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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우윳빛 하늘
게시물ID : readers_113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릿밀
추천 : 4
조회수 : 33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1/22 10:40:10


지난 밤에는 제 장례식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죽음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죽은 자는 죽음을 생각하지 못 합니다. 우리가 그들을 위하여 죽음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여야 합니다. 우리도 언젠간 죽기 때문입니다.

수영이가 떠 오릅니다. 천사처럼 착한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그는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수영을 하지 못해 죽은 수영이는 참 딱하였습니다. 하찮은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그랬습니다. 정말이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가 살아있었다면 전 그를 지금껏 기억이나 하였을까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사슴벌레의 죽음도 슬펐습니다. 죽은 암컷을 냉동실에 얼렸습니다. 언젠가 좋은 세상에서 다시 살아날 줄로 믿었습니다. 그것을 꺼내어 땅에 묻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많은 사슴벌레들을 키웠지만 저는 그 아이만을 제대로 기억합니다. 우리에서 도망친 사슴벌레, 친구에게 줘버린 사슴벌레는 기억하지 못 합니다. 죽음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다시 저의 장례식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왔습니다. 그것이 바로 죽음의 힘일까요. 슬퍼하는 사람도 있겠군요. 전 이미 여기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오랫동안 저를 기억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아직 수영이와 사슴벌레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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