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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뜰> 70호
게시물ID : readers_173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골허심
추천 : 1
조회수 : 35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1/28 10:01:08
제가 좋아하는 시인 고정희시인의  기념사업회에서 매달 <노래하는 뜰)을 보내 줍니다
여기에는 고정희의 시 한 두편이 실려 있지요
어제 받은 <노래하는 뜰> 70호에는 <행방불명 되신 하느님께 보내는 출소장>이 실려 있었습니다.
읽다보니 고정희 시인 살아 생전의 반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 없는 상황인 것이 씁쓸했습니다
고정희의 깊숙하고 어두운 눈동자가 생각 나데요
 
그냥 ..옮겨 봅니다.
 
 
 
<행방불명 되신 하느님께 보내는 출소장>
                                  --고정희
 
무릇 너희가 밥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영에서 나온 말씀으로 거듭
나니라, 수수께끼를 주신 하느님, 우리가 영에서 나온 말씀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 핵무기고에서 나오는 살인능력 보유자와
우리들 밥줄을 틀어쥔 자를 구세주로 받드는 오늘날 이 세상 절반의
실겁과 기아선상에 대하여 어떤 비상정책을 수립하고 계신지요
 한나절을 일한 자나 하루 종일 일한 자나 똑같이 최대 생계비를
 지불함이 하늘나라 은총이다 선포하셨건만, 반평생을 뼈빠지게
일한 자나 일년을 혼 빠지게 일한 자나 똑같이 임금을 체불당한 채
밀린 품삯 받으러 일본으로 미국으로 다국적 기업 뒤꽁무니 쫒아간
우리 딸들이 임금 대신 똥물을 뒤집어쓰고 울부짖을 때 당신의
말씀은 침묵했습니다.
온갖 제국주의 음모와 죽음의 쓰레기들이 자유와 정의와 평화라는
식품 상표를 달고, 당신의 이름으로, 배고픈 나라의 백성을 향하여
무한대로 수출되고 있는 작금에도 당신의 말씀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아아 살인병기를 자처하는 다국적군이 실로 처참하고 참혹하게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땅을 피바다로 싹쓸이할 때도 당신의 말씀은 침묵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미국은 새로운 전쟁시대의 첫 승리자이다"부시가
오만불손하게 음성을 높일 때, 그리고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자들이
스무 번씩 기립박수를 칠 때도 당신은 온전히 침묵했습니다.
 
대답해 주시지요 하느님, 당신은 지금 어디 계신지요 세상이 너무 재미없어
자니 윤 쇼 프로그램에서 미국식 웃는 법을 익히고 계십니까, 아니면
힘이 무지무지센 나라의 현대판 노예수출선에 팔려가고 계십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용용죽겠지 꼭꼭 숨어라 목하 종말론이 생산중인 페르시아 만이나
바빌론의 무기창고에서 재고를헤아리는 무기 상인들을 격려하고 계십니까?
아니아니 당신의 이름을 교수형에 처한 공산대륙이나 모스끄바 뻬레스뜨로이까
전철 속에 앉아 이단의 풍물을 감상하고 계십니까? 대답해 주시지요 하느님,
당신은 교회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교회의 창고부터 열어야 합니다
 
이 곤궁한 시대에
교회는 실로 너무 많은 것을 가져습니다
교회는 너무 많은 재물을 가졌고 너무 많은 거짓을 가졌고
너무 많은 보태기 십자가를 가졌고
너무 많은 권위와 너무 많은 집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파당과 너무 많은 미움과
너무 많은 철조망과 벽을 가졌습니다.
빼앗긴 백성들이 갖지 못한 것을 교회는 다 가졌습니다.
잘못된 권력이 가진 것을 교회는 다 가졌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벙어리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장님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귀머거리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오직 침묵으로 번창합니다
의인의 변절을 탓하던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옳은 자들이 더이상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시대가 오기 전에
하느님, 가버나움을 후려치듯 후려치듯
교회를 옳음의 땅으로 되돌려
참회의 강물이 온갖 살겁의 무기들을 휩쓸어 가게 하소서
새로운 참소리 태어나게 하소서
거기에 창세기의 빛이 있사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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