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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 관한 개인적 단편
게시물ID : readers_142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후추의언니
추천 : 5
조회수 : 38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7/31 02:45:37
1. 이상을 처음 만난건 역시 고등학교 국어책. 
오감도가 있고 멍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니 이상의 사진과 약력 등이 있었다. 
어두운 사진의 이상은 웃고 있었는데 시를 읽은 직후였는지 그 얼굴이 꽤 오싹했다. 
  
2. 날개. 
가장 유명한 소설이긴 하지만. 
시각적 상상력은 빈곤한 나인데, 
가본듯이 생생히 그려지는 집 구조. 
비맞고 해메이는 거리들. 저금통. 돋보기. 알록달록한 화장품 병들. 눈에 익다. 이건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다. 

인생은 간단하지도 않고 또 모두 설명할수도 없단 중요한 사실을 알게되었다. 

3. 권태와 수필들.
책을 보고 처음 울어봤다. 
범우문고에서 나온 그 문고본 작은 책을 울고 덮고 또 다시 들어다 보고 울고를 반복. 
여태 책을 읽으면 딱 한두개의 문장이 기억나고 그게 내 머릴 후려치면 그 책을 사랑하게 된다.

포의 레이븐이 외치는 'nevermore' 나
쿤데라의 '단 한번 일어난 일은 일어나지 않은것'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처럼. 
이상의 수필들은 짧아도 저런 문장이 하나씩은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모두 나에게 강렬하다. 

4. 오래전이지만
꿈에서 이상과 같이 밤거리를 걸었다. 
비가 온 뒤였고 크지 않은 키에 벙거지 모자를 쓴 이상을 내 오른편에 두고 손도 잡지 않고 
아무말도 없이 나란히 걸었다.
마음속으로 난 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이 사람 마음속엔 금홍이가 있겠지. 
씁슬해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그들의 사랑과 나의 질투. 그리고 축축하고 차가운 공기.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고 또 죽어버렸는데 
사랑하는건 내가 참 슬프고 안됐다. 
 
깨고 나서 
난 정말 이상을 좋아하는구나. 꿈에서도 만나다니. 
그 후로는 내 무의식에 기반한 정절을 바친것처럼 다른 작가는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 가장 사랑스러운 작가는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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