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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소설 - 감자를 던지면
게시물ID : readers_150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꿈이예술인
추천 : 1
조회수 : 3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20 06:04:37
감자를 던지면

 보리네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지 세달은 지났던 것 같다. 그 때부터 우리 아빠는 보리네 집에 가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유야 뻔하지만, 어렸던 나와 보리는 우리가 친구들을 집에 불러 같이 놀듯 어른들도 그러하리라 하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하고 친하게 지내려고 집까지 찾아가서 같이 노는데 우리 엄마는 그걸 굉장히 싫어했다. 

매번 나와 함께 밭에 가서 일할 때마다 
"너거 아빠는 또 보리네갔나"
 라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하지만 난 아빠가 보리네 놀러가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보리가 예뻐서 보리를 자주 보러 갈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보리네 감자밭에서 나는 감자가 정말 일품이였기 때문이다. 

아빠는 보리네 놀러갔다가 이따금씩 감자를 한아름 얻어오곤 했다. 엄마는 툴툴대면서도 감자를 쪄주셨고, 난 그게 왠지 모르게 기쁜 일이었고, 엄마가 얼마나 답답한 가슴으로 감자를 쪘을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우리 집은 그렇게 몇달을 보리네 감자를 얻어먹었다. 아빠가 이렇다 할 벌이를 하지 않고 뒤뜰에 딸린 밭 역시 그다지 큰 편이 아니어서 돈을 벌기보다는 자급자족하기도 버거웠기 때문에 보리네 감자는 정말 고마운 식량이었다. 

그러나 엄마는 아빠한테 말해버리고 말았다. 
"우리 감자 필요 없으니까, 보리네 안가믄 안되나?"
 나는 감자를 더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잠깐 슬펐지만, 그 슬픈 감정따위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뭐라노!" 라고, 아빠가 엄청나게 크게 소리쳤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엄마한테 찐 감자 하나를 세게 집어 던지고 방문을 열고 나갈 때 '에잇 씨바' 하는 입 모양을 본 기억이 난다.  

엄마는 우셨다. 엄마의 바람과는 다르게 계속 우리는 보리네 감자를 얻어먹을 수 있었지만, 그 또한 몇주 가지 못했다. 왜인지 아빠는 보리아빠가 보리에게 돌아오자 보리네집에 잘 놀러가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에 보리아빠가 우리 집에 찾아와서 아빠를 찾았다. 두 사람은 언성을 높이며 싸우더니 아빠는 얼굴을 한대 크게 얻어맞고 쓰려졌고, 보리아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날 보리를 보기로 약속했던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저녁때 보리네 집에 놀러갔을 땐 이미 보리네 식구는 떠날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보리는 편지한다는 말을 남긴채 떠났다. 보리 아빠도 떠났다. 보리 엄마는 내가 집에 가져가기 힘들정도로 많은 감자를 안겨주고 가버렸다.  감자를 끌고 집에 왔을 때 우리 집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빠의 목소리는 꽤 컸고, 엄마는 다시 울고계셨다.  내가 가져온 감자를 본 엄마는 감자를 골라 찌기 시작했다. 울던 엄마는 눈물을 그치고는 뭔가 결의에 찬 표정이었다. 아빠는 앉아서 뭔가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를 향한 입에 담기힘든 비속어였던 것 같다.

엄마는 찐 감자를 내놓고 방에 들어가서 뭔가 열심히 하고 계셨다. 아빠가 감자를 한입 물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방으로 갔고 난 그저 좋다고 감자를 먹었다.
 "나갈라고? 나가? 그래 나가자!" 
라는 아빠의 말과 함께 엄마는 아빠에 손에 끌려 밖으로 나갔고, 난 급히 따라나갔지만 입에 뜨거운 감자가 있는 바람에 호들갑을 떨다 아빠를 놓치고 말았다. 

별 수 없이 집에 앉아서 감자를 먹고 학교에서 중 숙제를 하다보니 아빠가 돌아왔다. 아빠의 옷이 흙 투성이고 목 주변이나 손끝이 매우 붉게 달아오른 이유를 안 것은 그날이 지나고 몇년이나 지나서였다.  

그렇게 끌려 나가던게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빠는 내가 어릴땐 감자를 구하러 갔다고 했지만 내가 크고 나서는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내 물음에 답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엄마의 행적을 물었을 때, 난 이미 엄마가 어떻게 된지 알고 있었고, 집을 나갈 채비도 끝내놓았었다. 아빠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먹던 숟가락을 나에게 집어 던지며 입을 닥치라 했고, 난 그길로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살이도 힘든데 엄마도 아빠도 없고 친구마저 만들기 힘들어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냈다. 하지만 한명, 보리만은 나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보리가 진짜 편지를 보냈던건 다행이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이사를 간 보리는 정말로 내가 고향에 있는 동안 편지를 보내왔고, 답장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서울로 향했다는 소식도 전해줄 수 있었고, 꽤 놀랍게도 나에게 감자를 택배로 보내주는 은혜를 베풀기도 했다.  

난 감자를 보자마자 엄마 생각이 나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고향에 내려와 지금 여기 이렇게 앉아있는 것이다. 난 잘못 한것이 없다. 난 분명히 아빠를 만나러 왔을 뿐이고 아빠에게 감자를 보여주고 먹여줬을 뿐이다.  난 감자를 한아름 들고 아빠를 만나러 온거다. 우리가 옛날에 살던 집, 그리고 아빠가 궁금해서. 아직도 이 동네에 눌러 살다니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머리는 거의 대머리에 허리는 약간 굽었지만 나를 보자마자 그렇게 젊은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다니 참 너무했지.

 난 감자를 쪘다. 옛날에 엄마가 찌던 방식 그대로, 보리에게 얻은 보리네 감자도 그대로! 정말 그대로 쪄서 아빠에게 드렸는데 드시질 않았다. 난 감자를 아빠에게 강하게 던졌다. 그리고 말해봤다. "에이 씨바" 아빠는 나를 노려보기만 했지 감자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난 아빠를 눕히고 입에 방금 찐 감자를 아빠의 입에 넣었다. 먹지 않기에 먹여준 것 뿐이다. 
계속 뱉어내기에 난 두알 세알씩 입에 넣었다. 그렇게 넣어주니 결국엔 뱉어내지 않고 얌전했다. 감자를 몇알 더 입에 쑤셔넣고 나도 감자를 하나 먹었다. 그 뿐이다. 우린 같이 감자를 먹었을 뿐이다.
 
일단 편지를 쓰자. 아무래도 이 방은 너무 좁으니 아빠를 일단 밖으로 밀어내야겠다. 끙차! 보리에게 편지를 보내야겠다.

 '보리에게.
 네가 보내준 감자는 정말 잘 먹고있어! 옛날 생각이 나서 우리 아빠한테도 쪄드렸는데 정말 맛있게 드셨어'  .......... 




알바하다 떠올라서 썼습니다.
사실 30분 걸린거 아니고 이건 45분 정도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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