정 상태로 받아들이며 긴장할수록 watach dog은 조금이라도 열심히 돌아다니는 듯 하다.
만약 내가 주말에 집에서 뒹굴고 있어서 내가 안정상태라고 생각하면,
그런 자신의 미래상태에 대한 불안요인에 대한 탐색은 덜 자주 일어날 것이고 덜 깊게 일어날 것이다.
그냥 방심하며 안심하며 평소의 루틴대로 행동하게 되고 지금의 현실에 자신의 주의력을 안심하고 충분히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해외 출장을 나가 있는 상태라면 내가 불확실한 변수상태라고 생각하면
그런 탐색은 더 자주 일어날 것이고 더 깊게 일어날 것이다.
이런 경각심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라면 그래서 한정된 신경력 자원에서 평소때 보다
현재상태에 덜 집중하며 소비하고 대신에 더 많은 신경력 자원을 계획이나 변수에 대비하기 위한 미래상태에 쓰게 된다.
자연스럽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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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서 말하는 감시력이니 watch dog이니 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미래기억"과 상당히 비슷한 말이다.
다만, 미래기억이라는 용어는 관념을 약간 혼동시키는 것은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미래기억이라는 말은 그것이 일종의 기억인것처럼 받아들이게 하지만
미래기억을 "미래의 자신의 상태나 계획을 떠올리거나 점검하는 능력"으로 간주한다면 
그것은 기억과는 거의 관련이 없고 주의력과도 특별한 관련이 없다.
미래기억은 자신의 미래상태에 대한 주의력 또는, 경계수치로 봐야 할것 같다.
주의력이 좋더라도 경계수치가 낮아서 거의 주의력을 할당하지 않으면 미래기억능력은 낮고,
주의력이 나쁘더라도 경계수치가 좋아서 많은 주의력을 할당하면 미래기억능력도 높을수 있다.
다만, 주의력이 별로 안좋은 데 그에 비해 미래상태에 너무나 많은 주의력 자원을 할당한다면
미래기억력을 좋을 지언정 현재상태에 대한 주의력이 떨어질 것이다.
미래에 일어날 일에 너무 많이 걱정하고 신경쓰느라 현재 수행해야 하는일에 집중하지 못해 일을 망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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